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264

Wolf Story

밤마다 끓는 피를 속일 수 없어 먼 산 달을보며 우는 너, 너의 조상이 늑대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요즘은 늑대견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눈썰매를 끄는 용도로 기르기도 했지만 도심에서는 그저 좋아서 기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개의 조상은 실은 늑대이다. 아직 늑대에 대해서 편견도 있지만 알고나면 늑대가 사랑스럽다. 늑대는 평생 한 마리의 암컷만을 사랑한다. 그러다 암컷이 먼저 죽으면 가장 높은 곳에서 울어 대며 슬픔을 토한다. 늑대는 자신의 암컷을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우는 유일한 포유류다. 늑대는 자신의 새끼를 위해 목숨까지 바쳐 싸운다. 늑대는 암컷이 죽으면 어린 새끼를 홀로 돌보다가 새끼가 성장하면 암컷이 죽었던 곳에 가서 자신도 굶어 죽는다. 늑대는 사냥을 하면 암컷과 새끼에게 먼저 먹도록..

- 그의 獨白 2023.01.28

소한(小寒)

오늘이 소한(小寒), 무척이나 추운 날이었다. 소한 추위를 매섭게 하고나면 대한 추위도 덜하고, 봄도 일찍 찾아오고, 더 이상의 추위도 없을것이라는 옛말도있다. 밤 새 눈이 내릴것이라고 기상청에서는 일기예보를 한다. 멀리 남쪽에서는 벌써 눈이 내려 동백의 빨간 꽃잎 위로 쌓였을지도 모른다. 아! 저 동백의 아픔을 누가알까? 호홉이 가빠지고 숨이 막힌다. 심장이 갈라지는듯한 통증이 온다 나는 이렇게 죽어가는데 너는 어디서 뭘하고 있니? 불치의 병. 불치의 병이 뭔지도 몰랐었다. 치료가 안되는 병이 뭘까? 현대의 의술을 비웃었다. 밤마다 잠을 한 시간마다 깬다. 고통스럽다. 그럴때마다 일년전의 나를 떠올리며 감사드린다. 병원에서 다른 환자들 틈에 끼어 무던히도 살려고 애를썼다. 이제 일년이 지나고 거의 나은..

- 그의 獨白 2023.01.06

세상의 모든 것들은 반복된다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나기가 정말싫다. 밤새 라디오를 들으며 잠깐 어둠속에 들어가서 잠을 자다가 보면 10시, 새벽 1시, 새벽 3시, 다섯시... 어느새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일어나야된다. 그리고 또 하루를 열고 시작해야한다. 무엇이던지 아침식사로 밤새 허기를 메꾸고 정확히 30분후에는 병원에서 조제해준 아침약을 골라내어 복용해야한다. 그러면 오전 일과는 끝이난다. 작은 전기 스토브를 켜고 앉아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간밤의 소식을 검색하고 냉장고를 열고 약간의 간식을 챙긴다. 쵸코렛이나 케익 한 조각, 그리고 컴퓨터앞에 앉아 몇 줄의 글을 쓰고 사진을 손질한다. 커피를 내려서 마시며 지난날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반추(反芻 :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고 생각하는 것 / 되새김질)한다는 것은 참으로..

- 그의 獨白 2022.12.19

나무와 의자

언제부터 였을까? 내 가슴속에 빈 의자 하나 있었다 누군가 걸어와 앉아서 편히 쉬며 독백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있기를 기다렸다. 겨울눈이 녹고 봄, 여름, 나무는 잎이 무성해지고 새들이 날아왔다 새들은 나무가지에 앉아 노래를 하며 쉬다가 갔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눌 '그'는 정작 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을, 들녁의 잔디도 황금빛으로 변하고 나무도 푸르른 잎에서 차츰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겨울이 오기전에 '그'는 오지않는가? 다시 겨울이 왔다. 그러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 그러나 나는 아직 기다린다. 나무와 의자 / 윤필립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 몽촌토성에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이곳은 옛 백제사람들이 살던 터전이었다. 유적도 발굴되고 언덕인줄 알았던 토..

