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가을 문턱에서
다리를 절며 세월에 묻혀가던 날
지나가던 바람을 만났다.
그냥 스쳐가는 바람인 줄 알았다.
그 바람에 깨물린 자리가 덧나고 번져서
지금 죽을병이 되어버렸다.
이때쯤 되면
여지없이 죽을 듯 아파져서
정신도 내려놓고 무작정 산다.
고쳐보려고 애를 끓이고
별별짓꺼리 다 해봐도 영영 약이 없다.
이제 나는 그 바람곁에서
그 바람과 함께 걸어가고있다.
물린 자리를 고치려는
우매한 짓은 하지 않는다.
느끼는 아픔 그대로
죽지 않을만큼 그 정도로 살아내려 하고있다.
아린 가을날에
쓰디쓴 상처로 다리절며 단풍나무 목발을 짚고 간다.
묻지마라.
그해 가을 문턱이
얼마나 시렸는지는...
그해 가을 / 詩. 김낙필
11월의 첫날이다.
지난 해, 11월에 나는 어떻게 살고있었나?
말도마라. 숨이 턱에 차올라서 다섯발자욱을 떼어놓으려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아래에 기대서서 심장의 고동이 다시 제 기능을 찾을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걸었다.
터질듯한 심장의 고통, 퉁퉁부어오른 온몸, ... 그래도 병명을 알아맞추는 병원이 없어서 서울의 유명병원을 배회했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오래 앓았던 병, 그리고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혈액암, 아밀로이드의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는 치료되었다.
어떻게 그 어려운 항암치료가 끝났는지 이제야 지나간 날들이 정신이 든다.
그해 겨울의 문턱이 얼마나 시렸는지도.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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