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264

March V

지인은 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고즈넉한 정갈함'이라고 표현했다. 그랬다. 적어도 나에게는 고즈넉함과 정갈함, 두 가지가 다 엿보여 카메라를 겨냥했을 것이다. 햇빛 잘 드는 곳의 장항아리들은 정성어린 손길과 보살핌이 깃들어있다 항아리 위의 소나무가 한층 더 솔잎향을 불어넣어 장맛을 나게 할것이다. - 얘야, 말(馬)날이 몇일이냐? 장 담글 날이 가까웠을 것이다. 남한산성에서 Chris Yoon 오늘은 20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늦기전에 투표소로 가서 정당한 주권행사로 투표를 마치고 조용히 결과를 기다립시다. 투표를 하기전엔 반드시 '과연 내가 뽑을 후보자가 우리가 믿고 정권을 맡기며 잘 해나갈 수 있는 대통령후보자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고 투표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과거 후보자들의 날조된 공..

- 그의 獨白 2022.03.09

March IV - 남한산성

꽃피어라, 꽃피어라. 생강나무꽃, 산수유꽃, 진달래, 개나리... 남한산성에 가득 꽃피어라. 흰 눈 녹은 성곽옆에 피는 꽃들은 더 애잔하리라. 나는 모르것오. 이 풍진 세상의 역사를. 남한산성을 둘러싼 비극적이고 굴욕적인 역사를 들은적이 있으신지? 나한고 동갑내기인 소설가 김훈은 남한산성을 잘도 썼오. 그것도 컴퓨터도 아닌 연필글씨로. 나는 세상을 깊이있게 살진 못했오. 그러나 남한산성에 오르면 소설가 김훈보다 더 가슴 아프게 앉아있다 내려온다는 것은 내가 더 감성이 충만하다는 것이요. 남한산성에 들어온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식량은 바닥난 지 오래고, 매서운 추위때문에 사람들은 지쳐 가고 있다. 이렇게 추운데도 청의 군사들은 남한산성을 겹겹이 둘러싼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 그의 獨白 2022.03.07

March III - 兩水里(두물머리)

- 갈래? 가지마. 나는 붙잡았다. - 안돼, 가야돼. 우린 지난 겨울을 너무 혹독하게 앓았어. 그는 가버렸다. 나는 지난 가을부터 겨우내 앓던 몸을 이끌고 두물머리로 나갔다. 그곳엔 추억이있다. 하나의 사랑이 떠나고나면 또 하나의 사랑이 찾아왔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제비갈매기 한 마리가 겨우내 앓고난 내 머리위로 날아와 맴돌고있다 두물머리(兩水里)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해 한강을 이루는 곳이다. 북한강은 금강산(金剛山)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흐르면서 강원도 철원에서 금성천을 합한다. 이후 화천군 화천읍을 지나 남쪽으로 흐르다가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합류한다. 남한강은 강원도 삼척시 대덕산(大德山)에서 발원해 영월에서 평창강을 합하고, 충청북도 단양을 지나 서쪽으로 흘러 달천을 합친 ..

- 그의 獨白 2022.03.06

March II - '물의 정원'

겨울 강가에 나무들 울고있다. 얼음위에 말갛게 우는 모습 슬픔으로 비추며 긴 겨울을 보냈다. 그대, 울지말고 꿈꾸어라. 봄이 올때까지. 나는 바람속에 서서 나무들에게 속삭인다. 긴 겨울... 나에겐 유난히도 긴 겨울이었다. 작년 가을부터 전신경쇄'아밀로이드종'을 동반한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혈액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 2차를 끝내고 3차에 돌입을 했다. '벨케이드'(Velcade)와 '스테로이드'정맥주사를 총10회를 투여하며 한번에 열세알씩 하얀 알약을 복용하는 치료방법이었다. 긴 겨울동안 추위와 싸우며 숨이 차오르는 것을 진정시키느라 바람속에서 잠시 서있다가 전철역으로 걸어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일주일에 3~4일간의 입원치료 생활. 병원에서의 생활은 한없이 지루했으나 시간은 빨리 흘렀고 나의 생명은 ..

