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나무 이야기 31

나이든 은행나무 하나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I - 윤필립

나 이 든 은 행 나 무 하 나 가 내 안 으 로 들 어 왔 다 나이든 은행나무 하나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I 윤필립 언제부터 였을까? 산책길에서 만나는 나이 든 은행나무를 사랑하게 되었다 근엄하고, 침묵하는, 그래서 조금은 다가설 수 없을듯한 그, 그러나 정깊은 눈으로 나를 바라봐 주며 그윽하게 속삭일줄 아는 그, 그러던 어느날그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내 가슴에 자리를 잡고봄 부터 가을까지 잎을 티우고 그 많은 초록의 잎을 소리없이 흔들어댔다 그리고 겨울이오면 잎을 떨구고 조용히 울었다 - 은행나무는 서로 마주봐야 한대바람에 이야기를 전하고 바람에 꽃가루를 실어보내고그래야 열매를 맺을 수 있대. 나는 내 안의 은행나무와 약속을 했다 먼 곳에 있는 또 하나의 은행나무를 찾아가 소식을 전해 주겠노라고..

晩秋 Series 1 - 노란 은행나무가 있는 언덕

노란 은행나무가 있는 언덕 윤필립 노란 은행잎 떨어지기 시작하면 나는 그 언덕을 찾아가네 그곳은 나의 비밀스런 추억이 깃든곳 나는 그곳에서 그녀가 들려줬던 이야기를 떠올리네 그녀가 들려줬던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오늘 밤 나는 은행잎을 닮은 노란나비가 될거야 그리고 당신의 곁으로 가야지 그래야 당신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테니까 그녀가 잠든 곳, 내 영혼이 잠들 곳 당신은 결코 알지 못해 나와 당신은 노란 은행잎으로 덮힐거야 오늘 밤 나는 나비가 될거야 그리고 당신은 촛불을 밝히지 않아도 돼 나는 순순이 당신을 따를테니까 내 영혼이 잠들곳 언덕위의 노란 은행나무가 있는 곳 오늘 밤 나는 노란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 오를거야 그리고 당신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을거야 나는 당신을 따를테니까 내 영혼이 잠들어 있는..

autumn, esprit - 나무

나 무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나무 - 류시화 이른 봄날, 나무아래 서서 귀를 기우려 보았는가? 꽃샘바람 속에서도 나무는 수분을 빨아올려 꽃피울 생각으로 바쁘게 수런거렸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봄 날,..

늙은 오동나무 이야기

늙은 오동나무 이야기 겨우내 눈바람 드세더니 단단한 껍질을 뚫고 늙은 오동나무에 새움이 텄다 한낱 사람들은 비웃음으로 일관했지만 어린 싹은 부지런히 자라더니 어엿한 가지가 되었다 나이들어 자식을 잃은 한남자를 보았다 한동안 슬픔에 젖어 세월을 보내더니 어느핸가 뒤늦게 자식을 또 보았다 사람들은 비웃었다 언제 길러서 자식농사 거두겠느냐고. 오동나무 어린싹은 햇살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더니 푸른잎을 너풀거리며 늦여름 어느날 푸른잎 사이로 꽃가지를 내밀었다 어린아이는 병치례없이 무럭무럭 자랐다 말을 배우고 글을 깨우치며 늙은 아버지의 깊은 눈빛을 닮아갔다 그러면서 솔방울같은 불알도 영글어 갔다 늙은 오동나무에서 돋아난 어린 가지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 솜털 보시시하고 하얗고 동글동글하게 꽃송이도 탐스러웠다 늙은..

나무 숭배

큰 나무 보면 엎드려 절 드리고 싶다 사진 찍으려 하는 손이 가방을 더듬자 지퍼를 찢으며 작은 새들이 파드득 날개 털고 맨 윗가지들로 날아가 앉는다 잠시 후 새 깃털이 떨어지는 물 웅덩이 이 큰 나무를 다 담을 수 없다 겨울비 찬 기포(氣泡)만든 잔가지들, 건드리면 멀고 깊은 종소리 낼 것 같은 우람한 나무여 신생(新生)하소서 물방울에 들어온 작은 가지들이여 소생(蘇生)하소서 큰 나무 보명 발가벗고 그 속에 들어가 제물(祭物)되어 자고 싶다 나무 - 황지우 Big Tree 나무 숭배 오랫동안 백제시대의 부흥지, 몽촌토성쪽에 자리를 잡고 살다보니 오래된 나무와 함께하며 나 역시 나이를 먹게 되었다. 나무도 잎이 무성하고 내 나이도 한창 무르익어 푸르던 시절에 처음 나무를 대하고 그 아래에서 책도 읽고, 음..

