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어라, 꽃피어라.
생강나무꽃, 산수유꽃, 진달래, 개나리... 남한산성에 가득 꽃피어라.
흰 눈 녹은 성곽옆에 피는 꽃들은 더 애잔하리라.
나는 모르것오. 이 풍진 세상의 역사를.
남한산성을 둘러싼 비극적이고 굴욕적인 역사를 들은적이 있으신지?
나한고 동갑내기인 소설가 김훈은 남한산성을 잘도 썼오.
그것도 컴퓨터도 아닌 연필글씨로.
나는 세상을 깊이있게 살진 못했오.
그러나 남한산성에 오르면 소설가 김훈보다 더 가슴 아프게 앉아있다 내려온다는 것은
내가 더 감성이 충만하다는 것이요.
남한산성에 들어온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식량은 바닥난 지 오래고, 매서운 추위때문에 사람들은 지쳐 가고 있다.
이렇게 추운데도 청의 군사들은 남한산성을 겹겹이 둘러싼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성 밖을 내려다보면 청 군사들의 머리만 보일정도다. 게다가 좋지 않은 소문도 들리고 있다. 청의 군사들이 성 밖에 백성을 공격하여 무참히 죽이고 물건을 강제로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조는 세자와 신하들을 이끌고 남한산성 문을 나와 삼전도에서 청의 황제에게 무릎을 꿇고 세 번 절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리며 굴욕적인 항복을 하였다.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발췌
마천동이 보이는 동네로 이사를 오고 아침에 일어나면 남한산성을 본다.
겨울이 지나면서 산의 색갈도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다가 배낭을 챙겨 남한산성에 올랐다.
김훈의 남한산성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창작된 소설로, 46일 동안 남한산성에 고립된 채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들을 임금과 대신, 백성들이 처한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싸워야 한다는 의견과 물러서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며 임금은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는데, 청나라 군사들은 곧장 임금이 있는 곳으로 직행한다. 다급해진 인조는 우선 봉림대군 및 신료들을 강화도로 피신시키고 자신도 다음날 강화도행을 결정하지만 이미 청나라 군사들은 강화도로 가는 모든 길을 봉쇄해 버려 어쩔 수 없이 인조와 신하들은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게 된다.
김훈은 청나라의 침입과 남한산성에서의 저항, 삼전도에서의 굴욕적인 항복 등을 현대적 정서에 맞도록 재구성하였으며,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장을 통해 전쟁의 비참함과 현실에 대한 대응 방식을 두고 벌어지는 주전파와 주화파의 갈등, 인조의 고민 등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
'김훈'선생은 오랫동안 기자생활을 하였으며 빼어난 문체와 깊이 있는 사유가 드러난 문장으로 문학평론과 수필, 소설을 써왔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학교,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6년 고려대학교 정외과에 입학하였다. 2학년 때 바이런과 셸리의 시를 읽고 영문과로 전과하였으나 4학년 때 중퇴했다. 1973년 〈한국일보〉에 입사하였고 이후 〈시사저널〉 편집국장, 〈국민일보〉 부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 사회부 기자 등을 지냈다.
〈한국일보〉 재직시 썼던 기사를 모은 〈문학기행〉(1986), 〈내가 읽은 책과 세상〉(1989) 등은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관심을 모았다. 이후 전국을 자전거로 다니며 쓴 여행기인 〈자전거 여행〉(2000)은 생태·지리·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1995)으로 불혹을 넘기고서야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집필한 〈칼의 노래〉는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의 노래〉(2004), 〈화장〉(2004), 〈언니의 폐경〉(2005), 〈개〉(2005), 〈강산무진〉(2006), 〈남한산성〉(2007), 〈공무도하〉(2009) 등이 있고 수필집 〈풍경과 상처〉(1994),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2002), 〈밥벌이의 지겨움〉(2003), 〈공 차는 아이들〉(2003),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2004), 〈바다의 기별〉(2008)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2001), 이상문학상(2004), 황순원문학상(2005), 대산문학상(2007),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 문학부문(2009) 등을 수상했다. 기자로서는 서울 언론인클럽 언론상 기획취재상(2002)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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