- 그의 山 44

남한산성 [南漢山城]

남한산성에 나의 얼이 스며있다는 것을 나, 이제 알게 되었네. 젊은날, 성벽을 따라 그토록 오르내리며 걸었건만 그 산이 명산임을 나, 왜 이제야 아는가! 남한산성, 이제야 먼 길을 돌아와 너의 품에 안긴다 또 한 해의 시작이라고 산악회에서 산신제를 드리러 가잔다. 동네 산악 지인 몇분과 남한산성에 올랐다. 그중 연장자가 제수를 차려놓고 잔을 올리며 절을 하란다 나는 제수차림 앞에 무릎을 꿇고앉아 정히 술잔을 올리며 한 해의 무운을 빌었다 코로나 이제는 없어지기를, 이 나라의 정치가 옳게 진행되어 온 국민이 편히 살게되기를, 내가 건강을 유지하여 좋은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기를,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하게 살기를, 그래, 올해는 잘 풀릴것이다. 모든 것이. 남한산성에는 골짜기마다 ..

- 그의 山 2021.11.01

望 月 寺 記 III

오랜만에 산행을 준비하고 망월사(望月寺)로 향했다 망월사는 도심이나 낮은 산자락에 펼쳐져있는 절이 아니고 전철을 두번씩이나 갈아타며 의정부로 가다가 도봉산(道峰山)자락으로 접어들며 포대능선으로 오르는 길로 가파른 산행을하다보면 거의 산 정상을 눈앞에 두고 숨이 턱에 차고서야 갈 수 있는 절이다. 요즘은 큰 사찰이 산중에 있다해도 길을 잘 닦아놔서 차를 운전하여 절 입구 주차장까지 가서 차를 세워두고 몇 걸음만 걸어 올라가면 나오는 절이 아니다.전철역에서 내리고부터 바로 오르막길로 시작하여 부지런히 산행을 해야만 갈 수 있는 절.그야말로 뜻이 하늘에 닿고 정성이 뻗쳐야만 찾아갈 수 있는 절이다. 내가 이절을 즐겨찾는 이유는 돈많은 신자들이 거드름을 피우며 올 수도 없고, 또 철없는 관광객들이 떼로 몰려와 ..

- 그의 山 2021.10.31

望 月 寺 記 II

望月寺 洛迦寶殿 壁畵 앞에서 내 나이 중천을 훌쩍 넘기고 망월사(望月寺)를 찾아가 낙가보전(洛迦寶殿)의 벽화를 대하고 내려 오던 날 그 충격과 기쁨은 벅찬 감동으로 남아있었다. 어떤 권위나 관습에 얽매임 없이 아주 오래전 과거에 그려진 것이건, 이름모를 누군가에 의해 현세에 그려진 것이건 내 佛心의 믿음에 대한 순수함이 향불처럼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 날, 망월사에서 보았던 한줄 線으로 그려진 부처의 미소는 어느 제단에 모셔진 이름난 절 부처의 미소보다 더 온화하게 내 마음에 아로 새겨졌다. 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俗人의 즐거움이여! - Chris Nicolas - 낙가보전 (洛迦寶殿) 정면 5칸 측면 4칸 규모의 다포계 중층 팔작지붕 건물로 옛 낙가암(洛迦庵) 자리에 1993년 새로 지은 것이다...

- 그의 山 2021.10.31

望 月 寺 記 I

(望月寺) 全景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원도봉산아래에 입구가 상당히 가파른 절이 있다 신라 제27대 선덕여왕(639년) 8년에 혜호선사께서 왕명을 받아 창건하였다 하는데 대웅전 동쪽에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는 달 모양의 월봉(月峰)이 있어 마치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됐다고도 하고 신라의 서울이었던 월성( 月城 경주 /慶州 )을 바라보며 왕실의 융성과 국가의 번영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망월사(望月寺)라 이름 붙여졌다고도 한다. (전통사찰 제8호) 망월사 (望月寺) 위에 위치한 男性모양의 바위 도봉산을 오를적마다 아래서 부터 신기할 정도로 온몸의 구석구석 나무뿌리처럼 뻗은 실핏줄까지 기운이 넘쳐 흐르는 것을 느낀다. 그 기운은 묘한 흥분과 건강한 에로티시즘이다 그도 그..

- 그의 山 2021.10.31

청계산

눈을 밟으며 산을 오르던게 언제였던가? 청계산의 해가 안닿는, 가난한 집 마당 한 구퉁이 만큼만 아직 잔설이 남았다 한동안 두째 토요일만 되면 양재동까지 전철을 타고나가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청계산 원터골 느티나무 아래서 옛직장 동료들을 만나 청계산 매봉까지 오르던 재미가 있었다 서울사람들이 가장 오르기 쉽고 많이 찾는 산이 청계산이라 했던가?... 그도 그럴것이 매봉까지 나무와 돌로 계단을 만들어 놓아 오르기가 편하게 되어있다 다시 원터골로 내려와서 즐비한 맛집을 골라 들어가 거나하게 취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짓도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듯 꼬리가 길면 안될듯하다 그토록 좋아하던 산사진 한 장 못 찍고 내려오고 한 발, 한 발 오르며 즐기던 명상은 커녕 입담만 거세져 치고받고 던지는..

