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람이 잦아들었는가
아니,... 아직도 눈(雪) 실은 구름은 머리 위에서 맴을 도네
이제 더 이상 길을 잃고 앞으로 갈 수도 없는 일
무섭다...
저렇게 밀려오는 구름이 두렵다
한때, 저토록 두렵게 밀려오던 젊은날의 시련들이 있었다
아직도 그 악몽을 떨쳐내지 못하고
나는 때때로 가위에 시달린다
그러나 의연히 버티어 내야지...
오늘도 雪山에서 보낸 구름속의 하루.
어느 바위틈에 숨어 눈보라를 피하며
나, 쉬었다 갈까
아니다.
저 벌판에 선 겨울나무를 보라
나무는 결코 바람을 피하지않고 눈밭에 의연히 서있다
나도 나무를 닮아 의연하게 비람과 맞서야지
머리 위에 눈(雪)실은 구름은 몰려 오고
구름위에서 태양은 비치네
올라가야할 암벽(巖壁)길은 쉴 틈을 주지 않는데
나, 뭘 망서리나
삶도 죽음도 바로 눈 앞인것을.
결국 내 마지막 닿을 곳은 외로운 雪山임을 안다.
구름과 백색의 눈가루 휘날리는
가장 외로운 곳
그곳에 끝내 내 뼈가루를 뿌리리
영혼은 바람으로 떠돌며 노래하고
소나무 한 그루 살아
젊은 시절의 내 청춘보다 더 푸르고 당당하리
침묵의 바위가 무거운 입으로 말하는
가장 춥고 외로운 곳
그곳에서 내 최후를 마치리
겨울산은 위험하다.
특히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장비없이 올라갔다가 눈보라를 만나면 큰 낭패다.
바위가 험준한 백운대 뒷쪽 숨은계곡을 올라가다가 눈보라를 만났다.
오도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는데 구름이 계곡마다 머무는 앞 산이 무릉도원이었다.
아마도 삶과 죽음이 이럴것이다.
겨울나무는 강하다.
찬 바람을 등에지고 눈을 덮어쓰고 겨울을 나면서 죽은듯이 서있다.
그러나 겨울나무는 결코 죽지않는다.
봄이오면 힘차게 물을 빨아드려 싹을만들고 꽃을 피우고 잎을 만들어 신록을 꾸민다.
나는 다시 회복되어 산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나무들과 다시 인사할 것이다.
나무여, 잘 있었는가? 나 또한 긴 겨울을 보내고 다시 왔다네.
- Chris Y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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