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나무 이야기

겨울산, 겨울나무

Chris Yoon 2022. 1. 27. 03:37

 

 

제 바람이 잦아들었는가

아니,... 아직도 눈(雪) 실은 구름은 머리 위에서 맴을 도네

이제 더 이상 길을 잃고 앞으로 갈 수도 없는 일

무섭다...

저렇게 밀려오는 구름이 두렵다

한때, 저토록 두렵게 밀려오던 젊은날의 시련들이 있었다

아직도 그 악몽을 떨쳐내지 못하고

나는 때때로 가위에 시달린다

그러나 의연히 버티어 내야지...

오늘도 雪山에서 보낸 구름속의 하루.

어느 바위틈에 숨어 눈보라를 피하며

나, 쉬었다 갈까

 

아니다.

저 벌판에 선 겨울나무를 보라

나무는 결코 바람을 피하지않고 눈밭에 의연히 서있다

나도 나무를 닮아 의연하게 비람과 맞서야지

 

머리 위에 눈(雪)실은 구름은 몰려 오고

구름위에서 태양은 비치네

올라가야할 암벽(巖壁)길은 쉴 틈을 주지 않는데

나, 뭘 망서리나

삶도 죽음도 바로 눈 앞인것을.

 

결국 내 마지막 닿을 곳은 외로운 雪山임을 안다.
구름과 백색의 눈가루 휘날리는
가장 외로운 곳

그곳에 끝내 내 뼈가루를 뿌리리

 

영혼은 바람으로 떠돌며 노래하고
소나무 한 그루 살아

젊은 시절의 내 청춘보다 더 푸르고 당당하리

 

침묵의 바위가 무거운 입으로 말하는

가장 춥고 외로운 곳
그곳에서 내 최후를 마치리

 

 

 

겨울산은 위험하다.

특히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장비없이 올라갔다가 눈보라를 만나면 큰 낭패다.

바위가 험준한 백운대 뒷쪽 숨은계곡을 올라가다가 눈보라를 만났다.

오도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는데 구름이 계곡마다 머무는 앞 산이 무릉도원이었다.

아마도 삶과 죽음이 이럴것이다.

 

 

 

겨울나무는 강하다.

찬 바람을 등에지고 눈을 덮어쓰고 겨울을 나면서 죽은듯이 서있다.

그러나 겨울나무는 결코 죽지않는다.

봄이오면 힘차게 물을 빨아드려 싹을만들고 꽃을 피우고 잎을 만들어 신록을 꾸민다.

나는 다시 회복되어 산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나무들과 다시 인사할 것이다.

나무여, 잘 있었는가? 나 또한 긴 겨울을 보내고 다시 왔다네.

 

- Chris Y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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