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죽음의 축제 윤필립
어제는 피느라 힘들었고
오늘은 지느라 힘들었네
세상일이 모두 다 그렇듯
꽃잎피고 꽃잎 지면서
그 영혼들 달래주는 노랫소리 들린다
휘날리는 꽃잎 바람결 따라 가보면
무수히 흩어져있는 꽃잎의 죽음들
그 꽃잎 보다 나, 이렇게 빈 전철역에 혼자 앉았네
그 꽃잎들 다 어디로 가는가
나 또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마냥 기다리네
그래도 나, 이렇게 웃고 있지 않는가!
어제는 봄 햇살 한 줌에 꽃 봉오리 터뜨리고
화사하게 웃어주며 사랑을 하자더니
오늘은 파리한 얼굴로 죽음을 맞네
그런 사랑이었다면
왜, 그리 순결한 몸으로 일찍 나를 찾아 왔었니
채 한 달도 하지 못할 사랑이었던 것을
눈치 챌 겨를도 주지않고,
이 봄날 밤낮으로 화사하게 웃으며 안기더니
바람 한 줄기에도 떨어져 날아갈 가련한 운명이었다면
애당초 그 사랑 시작이나 하지 말았어야지
어이하여 내 온몸을 불태우고
이렇게 속절없이 떠나가는 것이냐
나는 오늘도 네가 떠난 자리에 와서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다
우리의 4월, 이제 죽음의 축제는 시작되었다
네가 떠난 자리에서 나도 갈 것이다
온통 꽃세상이다.
문을 열고 나서면 落花들로 죽음의 세상이다.
벚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높이 날랐다가 떨어져 함께 모여있다
길위의 꽃잎들은 그렇게 모여있다가 어디론가 또 불리워 갈것이다
물위에 떨어진 꽃잎들은 함께 모여서 떠내려가기를 거부하는듯 떠있다
모두 슬픈 풍경들이다.
이렇게 일찍 가려거든 차라리 이른 봄날 오지도 말지...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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