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여관 심재휘 나는 떠날 때부터 이 강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마지막 단추를 꿰며 닥쳐올 산책과 해안도로 너머의 일몰을 예감하듯 그곳으로 떠나는 우리의 여행은 지나치게 즐거웠습니다 세상에는 오직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어느 생애와 눈을 떠도 감아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또 다른 생애만 있을 뿐이었구요 나는 그곳의 달빛 속에 당신을 몰래 버리고 왔습니다 나는 이 강의 어느 먼 기슭쯤에 살며 오늘도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바닷물이 밀려오거나 혹은 밀려나갈 때처럼 무수히 나를 용서하세요 내가 천천히 흘러 강 하구에 이르더라도 다시 그 섬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달빛에 떠도는 섬 하나는 되겠습니다 강화도 바닷가의 어느 바람 부는 여관 아직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대를 생각하겠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