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나무 이야기 31

나무 이야기 III

사람들은 예전에 문인이, 예술가가, 위대한 업적이나 작품을 남기면 자연, 즉 바위나 나무등 오래도록 변하지않는 것들에 그 이름을 걸어 그 사람의 대체물로 생각하고 기념하기 마련인가 보다. 황순원. 맑고 담백한 문체로 단편 '소나기'라는 못 이룬 첫사랑을 쓴 문인이다. 그 후, 그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리메이크되었다. 그리고 드라마의 O.S.T.도 신병하라는 작곡자의 작품으로 길이 남아있다. 그런데 시골 어느 동네에 '황순원 소나기 나무'가 있다. - 이 나무는 500년이 넘는 마을 수호신 당산나무입니다. 예부터 사람들은 '첫사랑' 나무라고도 불렀는데요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먼 이웃 마을 소년 소녀들까지 이곳 뒷동산에 올라와 몰래 쪽지를 주고 받고 이목을 피해 얼른 헤어지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나무 이야기 I

넓은 들판에 오리나무 한 그루 있었다. 어느 날, 나무가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버렸다. 나무는 죽지않고 이듬해부터 다시 물을 빨아올려 새싹을 밀어올리고 다시 가지를 만들어 무성해졌다. 아! 생명의 존엄성.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노인은 온갖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결코 쓰러지지않는다 노인은 뿌리깊은 나무다. - Chris Nicolas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침엽수잎 푸르게 솟아나는 길을 걸어 더 이상 아프지말고 걸어가면 나는 살겠다. 그렇다. 이렇게 우리의 생(生)도 끝나지않고 이길처럼 이어졌으면. 산에 사는 산짐승이여, 하늘을 나는 날짐승이여, 물속에 사는 물고기들이여. 나는 깊은 반성을 하며 오늘도 이 길을 간다 尹馝粒(윤필립) '담양'하면 떠오르는 나무가 2가지 있다. 하나는 대나무, 또 하나는 '메타세콰이어'다. 오래전부터 하늘 높이 솟은 메콰세콰이어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사계절 아름답다. 그러나 특히 5월의 연록색 녹음이 펼쳐지는 시기가 가장 아름답다. 외국에는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주로 군락을 이루어 산에 서식하고 있으며 이렇게 가로수길로 조성된 곳은 찾기 힘들다.즉 서양의 나..

겨울산, 겨울나무

이제 바람이 잦아들었는가 아니,... 아직도 눈(雪) 실은 구름은 머리 위에서 맴을 도네 이제 더 이상 길을 잃고 앞으로 갈 수도 없는 일 무섭다... 저렇게 밀려오는 구름이 두렵다 한때, 저토록 두렵게 밀려오던 젊은날의 시련들이 있었다 아직도 그 악몽을 떨쳐내지 못하고 나는 때때로 가위에 시달린다 그러나 의연히 버티어 내야지... 오늘도 雪山에서 보낸 구름속의 하루. 어느 바위틈에 숨어 눈보라를 피하며 나, 쉬었다 갈까 아니다. 저 벌판에 선 겨울나무를 보라 나무는 결코 바람을 피하지않고 눈밭에 의연히 서있다 나도 나무를 닮아 의연하게 비람과 맞서야지 머리 위에 눈(雪)실은 구름은 몰려 오고 구름위에서 태양은 비치네 올라가야할 암벽(巖壁)길은 쉴 틈을 주지 않는데 나, 뭘 망서리나 삶도 죽음도 바로 눈..

잊혀진 나무

숲에서 조금 떨어진 초원에 나무 한 그루 서있었다. 언제부터 였는지, 어찌하여 그토록 외롭게 서있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무는 한 쪽 가지가 없었다. 애초부터 없었던게 아닌듯, 한 쪽 가지가 베어져 있었다. 지난 날 나무는 양쪽 가지를 벌리고 하늘을 향해 서있었으리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나무는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있었다. 아무도 외팔이나무를 눈여겨 봐주지않았다. 나는 매일 나무를 찾아갔다. 그리고 말없이 나무를 쓸어안고 주변을 맴돌다왔다. - 넌 언제부터 여기 서있었지? - 한 쪽 가지는 왜 부러진거야? 알고싶었지만 묻지않았다. 어느날, 나는 나무와 높은 빌딩이 이야기하는걸 들었다. - 여보세요.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이곳에 서있었지요. 한때는 가장 높은 토성위, 가..

