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열일곱 살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열일곱 불행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검은 연발총이 숨겨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그럼 네가 사라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친구여, 넌 이 거리를 기억하겠니?
아니지, 넌 볼쇼이 카레트니를 영원히 잊지 못할 거야.
볼쇼이 카레트니라는 이름 한 번 들어본 적 없던 사람이
그의 인생의 절반을 잃어버린 곳이니 말이야.
그거야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
너의 열일곱 살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열일곱 불행이 존재하는 곳은 어디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너의 검은 연발총이 숨겨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그럼 네가 사라진 곳은?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지.
* 무정부주의자 [無政府主義者]
국가 권력 및 사회 권력을 부정하고 개인의 완전한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무정부 사회를 주장하는 사람
볼쇼이 카레트니 거리가 무정부주의자 [無政府主義者]들의 거리였다면 나의 거리는 서울역앞 대우센터에서 충무로 일대까지였다.
군대를 채 제대하기도전에 입사를한 무역회사를 새벽 출근버스를 타고나와 출근부에 도장을 찍고 충무로로 달려나와 원고를 만들어 각종 해외 잡지나 신문사에 넘겨주는 일이 나의 임무였다.
자유분방하고 심플한 기업이미지를 심은 광고를 하고싶었지만 그럴수 만은 없었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기업에 합당한 안일한 광고를 하기위해 아침마다 자체 프레젠테이션을 열었고 같은 기획조정실로 기자출신들이 영입되면서 큰소리가 나고 거친 언행도 오갔다.
스트레스가 날로 쌓이고 몸은 고달팠다.
저 때, 나는 서른 세살무렵이었을것이다.
생각이 난다. 서울 서부역에서 친구 두명과 만나 송추로가는 교외선 열차에 올랐었다.
그리고 송추에서 내려 철길을 따라 무턱대고 걸었었다.
머리모양도 장발이고 타피스트리 만또를 입었다.
그러나 눈매는 한군데만 직시하는 매의 눈초리를 닮았다.
저 시절,...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가?
아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않다.
1970년대의 사회는 너무 혼란스러웠고 그 현실을 뚫고 나오는데 우리는 너무 고달프고 힘들었다.
이제 세월은 흘러 2022년.
나는 그간 내가 걸어온 카레트니 거리를 회상하는 나이가 되었다.
서른세살의 청년이 이제 일흔을 넘기고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치료를 받고
아무일없이 십오년만 더 살기를 기원하며 운이 좋으면 더 살 수도 있을 앞으로의 생, 십오년에 대한 계획을 꿈꾸고있다.
일주일마다 이틀씩 병원을 찾아가 입원을하여 항암치료를 받으며 갑상선 저하, 고혈압을 다스리는 아스피린 프로텍트, 이뇨제, 당뇨, 전립선치료, 등. 아침저녁으로 약을 한 웅큼씩 삼키며 병을 다스리고있다.
잠결에는 아주 먼곳에서부터 밀려오는듯한 온몸의 통증을 느껴가면서.
그렇다고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여 지낼 수는 없지않은가?
아! 젊은날에 잠시 스쳐온 카레트니 거리여!
초가을날의 햇살같이 짧은 인생이여!
또 새해는 밝고 한 달 이십일이 지났다.
나는 남아있는 생을 위해 스스로 행복을 만들고 다시 행복해져야만 한다.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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