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나무 이야기

그 남자의 독백 - 나무와 나

Chris Yoon 2022. 1. 24. 03:48

언제부턴가 나무 한 그루가 내 눈에 들어왔다

화사하게,... 꽃을 피우며.

약간은 파리하게, 조금 추워 보이는듯...

그렇게... 나무는... 나에게...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그 여린 시절의 봄날도 잠깐.

꽃잎은 파르르... 떨며

작은 바람결에도 꽃잎을 휘날리며

그에게서 떠나갔다.

 

 

어린 청춘. 사람들은 그를 보며 참으로 잘 생긴 젊은이라고 했다.

떡 벌어진 어깨와 단단하게 지탱하고 선 두 다리.

뜨겁게 끓는 피와 서슴없이 발기하는 남성.

무엇보다 그에게는 진실을 쫓아가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는 장성한 한 그루의 나무가 되었다.

그의 푸르름은 주변을 에워 감싸안으며 편안함과 안식을 내주었다.

그는 존경을 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그를 시기하며 질타하는 무리들도 많았다.

고독한 나무.

그때부터 나무의 고독은 시작되었다.

 

 

하루, 하루... 나무는 아름다웠다.

붉게 물든 그의 두 뺨은 홍조를 띄우며 수길 땅 밑으로는 힘차게 물을 빨아 올렸다.

한 장, 한 장... 매달고 있는 붉게 물든 잎새들마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아! 그의 가을이었다.

 

 

모든것들을 떨구어내고 혼자 서 있어야 하는 시기.

이제 혼자 남아야한다.

지난 날들이여 안녕! 혼자 인사를 해본다.

그렇게 노년은 소리소문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다.

 

 

정말 혼자가 되었다.

바람이 이따금 불어오며 먼 곳의 이야기를 속삭여 주었다.

이젠 외롭지 않아... 나무는 지난 날들을 생각하며 혼자 서 있을 수 있었다.

 

 

눈이 내렸다. 가지위로 눈이 소복히 쌓였다

나이 든 조각가가 찾아왔다.

그는 나무가지를 손으로 쓸어보고 그 아래 앉아서 쉬다갔다.

조각가는 봄이 오면 죽어서 나무 아래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말했다.

"우린 오래전 부터 알고 있었지... 그러나 젊었을때는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어."

글 / 사진 Chris Yoon

 

 

 

 

Ralph Zurmuh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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