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406

'삶이라는 직업'중에서「세상 모든 원소들의 백색소음 - 박정대

세상 모든 원소들의 백색소음 박정대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세상을 가져 온다 바나나가 그려진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열어 음악을 들으면 눈밭 위에 앉아 짹짹거리는 작은 새들의 소리처럼 그리운 소음 소음이 그리운 날은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빠져나와 하루 종일 닉 케이브를 듣는다 닉 케이브라는 소음의 천사를 나는 예전에 알았다 그가 전직 천사였다는 것을 안다 너무 아름다운 노래 때문에 타락 천사가 된 그를 나는 인간적으로 듣는다 그의 노래는 여전히 소음 속에서 침묵을 추구한다 한없이 떠들어야지만 더욱더 견고한 고독이 완성되므로 여전히 사랑에 빠져 노래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안쓰럽다 왜 그가 타락 천사가 될 수밖에 없었는가를 말해준다 사실 말은 필요 없는 것이다 세계가 우리의 비극을 감싸 안으므로 우리는 장엄하..

- 그의 애송詩 2021.10.09

젖은 빨래

당신은 비보다 꼭 한 걸음 늦었다 그래서 꼭 그만큼 걷지 못한 빨래가 비를 맞고 있었다 꼭 그만큼 시간이 늦어져서 꼭 그만큼의 생이 뒷걸음질로 밀리고 있었다 - 이안 의 시집『목마른 우물의 날들』중에서 발췌 - 외출에서 돌아오니 비가 오네요. 윗 詩가 떠올라 올립니다. 그러나 윗 詩를 보면서 차라리 행복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천천이, .. Andante... Largo.... Adagio..... 그렇게 사는게 분명 행복할 것입니다.

- 그의 애송詩 2021.10.09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 김선정

내가 詩의 무대로 떠올렸던 Italy, Cinque Terre... 이곳에서 나는 아랫 詩를 떠올렸다 계속되는 장마로 서재에 틀어박혀 영화와 책들을 들추다 보니 몇일간 계속 Blog에 올린 '바다에 관한 명상- 시리즈'에 詩 한 편을 더 올리고 끝낼까 합니다. 이번에도 바다에 얽힌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실, 해외 이민 생활이 그다지 행복하고 쉽지만은 않습니다. 여기 외국의 어느 바닷가 절벽 위 마을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부부싸움을 하고 바닷가로 달려나온 여자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그 배경상황과 심리묘사가 눈에 선합니다. 외국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높은 절벽위에 해안마을이 즐비합니다. 이태리의 소렌토, 포지타노, 나포리, 그리스의 산토리니... 모두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집들도..

- 그의 애송詩 2021.10.09

항구수첩 - 이외수

2011. 8. 3. 늦은 밤 다방에는 음악이 없었다 한 여자가 흐린 조명 아래서 음악의 부스럭지를 비질하고 있었다 어둠의 바다 정어리떼의 비늘이 희끗희끗 떠다니고 있었다 바바리코트를 펄럭이며 한 사내가 방파제 위에 서 있었다 여기는 바다 그대 그리우면 돌아갈 것임... 편지를 쓰고 싶었다 허이연 바람이 밀려가고 있었다 다시금 날이 밝고 있었다 생이손을 앓으며 뒤채인 지난 밤이 하얗게 표백되고 있었다 부두에는 목선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인부들이 밤의 시체를 져 나르고 있었다 월요일 다시 개임 다시 햇살 너무 멀리 떠나와 있었다 이외수 詩 ********************************************************** 윗 詩는 이외수씨의 '항구수첩'이라는 詩이다. 마치 김승옥씨의..

- 그의 애송詩 2021.10.09

가포(歌浦)에서 보낸 며칠 - 최갑수

가포(歌浦)에서 보낸 며칠 한동안 가포에 있는 낡은 집에 가 있었다 늙은 내외만이 한 쌍의 말간 사기 그릇처럼 바람에 씻기며 살아가고 있는 바닷가 외딴집 바다 소리와 함께 그럭저럭 할 일 없이 보고 싶은 이 없이 참을 만했던 며칠 저녁이면 바람이 창문에 걸린 유리구슬 주렴 사이로 빨강 노랑 초록의 노을 몇 줌을 슬며시 뿌려주고 가기도 했다 손톱만한 내 작은 방에는 구름처럼 가벼운 추억 몇 편이 일렁이며 떠 있기도 했다 그 집에 머물던 며칠 동안 내 가슴속 아슴하게 오색 물무늬가 지던 그러한 며칠 동안 나는 사랑이라든가 사랑이 주는 괴로움이라든가 하는 마음의 허둥댐에 대하여 평온했고 그러다가 심심해지면, 그런 허둥댐의 덧없음에 대하여 다 돌아간 저녁의 해변처럼 심심해지면, 평상에 모로 누워 아슴아슴 귀를 ..

- 그의 애송詩 2021.10.09

Childhood Remembered

Childhood Remembered 후레쉬맨 시절 안개비 내리던 봄날 '兄'과 나는 한동안 버-스로 통학을 했었다. 가끔씩 타이어가 펑크나서 짬이 생기면 대평리 너른 들판에 시원스레 흔들리는 호밀밭을 보았지... 감히, 대학 일년차가 '모딜리아니'의 누-드 畵集을 겁도없이 가지고 다녔으니! 계면쩍게 '兄'은 말했었지..."겉 표지는 가리울수 없냐"고 나를 바라보았던 그의 시선은 얼토당토 않은 別種으로 보는 듯 했다 수업이 비어있는 날은 어두컴컴한 지하다방에서 음악감상(?)을 했다 Crazy love, If you go away, Top of the world... 아무튼 그 때는 '카펜터즈'의 전성기였다 회색으로 가라앉은 저녁하늘 소리없이 흩어지는 안개비 가로등의 夢幻的 불빛! 연두빛으로 가지를 길게 ..

- 그의 애송詩 2021.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