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나무 이야기

잊혀진 나무

Chris Yoon 2022. 1. 26. 03:28

숲에서 조금 떨어진 초원에 나무 한 그루 서있었다.

언제부터 였는지, 어찌하여 그토록 외롭게 서있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무는 한 쪽 가지가 없었다.

애초부터 없었던게 아닌듯, 한 쪽 가지가 베어져 있었다.

지난 날 나무는 양쪽 가지를 벌리고 하늘을 향해 서있었으리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나무는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있었다.

아무도 외팔이나무를 눈여겨 봐주지않았다.

나는 매일 나무를 찾아갔다.

그리고 말없이 나무를 쓸어안고 주변을 맴돌다왔다.

 

- 넌 언제부터 여기 서있었지?

- 한 쪽 가지는 왜 부러진거야?

 

알고싶었지만 묻지않았다.

 

 

어느날, 나는 나무와 높은 빌딩이 이야기하는걸 들었다.

- 여보세요.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이곳에 서있었지요.

한때는 가장 높은 토성위, 가장 높은 자리에 서서 바라보면 강물이 흐르는게 보였고

새들도 내 가지속으로 날아들어와 비를 피하다 가곤 했지요.

 

높은 빌딩은 조용히 머리숙여 늙은 나무에게 목례를 보냈다.

 

 

 

시간은 멈추질않았고 몇번이낙 푸른 잔디가 황금색으로 물들었다가 안개짙은 겨울이 오고

태풍이 몇번 지나가고 나면 새들이 와서 놀다갔다.

그러는 사이, 나무의 병세는 더욱 짙어졌다.

이제 봄이와도 지난해의 마른잎을 몇 장 달고 서있을뿐이다.

 

태풍이 거세게 지나가고 난 다음날.

나무는 쓰러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나무가 서있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않았다

 

 

나는 가끔씩 나무가 서있던 자리를 찾아가 본다

나무가 서있던 자리, 나무가 서있었던 흔적...

나는 오늘도 나무의 환영을 본다.

나무는 그렇게... 아직도... 내마음속에 서있다

 

 

- Photo, Copy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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