자귀나무꽃 이야기

자귀나무꽃 피는 여름밤 多情도 病인양하여 잠못이뤄하노라 여름날, 주변을 산책하다보면 공원 잔디밭 가운데, 혹은 동네 어느집 담장너머로 붉은 공작의 벼슬같은 꽃송이를 우리는 볼 수있다 이 꽃이 바로 자귀나무다 자귀나무는 저녁마다 서로 잎이 맞붙어 잠을 잔다하여 한자로 합환목(合歡木),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등으로 불려 청소년들에겐 들려주기 거북한, 조금 음란하고 낯 뜨거운 이름이기도 하다. 새의 깃털같은 아름다운 잎은 밤이면 오무라드는 특색이 있어 밤마다 夜合한다하여 선조들은 부부간에 금술이 좋지않은 부부에겐 자귀나무 꽃잎(合歡花)을 따서 벼갯잇 속에 넣으라고 넌즈시 일러 주었다. 그렇다면 인간자체의 본연인 부부간의 금술은 무엇이 원천인가? 현대性醫學 용어로 본다면 두말할것없이 섹스(SEX)다..

A Walk In December VI / 겨울나무

큰 나무 보면 엎드려 절 드리고 싶다 사진 찍으려 하는 손이 가방을 더듬자 지퍼를 찢으며 작은 새들이 파드득 날개 털고 맨 윗가지들로 날아가 앉는다 잠시 후 새 깃털이 떨어지는 물 웅덩이 이 큰 나무를 다 담을 수 없다 겨울비 찬 기포(氣泡)만든 잔가지들, 건드리면 멀고 깊은 종소리 낼 것 같은 우람한 나무여 신생(新生)하소서 물방울에 들어온 작은 가지들이여 소생(蘇生)하소서 큰 나무 보면 발가벗고 그 속에 들어가 제물(祭物)되어 자고 싶다 나무 - 황지우 연천 당포성(漣川 堂浦城) 주변 지인들이 나무 사진을 보고 이곳이 어디냐?고 묻는다. 그래서 오늘은 겨울나무 이야기보다 겨울나무가 있는 풍경, 당포성 이야기를 해야겠다. 당포성은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 있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성곽이다. 당포성은 임진강..

A Walk In December III / 겨울나무

토성위에 나무 한 그루 언제부턴가 외롭게 서있다 나에게 흰 머리칼이 생기듯 나무잎도 차츰 붉게 물들었을 것이다 얼마나 근사한가? 저모습... 생의 절정에 선듯 가을의 나무는 외롭게 자신을 지킨다 그렇구나, 미련없이 모든것 다 떨쳐버리고 자신의 몸 내놓을적에 저토록 생의 극치를 보여주는구나 여름의 푸른 잎들 모두 떨쳐버리고 나무는 이제 혼자 서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해 두었던 남미 여행이 수포[水泡]로 돌아갔다. 나만 그런게 아니다. 내 지인도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가 그대로 주저앉아 아직 비행기 값도 못찾고 있다고 한다. 연초에 처음 발병이 시작될 때에는 '이러다 몇 달 안가 끝나겠지... ' 했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하루에 6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다. 이건 세계적인 문제다. 코로나 블루(COVID..

나무가 떠났다 II

간밤에 큰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하여 나는 숲으로 들어갔다. 숲에는 낙엽송 몇 그루가 발아하여 어린 싹이 자라고 울창한 숲은 여전하였다 숲,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그리고 서서이 사라져가는 새벽안개. 숲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큰 나무 하나가 쓰러졌어도 숲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새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평화로웠다. 그렇게 큰 나무는 어느날 쓰러지고 어린 나무들이 또 그 자리를 메꾼다. 아, 거룩한 나무의 일생. - 윤필립

나무가 떠났다 I

양평. 양평은 겨울엔 춥고 안개가 많이 서린다. 새벽에 일어나 숨쉬는 양평의 숲은 안개가 짙어 신비스럽기까지하다 마치 긴 밤 지새고난 유령들처럼 안개속에 서있는 나무들 나는 새벽숲에서 그들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산 옆구리를 비켜 난 길, 그 길을 돌아가면 또 산 옆구리를 돌고... 그 산 옆구리를 돌아나가면 또 다른 산의 옆구리가 나오고... 그렇게 길은 이어지고 첩첩이 산도 이어진다. 길 떠나는 사람 좋으라고 안개는 자욱히 끼었다. 누가 더 슬플것인가? 길 떠나는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의 슬픔... 매형의 부고를 들었다. 이 안개 짙은 새벽에 떠나시다니... 한 그루의 키 큰 나무같았던 사람, 가끔씩 나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사람, 정말 이 세상에서 좋았던 사람이라면 눈물 보이지말고 떠나보내야지. 윤필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