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自作 詩 106

流 謫 (유적)

流 謫 (유적) 그리움이 멈추는 날 나는 죽음에 다다를 것이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 남겨진 시간을 위해 루프트한자에 몸을 싣고 미루고 미뤄왔었던 당신의 흔적들을 찾아 나설지도 모른다 그토록 애가 타게 나를 지탱해주었던 사랑의 식탁들을 로렐라이 고양이城 해자에 쏟아버리고 회색빛 가스등아래서 당신과 나누었던 키스자국들을 아직도 장년의 꿈속에 곤히 잠들어 있는 바하만의 혹독한 시간으로 되돌려 놓치 않으면 안된다 찬비 내리는 유월의 라인강 상류로 거슬러 당신이 남기고 간 검은 스웨터에 한기를 온통 두르고 알프스 산맥에서 뿜어나오는 광맥을 가슴에 넉넉히 담은 채 열사의 아라비아 사막을 깊이 재운 밤 별자리를 따라 20세기 북쪽끝 녹아난 꿈에 잠들어 있는 유일한 바다 인도양을 지나 푸른 밤에 더욱 빛을 발하는 네온에..

- 그의 自作 詩 2022.06.22

6월 - 어떤이의 꿈

어떤이의 꿈 6월이 시작되고 나뭇잎들을 스치는 바람이 불고 햇살이 눈부십니다. 몸이 아풉니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입니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은 나무가지사이로 바람이 스쳐지나가고 꽃이피고 햇살이 눈부시고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늘높이 올라가며 천국같은 세상입니다 멈추었던 분수가 하늘높이 치솟아 올라갑니다 높이 오르는 물보라에 무지개도 떴습니다 나의 꿈도 분수처럼 솟아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분수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소리쳐봅니다 나는 살고싶다고 나는 더 살아야한다고 두 해전만해도 건강했는데 나는 불치의 병에 걸렸습니다 경쇄 침착 아밀로이드(AL Amyloidosis) 나는 아풉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생명을 연장시키려 애씁니다 밤마다 항암주사의 부작용에 시달리며 ..

- 그의 自作 詩 2022.06.07

6월 - 6월의 기도

구름이 낀 날은 새들의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스마트폰 하나만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섭니다 동트는 하늘 구름속에서 새들이 날개짓을하며 울어댑니다 새들은 자신들에게 닥칠 운명을 미리 안다고합니다 그래서 재난이 오기전에 떼를지어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고합니다 한낱 새들도 자신의 운명을 아는데 지금 나의 생은 어디쯤 와있는지요 오래 전부터 죽음을 생각하며 유서를 씁니다 그러면서 이생에서 다 못한 일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예술가의 생애, 즉 미술이라던가 음악, 문학, 그리고 다못한 사랑들입니다 한평생을 그렇게 살았지요 내게 젊은날의 죽음이라던가, 그리움이라던가 하는 그 단어들은 얼마나 치기어리고 사치스런 감정이었는지요. 고등학교시절, 영어시간에 낭만파 시인들이 꽃가루병에..

- 그의 自作 詩 2022.06.04

천년의 사랑

큰 나무가 쓰러졌다 큰 나무가 쓰러진 옆에 붓꽃이 피었다 오늘도 쓰러진 큰 나무를 붓꽃이 지킨다 큰 나무가 쓰러진지 어언 2년. 아직 붓꽃의 슬픔은 가시지않았다. 아니,... 새록새록 큰 나무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슬픔은 더 깊어진다 붓꽃은 큰 나무의 기제(忌祭)를 차리기위해 시장을 돌며 재료들을 사다가 김치를 담고 떡을 맞추고 나물거리를 손질하고 생선을 다듬어 포를뜨고 과일을 정성드려 닦았다 큰 나무가 쓰러진날을 기억하며 자손들은 모일것이다 효심이 지극하여 아직도 큰 나무가 쓰던 방에 들어가면 눈물을 짓는 큰놈, 큰 나무를 닮아 빠진것없이 세세하게 밤을 새워 젯상에 올릴 제수(祭需)를 준비해올 막내 딸. 큰 나무를 떠나 집을 외면한체 찾아오지도 않는 놈. 큰 나무는 쓰러졌어도 이들을 보면서 한숨 지을것이..

- 그의 自作 詩 2022.05.04

4월, 죽음의 축제 - 윤필립

4월, 죽음의 축제 윤필립 어제는 피느라 힘들었고 오늘은 지느라 힘들었네 세상일이 모두 다 그렇듯 꽃잎피고 꽃잎 지면서 그 영혼들 달래주는 노랫소리 들린다 휘날리는 꽃잎 바람결 따라 가보면 무수히 흩어져있는 꽃잎의 죽음들 그 꽃잎 보다 나, 이렇게 빈 전철역에 혼자 앉았네 그 꽃잎들 다 어디로 가는가 나 또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마냥 기다리네 그래도 나, 이렇게 웃고 있지 않는가! 어제는 봄 햇살 한 줌에 꽃 봉오리 터뜨리고 화사하게 웃어주며 사랑을 하자더니 오늘은 파리한 얼굴로 죽음을 맞네 그런 사랑이었다면 왜, 그리 순결한 몸으로 일찍 나를 찾아 왔었니 채 한 달도 하지 못할 사랑이었던 것을 눈치 챌 겨를도 주지않고, 이 봄날 밤낮으로 화사하게 웃으며 안기더니 바람 한 줄기에도 떨어져 날아갈 가련..

