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自作 詩

6월 - 어떤이의 꿈

Chris Yoon 2022. 6. 7. 01:17

 

어떤이의 꿈

 

 

6월이 시작되고 나뭇잎들을 스치는 바람이 불고
햇살이 눈부십니다.

몸이 아풉니다

항암치료의 부작용입니다

그러나 주저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세상은 나무가지사이로 바람이 스쳐지나가고 

꽃이피고 햇살이 눈부시고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늘높이 올라가며

천국같은 세상입니다

 

멈추었던 분수가 하늘높이 치솟아 올라갑니다

높이 오르는 물보라에 무지개도 떴습니다

나의 꿈도 분수처럼 솟아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분수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소리쳐봅니다

나는 살고싶다고

나는 더 살아야한다고

 

두 해전만해도 건강했는데

나는 불치의 병에 걸렸습니다

경쇄 침착 아밀로이드(AL Amyloidosis) 

 

나는 아풉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생명을 연장시키려 애씁니다

밤마다 항암주사의 부작용에 시달리며 통증으로 잠을 깹니다

낮에는 제 기능을 못하는 심장으로 답답함을 견디지못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길게 내쉬곤합니다

 

내가 어찌될지는 나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 분수처럼 내 심장도 힘차게 박동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옛날처럼 높은 산에도 오르고

차가 다니지않는 길은 걸어서 여행도 다니고싶습니다

 

 

또 다른 혈액암환자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유년을 보낸 사내는 소도시에서 화공약품을 취급하며 살았습니다

그의 꿈은 평생 가져보지 못했던 것을 누려보는 것.

그것은 자신의 집 거실 소파에 앉아 넓은 화면의 T.V.를 보는 것이었답니다

그가 그 꿈을 이루기위해 부단히도 노력할때 그는 이미 혈액암에 걸려 있었고

치료를 받기로도 늦었다고 합니다

그는 암에 걸리고도 돈을 벌어 작은 집을 구입하고 리모델링을 시작했습니다

힘이들고 쓰러질듯 아파도 공사현장으로나와 자신의 집이 완성되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집이 완성되고 그 집에 소파와 넓은 T.V.를 들여놓고 그의 생명은 끝이났습니다

그토록 소박하고 작은 꿈을 가졌던 사내,

세상은 그 소박하고 작은 꿈도 이루어내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나의 꿈도 그 사내의 나이였을적에는 그 사내와 똑같이

나의 집 거실 소파에 앉아 넓은 화면의 T.V.를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실현된 지금,

아밀로이드 혈액암 진단을 받고 쓸쓸하게 앉아 넓은 화면의 T.V.를 혼자 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좀 더 살기를, 앞으로 20년만 더 살기를 기도하며 꿈꾸고있습니다.

하느님이 계신다면 하느님께 묻고싶습니다.

아무것도 가진것 없던 젊은이가 자신의 노력으로 작은 꿈부터 차곡차곡 이루어놓고

그 속에서 좀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지막 꿈. 그 꿈이 과분한 욕심일까요?  

 

6월, 신록이 푸르른날, 내가 꿈꾸는 간절한 마지막 꿈

그 꿈이 저 분수처럼 높이 솟아올라 하늘나라까지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 6월, 어떤이의 꿈 /尹馝粒(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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