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詩의 무대로 떠올렸던 Italy, Cinque Terre... 이곳에서 나는 아랫 詩를 떠올렸다
계속되는 장마로 서재에 틀어박혀 영화와 책들을 들추다 보니
몇일간 계속 Blog에 올린 '바다에 관한 명상- 시리즈'에 詩 한 편을 더 올리고 끝낼까 합니다.
이번에도 바다에 얽힌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실, 해외 이민 생활이 그다지 행복하고 쉽지만은 않습니다.
여기 외국의 어느 바닷가 절벽 위 마을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부부싸움을 하고 바닷가로 달려나온 여자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그 배경상황과 심리묘사가 눈에 선합니다.
외국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높은 절벽위에 해안마을이 즐비합니다.
이태리의 소렌토, 포지타노, 나포리, 그리스의 산토리니... 모두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집들도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그런곳에 사는 한국인 부부가 그다지 여유있지 않은 삶을 살며
빈번하게 다투고, 뛰쳐 나오고, 자살을 꿈꾸고, 뜨겁게 화해하는 과정의 심리묘사가 잘 돼 있습니다.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하늘처럼 멀리 있는 사람,
바다처럼 닿지 못할 사람문을 박차고 나왔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창백한 눈만 꿈틀거릴 뿐
어둠 속엔 아무도 없다.
정처없이, 언덕의 집들사이로 난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며 나는 모른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집집마다 켜진 등불 사이로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정겹다.
저 앞에 한 무리의 검은 물체들이 보인다.
부부싸움 뒤의 우울한 나의 걸음이
그들에게 불미스런 빌미가 될 수도 있겠다싶어
무슨 급한 볼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걸음을 서둘러 위장한다.
술취한 그들이 예상외로 얌전하다.
어느 새, 한기가 뼈 속까지 침투한다.
정신없이 나온 나의 얇은 옷차림에
바다바람과 진눈깨비는 너무 잔인하다.
부두가 보인다.
바닷물이 높게 일렁이고,
나의 서러운 마음도 높게 일렁인다.
세상에 혼자 깨어있는 쓸쓸함.
이국에서의 삶을 하소연할 상대가 없는 오래묵은 침묵.
바닷물이 손짓한다.
“이리와, 내가 위로해줄게”
“…이리와”
나는 한참을 바다와 갈등했다.
그러다 모진 목숨을 안고 바보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집에 없다.
1시간이 흘러 돌아온 그는 흠뻑 젖어있다.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그가 나를 안으며 운다.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그는 나를 안고 울고 있다.
“생활이 힘들어도 살아내자”
그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아무 대꾸도 못했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 김선정 詩-
'- 그의 애송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이라는 직업'중에서「세상 모든 원소들의 백색소음 - 박정대 (0) | 2021.10.09 |
---|---|
젖은 빨래 (0) | 2021.10.09 |
항구수첩 - 이외수 (0) | 2021.10.09 |
가포(歌浦)에서 보낸 며칠 - 최갑수 (0) | 2021.10.09 |
Childhood Remembered (0) | 2021.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