- 그의 自作 詩 2022.04.18

2022년 목련(木蓮)

木蓮 지난 겨울부터 목련이 몸살을 앓는것을 지켜 보았다 항암치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 가만히 목련나무 아래에 서서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목련은 추위에 떨며 온힘으로 싹을 티우며 꽃망울을 준비했다 목련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며 나는 심한 부종에 시달리며 아밀로이드증을 앓았다 밤마다 흥건하게 흘린 땀과 아픔을 동반한 통증으로 질펀하게 내지른 땀이 하얀 침구를 얼룩지게 했다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인한 불면으로 텅 빈 머리로 일어나 컴퓨터를 붙잡는 날이 많아졌다 목련의 봉오리가 터지고 하얀 꽃잎이 펼쳐지는 소리를 들으며 어둠속에서 혼신을 다하여 자판기를 치며 글을 썼다 내가 쓴 글들은 어둠을 타고 들을 건너 밤안개 자욱한 봄 강을 건너서 남녁으로 흘러갔다 멀리 바닷가에서 사는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으며 나의 무운을..

- 그의 自作 詩 2022.04.16

꽃놀이

꽃이 지천이다 꽃놀이 가자 매일 뜨는 태양, 해마다 피는 꽃이 같을 수 없듯 나의 이번 봄날은 다시 오지 않으리 꽃들이 지기전에 아이야, 꽃놀이 가자 겨울을 지내고 寫友의 농막을 처음 찾아간다 지난 겨울 그렇게 춥더니, 봄이 오지 않을것 같더니, 어느새 숲이 연록색으로 물들었다 寫友의 농막은 마을의 맨 꼭대기에 있어서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제법 좋다. 특히 안개가 끼었거나 앞산 골짜기로 비를 먹은 구름이 지나가면 더 할 나위없다 寫友의 농막에 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산도화(山桃花)는 어느새 혼자 만발했다가 지는 중이고 비비추는 아직 어린 잎만 무성하다 아랫마을 비탈길녁에는 사과꽃, 배꽃이 만발하였고 제비꽃은 돌아래 납짝 엎드려 피었다. 봄날이 속절없이 가는데 산비탈 양지쪽 산도화(山桃花)가지에 새집을 달아주..

- 그의 自作 詩 2021.12.01

바다는 잘 있습니다 I

오랜 장마. 나는 도시가 싫어 바다로 떠났다. 바다는 폭풍이 일고 노여움을 풀지않은채 모든것을 거부하고 있다. 어떻게해야 바다의 노여움을 풀 수 있을까? 방법이 없다. 성난 파도가 잠들때까지 내버려 두어야한다. 바다를 두고 오는 길, 누가 묻거들랑 이야기하리라 '바다는 잘 있습니다'. 나는 바다를 보고 도시로 돌아왔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코로나 전 세계 확진자 수 : 19,871,795명, 사망자 합계 : 731,503명, 완치자 합계 : 12,123,988명 중국 홍수 이재민 : 4500만명, 피해규모 20조, 국내 폭우 이재민 : 2,500명, 사망 : 17명, 실종 10명. 전광판으로 주요 뉴스가 흐른다. 차라리 성난 바다가 더 나았어.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 그의 自作 詩 2021.12.01

나도 네 이름을 간절히 부른 적이 있다

약간 취해서 전화를 건다 계속 신호만 가는 소리 빈 정적을 울리며 되돌아온다 간교한 여우도 피를 빠는 흡혈박쥐도 치명적인 독을 가진 뱀도 자기의 애틋함을 전하려 애쓰는 누군가가 있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애틋함을 갖는 순간 간교함은 더욱 간교해지고 피는 더욱 진한 피냄새를 풍기며 독은 더욱 독한 독기를 품는다 너도 내 이름을 간절히 부른 적이 있다 돌이켜보면, 결국 네가 네게 깊이 취했던 시간이었다 * 인용

- 그의 自作 詩 2021.12.01

별, 그 사랑 이야기 II

내게 별빛 한 줄기 달려오는데 140억년이나 걸렸단다 오직 내게로만 오는데. 별과 나의 운명은 애초부터 멀리 떨어져 있도록 예정되어 있었던가? 수천 광년을 달려가도 만나지 못하는 거리 별이 밤마다 반짝이는 것은 아득한 세월 우주를 떠돌던 외로움 때문이란다 그대, 아는가? 그대를 사랑하면 그 외로움으로 허공 중에 표류하여 나 또한 별이 된다는 것을. Moises Daniel - Solo Quiero Caminar (2019) Sngle Solo Quiero Caminar (5:12)

- 그의 自作 詩 202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