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나무 이야기

나무(木)에 관한 Esprit

Chris Yoon 2022. 1. 23. 05:26

 

- 이제부터는 시를 써야지
나는 이제 밤을 지새우며
가장 슬픈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
이것은 칠레의 시인 Pablo Neruda의 '詩'의 첫 구절.

이제부터 나는 조각을 해야지
나무를 깎고, 다듬고,...
늙어 쓰러진 고목에 새 생명을 불어 넣어야지
이제야 나이 든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무의 일생을 알게된 나이,
이제부터 쓰러진 나무를 위해 조각을 해야지

 

이제부터 나는 내몸속에 있는 암세포들을 치료해야지

치료를 하면서 얼마나 더 살지도 몰라

그러나 쓰러진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듯

계속 치료를 해야지

그리고 죽은나무에 조각을 하며 밤이면 진실된 시를 써야지

이제야 나이 든 나무와 이야기를 하게되었어

인간들의 언어가 싫어질 무렵

나무의 이야기가 비로서 내 귀에 들어온거야

 

 

 

 

 

 

어느날 사우(寫友)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이 사는 농막 뒷산에 쓰러진 나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나무를 보고 조각을 하고싶어졌단다.

사우(寫友)의 부탁을 받고 몇십년동안 안쓰던 조각도(彫刻刀)를 꺼냈다

우리는 여름에서 가을까지 양평의 산기슭 농막에서 조각을 하기로했다

 

얼마후 사우(寫友)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무를 가지러 올라가보니 나무가 썪어서 조각을 못하겠다고.

그러면 그렇지.

시와 조각은 아무때나 하고싶다고 되는게 아니다.

죽기전에 다시한번 조각을 하며 시를 쓸 수 있을런지..?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