몽촌토성의 나홀로나무 (Lonly Tree)

나무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비가 와도 늘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내가 나무를 보기 시작한것이 나이 오십을 훨씬 넘긴 후 부터였다. 이제 나무도, 나도 나이가 들었다. 나는 나무를 위하여 열심히 사진을 찍고 시를 썼다. 어느 날, 그 나무는 나를 닮아있었다. 아니... 내가 나무를 닮아가고 있었다. 봄. 아무도 없는데 누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다 겨우내 헬쓱해진 나무가지가 아무 기척도 없이 내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는다 여름 그렇게 해서 시작된 나무와의 인연 햇살 맑은 어느날 나무와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나무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 내가 나무고 나무가 내가 되었다 가을 찬이슬 내린 어느날 히끗하게 잘 생긴 사내 하나가 길을 가다가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 사내의 눈빛은 형형..

그 남자의 독백 - 나무와 나

언제부턴가 나무 한 그루가 내 눈에 들어왔다 화사하게,... 꽃을 피우며. 약간은 파리하게, 조금 추워 보이는듯... 그렇게... 나무는... 나에게...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그 여린 시절의 봄날도 잠깐. 꽃잎은 파르르... 떨며 작은 바람결에도 꽃잎을 휘날리며 그에게서 떠나갔다. 어린 청춘. 사람들은 그를 보며 참으로 잘 생긴 젊은이라고 했다. 떡 벌어진 어깨와 단단하게 지탱하고 선 두 다리. 뜨겁게 끓는 피와 서슴없이 발기하는 남성. 무엇보다 그에게는 진실을 쫓아가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는 장성한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그의 푸르름은 주변을 에워 감싸안으며 편안함과 안식을 내주었다. 그는 존경을 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그를 시기하며 질타하는 무리들도 많았다. 고독한 나..

나무(木)에 관한 Esprit

- 이제부터는 시를 써야지 나는 이제 밤을 지새우며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 이것은 칠레의 시인 Pablo Neruda의 '詩'의 첫 구절. 이제부터 나는 조각을 해야지 나무를 깎고, 다듬고,... 늙어 쓰러진 고목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야지 이제야 나이 든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무의 일생을 알게된 나이, 이제부터 쓰러진 나무를 위해 조각을 해야지 이제부터 나는 내몸속에 있는 암세포들을 치료해야지 치료를 하면서 얼마나 더 살지도 몰라 그러나 쓰러진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듯 계속 치료를 해야지 그리고 죽은나무에 조각을 하며 밤이면 진실된 시를 써야지 이제야 나이 든 나무와 이야기를 하게되었어 인간들의 언어가 싫어질 무렵 나무의 이야기가 비로서 내 귀에 들어온거야 어느날 사우(寫友)에게서 ..

나이든 은행나무 하나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II - 윤필립

나 이 든 은 행 나 무 하 나 가 내 안 으 로 들 어 왔 다 나이든 은행나무 하나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윤필립 두물머리 지나고 양평 산협을 돌아 해저물녁의 용문산 사찰입구에서 보았다 꺾이고 상처입었으나 무성한 잎으로 온 몸을 두르고 의연하게 서있는 천년 은행나무 한 그루를 바람에게 한쪽몸 내어주지 않고 저 생명 여기까지 버티긴 택도없는 일이었을게다 비우지 않으면 전부를 잃는 다는 걸 어찌 알았을까? 우뚝 선다는게 험난한 한 세상이란 걸 또 어찌 알았을까? 이제 모진 태풍 거칠것없고온갖 역경 탓 하지않는 옹이마저 힘이 된 저 은행나무 한 그루 나는 천년 은행나무 앞에서 가슴을 열었다 그리고 내가 가져온 소식들을 펼치며 수백년 묵은 또 다른 은행나무의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나이가 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