- 그의 獨白 2022.03.05

3월의 시작

살아야한다. 누가 뭐라해도 오래 살아남는것이 승리하는 것이리라. 미세먼지 가득한 혼탁한 대기속에 새 한 마리 날아오른다. 내 3월의 첫 날은 하루종일 도심속을 떠도는 것이었다 아! 이렇게 자유분방한 도시여, 부딪치는 얼굴마다 낯 익은 좁은 마을에서 살았다면 나는 얼마나 돌팔매를 맞고 숨어다니며 나의 본능을 숨겨야하는 바람끼많은 환쟁이로 살아야했을까 ? 3월의 첫날, 아침일찍 인사동으로, 종로로, 잠실로... 미술관을 찾아 거리를 헤집고 다녔다. 가는 곳마다 예술은 숨쉬며 흐른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흐르는 감성마저도 스스로 만들어 내기에 충분한 시대가 왔다 아깝다. 지난 세월속에 그 시간을 진작 쟁취하여 소유하지 못했었다는 사실들이. 나의 본능은 억제당하고, 숨어서 행위를 하며 걸핏하면 비판을 받아야하는시..

- 그의 獨白 2022.03.01

카레트니 거리

너의 열일곱 살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열일곱 불행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검은 연발총이 숨겨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그럼 네가 사라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친구여, 넌 이 거리를 기억하겠니? 아니지, 넌 볼쇼이 카레트니를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볼쇼이 카레트니라는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던 사람이 그의 인생의 절반을 잃어버린 곳이니 말이야. 그거야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 너의 열일곱 살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열일곱 불행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검은 연발총이 숨겨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그럼 네가 사라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 그의 獨白 2022.02.23

인간과 개의 사랑

개와 인간에 대한 사랑 이야기를 하나 더 해야겠다. 해외여행을 나가본 사람들은 많이 보았을것이다. 노숙자(homeless)가 자신이 기르는 개를 데리고 앉아 거리에서 구걸하고 있는것을. 경제적 빈곤으로 인하여 정해진 주거 없이 공원, 거리, 지하철역, 대합실 등을 거처로 삼는, 도시에서 생활환경이 제일 나쁜 노숙인들은 우리나라에도 상당히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숙인들과는 달리 해외의 homeless들은 꼭 자신의 개를 데리고있다는 점이다. 개를 기르다가 파산을 당해 집을 쫓겨나 개를 데리고 나왔는지, homeless생활을 하며 혼자 구걸하기보다 개를 데리고 하는것이 나아서 개를 기르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모양이 썩 좋아보이질 않는다. homeless는 빌딩의 벽에 기대여 거만한 자세로 앉아서 ..

- 그의 獨白 2021.12.01

어디서 무엇이 되어 우리 다시 만나랴

어디서 무엇이 되어 우리 다시 만나랴 어제에 이어 개에 관한 사랑의 이야기를 하나 더 해야겠다. 어린시절부터 개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은 사랑에 가까웠다. 어린시절, 마당이 넓은집에 개가 한 마리 있었다. 나하고 태어난 시기가 아마도 같았으리라. 그렇게 시작된 개와의 연(緣)은 청년기까지 계속되었다. 학교를 다닐적에도 개가 두 마리나 있는 집에 살았는데 하얀 털이 긴 스피츠종류라서 일주일에 한번씩 목욕을 시켜줘야 했다 그 바쁜 중에도 송판을 사다가 집을 지어주고 목욕을 시켜가며 아르바이트를 다녔다. 청년시절, 직장을 다니면서도 개를 얻어다 길렀는데 늦게 들어가는 날이면 동네 밖까지 마중을 나오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를 앞서서 집에 데리고 가던중 길가에 주저앉아 끌어안아주면 ..

- 그의 獨白 2021.12.01

사랑이 작품이다. 人生이 예술이다

그래, 사랑이 작품이다. 人生이 예술이다. 사랑이 작품이다. 人生이 예술이다 삶의 여정이 스쳐간 자리. 돌아보니 지나온 길가 곳곳에 들꽃들이 피어있었네 아, 그랬었구나미처 알아채지 못한 아픔들이 들꽃으로 피어났구나 나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말 없는 응시가 알아듣지 못한 가벼운 언어들에도 가슴 밑바닥 조용히 흔들렸겠구나 누구에게나 삶은 진지한 것이지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것 아무 것도 줄 수 없어 고통스러웠던 밤 고통의 향연에도 주인이 있기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그 아름다운 인내를 찬탄하며 우리 영혼이 내는 음악에 귀기울여 보았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사랑스럽고 가여우리만큼 아름다워서 그 위대한 자연의 몸짓들에 박수를 쳐보았지 그래, 사랑이 작품이다.인생이 예술이다. 평생을 길위에서 떠돌며 행복을 느끼..

- 그의 獨白 202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