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중국인 맹인 안마사 심재휘

Chris Yoon 2022. 9. 10. 06:20

 

 

 

중국인 맹인 안마사                심재휘

 

상해의 변두리 시장 뒷골목에

그의 가게가 있다

하나뿐인 안마용 침상에는 가을비가

아픈 소리로 누워 있다

주렴 안쪽의 어둑한 나무 의자에 곧게 앉아

한 가닥 한 가닥

비의 상처들을 헤아리고 있는 맹인 안마사

곧 가을비도 그치는 저녁이 된다

간혹 처음 만나는 뒷골목에도

지독하도록 낯익은 풍경이 있으니

손으로 더듬어도 잘 만져지지 않는 것들아

눈을 감아도 자꾸만 가늘어지는 것들아

숨을 쉬면 결리는 나의 늑골 어디쯤에

그의 가게가 있다

 

- 시집 <중국인 맹인 안마사> 2014 문예중앙

 

 

 

 

 

 

시인은 언젠가 상해의 변두리 시장 뒷골목을 배회한 적이 있었나보다.

그러다가 맹인 안마사에게 지친 몸을 맡겼던 적이 있었을것이다.

나도 중국을 여행하며 맛사지를 받아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파라핀 촛물에 발을 담그고 있게하다가 촛물이 굳으면 그것을 벗겨내며 점점 안마사의 손길이 위로 올라온다.

처음 경험하는 묘한 기대감과 야릇한 흥분이 인다. 

안마사의 손에 점점 힘이 가해지며 뼈마디를 자극할때마다 피로감이 풀리며 나른한 수면속으로 빠져 든다

 

안과 밖의 경계를 주는 주렴 밖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맹인 안마사는 고작 안마용 침상 하나를 놓은 가게 안 나무 의자에 곧게 앉아 바깥을 내다본다.

하늘에서 지면으로 늘어뜨린 가을비의 주렴 속에서 회색빛으로 가라앉은 낯선 도시 뒷골목은 처연하다. 그것이 처연한 것은 그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의 처연함이 겹쳐진 탓일것이다.

곧 가을비가 그치고 추석 한가위가 온다. 그리고 가을의 그림자를 밟으며 고향으로 향할것이다.

중국은 중추명절이 대대적으로 우리보다 길고 거창하다.

민족의 대이동이란 말이 떠오르듯 고향을 찾아가서 즐긴다.

기회가 있어서 나도 중국으로 가서 추석을 보내고 온적이 있다.

만리장성이고 자금성이고 인파의 대행렬이고 본시 시끄러운 민족들이라보니 가는곳마다 피곤하였다.

어느새 중국인 맹인 안마사가 늑골 어디쯤에 들어와 앉으며 자리를 잡는다.

상해의 변두리 뒷골목에서 만난 맹인 안마사가 그랬듯이 우리도 살다보면 세상의 하염없이 쓸쓸한 풍경을 내다보는 날들이 더 많아 질것이다.

 

- Chris Yoon

 

 

 

Shanghai , 上海

 

동중국해 연안에 있으며 북으로 양쯔 강[揚子江] 어귀와 남으로 항저우[杭州] 및 위판 만[玉盤灣]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전체면적에는 상하이 시뿐 아니라 주변의 교외지역과 내륙의 농업지역도 포함된다. 중국에서 가장 인구가 조밀한 도시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상하이는 중국의 항구 중 서방 무역을 최초로 개방한 항구로 오랫동안 중국의 상권을 독점해왔다

베이징이 중국 정치의 중심이라면, 상하이는 중국 경제의 핵심이다. 작은 어촌에 불과했던 상하이의 근대 200년 역사는 어떤 소설과 영화보다도 흥미진진하다. 1842년 아편전쟁 종결을 위해 영국과 체결한 난징조약은 상하이를 ‘아시아 최대의 금융시장’으로 변모시켰다. 푸둥 강변을 따라 유럽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와이탄의 건물들이 바로 당시를 주름잡았던 금융의 중심가이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상하이는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 3위의 금융시장으로 급성장하면서 ‘아시아의 월 스트리트’라는 애칭을 부여 받았다. 30여 개에 달하는 외국계 은행들이 진출해 100년 가까이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1949년 공산당에 의해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외국 자본가들이 홍콩, 싱가포르 등지로 떠났기 때문이다.

상하이가 긴 잠에서 깨어난 것은 1978년 개혁 · 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다. 2011년에는 싱가포르를 밀어내고 세계 제1의 컨테이너항에 등극했다. 최고급 브랜드숍이 밀집한 거리, 분위기 좋은 노천의 카페와 갤러리가 모여 활기찬 대도시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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