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나무 이야기

晩秋 Series 1 - 노란 은행나무가 있는 언덕

Chris Yoon 2021. 11. 12. 04:10

 

 

노란 은행나무가 있는 언덕           윤필립


노란 은행잎 떨어지기 시작하면
나는 그 언덕을 찾아가네
그곳은 나의 비밀스런 추억이 깃든곳
나는 그곳에서 그녀가 들려줬던 이야기를 떠올리네
그녀가 들려줬던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오늘 밤 나는 은행잎을 닮은 노란나비가 될거야
그리고 당신의 곁으로 가야지
그래야 당신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테니까

그녀가 잠든 곳, 내 영혼이 잠들 곳
당신은 결코 알지 못해
나와 당신은 노란 은행잎으로 덮힐거야


오늘 밤 나는 나비가 될거야
그리고 당신은 촛불을 밝히지 않아도 돼

나는 순순이 당신을 따를테니까
내 영혼이 잠들곳
언덕위의 노란 은행나무가 있는 곳

오늘 밤 나는 노란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 오를거야
그리고 당신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을거야

나는 당신을 따를테니까
내 영혼이 잠들어 있는곳
언덕위의 노란 은행나무가 있는 곳에서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추억이 깃든 비밀스런 장소가 있다
나의 비밀의 장소는 몽촌토성위에 오랜동안 자리를잡고 서있는 수백년 묵은 은행나무 아래이다.
내 나이 서른아홉살에 나는 그녀를 그 고목아래에서 만났었다
아침 산책길에 우연히 만난 그녀, 나보다 나이가 열다섯살이나 많았다
우리나라 최초로 우리의 고전문학을 번역하여 미국에 전한 여자,
이름있는 대학의 文科大學長,
미국에서 어린나이에 케리쿠퍼를 만나 파티에서 춤을추었던 영특한여자,
알고보니 꽤 유명인사였다
그 여자는 내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의 지식을 살찌워 주었다
나는 그언덕 은행나무 아래서 내가 가보지못한 넓은 세상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세계를 상상하며 꿈을 꾸었다
The Reader(책 읽어주는 사람)의 케이트 윈슬렛같이 만날수록 묘하게 접근해 오던 그여자는
찬 이슬내린 언덕에서 어느날 내게 말했다
나이 차이가 많은 남편은 병석에 누워있는지 이미 오래라고,
그리고 내가 첫사랑의 연인을 닮았다고.
겨울이 오면서 나는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묘한 팜므파탈의 연상녀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지금도 그녀의 아슴프레한 환상은 아직 남아있다

 

 

 


사진설명 / 上. 내가 처음 몽촌토성에 왔을때,
그때 그 곳에는 덩그러니 은행나무 한 그루만이 서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곳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생겨났다
그 은행나무는 수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으리라
보고도 못 본체, 알고도 모르는체.

下. 그 자리, 두 사람이 앉았던...
지금도 멀리 은행나무가 있는곳을 지나노라면 그곳에 앉아있는 두 사람의 환영을 본다
가까이 붙어앉아 여자는 조용조용 교양있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남자는 말없이 끄덕이며 듣고만있다

 

 

Chris Nico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