- 그의 山 2021.10.31

다시 가을산

다시 가을산 세상에 그 흔한 눈물 세상에 그 많은 이별들을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으로 다시 와 정정한 소나무 아래 터를 잡고 둥그런 무덤으로 누워 억새풀이나 기르며 솔바람 소리나 들으며 앉아 있으리. 내 이승에서 빚진 마음들을 모두 갚게 되는 날. 너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백발로 졸업하게 되는 날 갈꽃 핀 등성이 너머 네가 웃으며 내게 온다 해도 하나도 마음 설레일 것 없고 하나도 네게 들려줄 얘기 이제 내게 없으니 너를 안다고도 또 모른다고도 숫제 말하지 않으리. 그 세상에 흔한 이별이며 눈물, 그리고 밤마다 오는 불면들을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에 다시 와서 싱그런 나무들 옆에 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하늘의 천둥이며 번개들을 이웃하여 떼강물로 울음 우는 벌레들의 밤을 싫다하지 않으리. ..

- 그의 山 2021.10.31

북한산 숨은계곡 - 가을빛의 Symphony

가을산중에 계곡이 깊어 제일먼저 단풍이 곱게 든다는 '숨은壁'.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없는듯 길게 누워있는 바위壁. 거대한 암석으로 만들어진 곳곳의 위험한 절벽들... 그 石壁을 타고 올라야한다 하늘엔 구름마저 곱고 몇 일전 내린 충분한 가을비로 암석 틈에서는 물이 솟아 흐른다 암석을 손으로 잡고 오르는데 새어 나오는 물이 미끄러워 자칫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쉽다 비온후의 산행은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기필코 올라야한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 어느정도 올랐을까?... 깊은 숨을 몰아쉰다 아래를 보니 해골이 누워있다. 언제부터 저 해골바위는 저렇게 누워 위험한 계곡이라고 끊임없는 암시를 주는 것일까?... 죽음의 암시... 인간들은 산의 규율과 법을 어기기 때문에 죽어가는 것이다 비가 오면 해골은 두 ..

- 그의 山 2021.10.31

북한산 백운대

그날 백운대 정상에는 바람이 거세게 불며 비가 뿌리고 머리 위에서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이 몰려 다니고 있었다 나는 바람속에 비를 맞으며 지나간 젊은날을 떠올리려 애썼다 기억...그것은 또 한번 그 시절을 거슬러 올라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을 떠올려 거슬러 올라가도 잃어버린 젊은날은 되돌릴 수 없었다 - Chris Nicolas - * 평소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붐비는 백운대 정상에 거센 비바람을 동반하고 낙뢰현상이 일고 있었다. 덕분에 그 많던 등산객들은 모두 겁을 내며 하산을 했다. 나는 홀로 백운대 정상에 앉아 그 비를 다 맞으며 자연의 섭리에 나를 맡겼다. 설마하니 이곳에서... 하며. 우뚝 산위에 얹혀진 하나의 바위처럼 앉아 자연에 대항하며 떠오르는 대로 생각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 기억은 그..

- 그의 山 2021.10.31

Let Me Fall

Let Me Fall은 Musical 'Quidam'에 나오는 줄타기 곡예사의 노래. 높은 산에 오르면 눈 앞이 아찔하며 자칫 발을 헛디뎌 추락할것 같은 순간이 있다. 그럴적마다 나는 기도한다. 나를 추락하게 해 달라고... 물론 靈的으로 말이다. 한번 추락해 본 사람들은 안다. 추락하는 그 쾌감을. 그리고 추락하며 날개깃을 펄럭이듯 춤추고 싶은 욕망을. Let me fall Let me climb There"s a moment when fear and dreams must collide 내가 추락하여 다시 오르게 하소서 지금 나는 두려움과 꿈들이 일치하질 못하고 충돌하고 있습니다 Someone I am Is waiting for courage The one I want The one I will bec..

- 그의 山 2021.10.31

북한산 정상 오르는 길 II

또 한번 살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굽이굽이 올라선 저 암벽위에홀로 서있는 그대, 누구인가? 나, 그대에게 손 흔들며 소리치는 소리 듣고나 계신지? 지나가는 바람에 실어흘러가는 구름에 실어 다시 한번 살아 보겠노라고 내 마음 전한다 다음 봉우리에 도착하면 그대를 만나 살만한 가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그래서 한 봉우리, 다음 봉우리 오르기를 잘 했다고 말 전해 들을지도 몰라 인생...굽이굽이 넘고 올라가는 저 암벽같은 것 여기는 죽음같은 골짜기 Y계곡까마귀도 울음을 그쳤다 이젠 나도 그만 오만을 버리고 기도를 드리자 저 어두운 계곡을 지날때 저를 인도 하여 주소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저 까마귀처럼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주소서 이제까지 낡은 영혼은 버리게 하시고 목이 마를때 물을 ..

- 그의 山 2021.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