- 그의 獨白 2022.12.15

Wedding III

오늘이 몇일일가? 우리는 온 세월을 함께 살고 있지 그대여, 우리는 온 삶을 함께 살고 있지 사랑하는 그대여,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살아가며 서로 사랑하고 우리는 세월이 무언지 모르고 삶이 무언지 모르고 사랑이 무언지도 모르지 - 쟈크 프뢰베르 오래전 대학시절, 지방에서 올라와 하숙을 하던 친구의 방엘가면 육교위에서 파는 커다란 복사사진액자가 걸려있었다. 축산업을 공부하던 농학도라서 그랬는지 푸른잔디가 바람에 나붓기는 구릉에 통나무 울타리가 넓게 둘러쳐있고 청바지에 첵크남방을 입은 사내가 기대서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하고 하얀 레이스가 달린 모자에 에이플런을 두른 여자가 송아지의 목을 끌어안고 앉아 남자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군에 입대하여 사천에서 근무를 할때, 쉬는 시간에 기타를 치며 노래..

- 그의 獨白 2022.11.23

A Wedding II

'평생 변하지않을 사랑만 할 수 있다면 반지하에서 시작할 수 있어요.' 나보다 열여섯살이나 많던 큰 누나는 한국전쟁이 끝나고나서 바로 여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원으로 근무를했던 신여성이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지다' '제니의 초상' '나의 청춘 마리안느.'등 흑백 서양영화를 보면서 영화속에서 여주인공들이 했던 헤어스타일,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양장, 높은 하이힐을 신고 다니던 큰 누나는 이태리의 미남배우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를 닮은 남성을 만나 연애를 하느라 밤이 늦거나 일요일이 되면 나를 데리고 나갔다. 그때 누나의 나이 불과 스물셋,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를 닮은 젊은 청년은 스물다섯이었다. 아직 전쟁의 포화가 식지않아서 젊은이들은 군대를 안가려고 병역기피자로 도망다니던 시대였다. 큰누나는 집안에..

- 그의 獨白 2022.11.22

A Wedding I

결혼은 나이가 찼다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그 시기를 벗어나면 안된다는 집안의 강압에 눌려 했던적이 있다. 결혼연령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했다. 아주 오래전, 우리가 농경사회일때는 토지를 많이 가지고 농사를 많이 지으면 부자집이었다. 그래서 밭에나가 일손을 거둔다던가 ... 순전히 노동착취 목적으로 일하는 여성으로 부모들의 거래로 결혼은 이루어졌다. 그래서 아직 다 자라지않은 남성에게 연상의, 과년한 여염집 딸을 데려와서 혼인을 시켰다. 그녀들은 밭일을 하고, 또 밤에도 적지않은 물레질이나 베틀짜기 등 가사를 해내며 일찍 손을 이어야한다고 어린나이에 육아까지 해내며 평생을 헤어날 수 없는 운명의길로 들어갔다. 그 사이 남성은 한양이나 동경으로 유학을 가서 신학문을 공부하며 신여성을 만나 새로운 연애에 눈..

- 그의 獨白 2022.11.21

11월 / November 2022

11월의 기차는 노을속으로 달린다 나는 불현듯 기차를 탄다 오래전 추억을 향해 달리는 기차 유년의 기억부터 드문드문 떠오르는 낡은 필름같은 기억들, 나의 기억들은 새롭게 지나간다. 가슴에 낙엽 한 장을 달고 11월의 창밖을 내어다본다 어딘가 낯 선 도시에서 내려 호기심과 두려움을 느끼며 누군가를 찾아보고싶다 그러나 한번 지나간 것들은 다시 오지 않는다 아, 이 지독한 고독과 낯설음이여. 우리는 평생을 이렇게 낯 선 도시를 떠돌며 살았다. - Chris Yoon

- 그의 獨白 2022.11.20

11월

그해 가을 문턱에서 다리를 절며 세월에 묻혀가던 날 지나가던 바람을 만났다. 그냥 스쳐가는 바람인 줄 알았다. 그 바람에 깨물린 자리가 덧나고 번져서 지금 죽을병이 되어버렸다. 이때쯤 되면 여지없이 죽을 듯 아파져서 정신도 내려놓고 무작정 산다. 고쳐보려고 애를 끓이고 별별짓꺼리 다 해봐도 영영 약이 없다. 이제 나는 그 바람곁에서 그 바람과 함께 걸어가고있다. 물린 자리를 고치려는 우매한 짓은 하지 않는다. 느끼는 아픔 그대로 죽지 않을만큼 그 정도로 살아내려 하고있다. 아린 가을날에 쓰디쓴 상처로 다리절며 단풍나무 목발을 짚고 간다. 묻지마라. 그해 가을 문턱이 얼마나 시렸는지는... 그해 가을 / 詩. 김낙필 11월의 첫날이다. 지난 해, 11월에 나는 어떻게 살고있었나? 말도마라. 숨이 턱에 차올..

- 그의 獨白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