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264

autumn, esprit - 가을에 만난 사람들 III

소나무 숲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한 사내가 氣체조를 하고있다 얼핏보아 젊은이는 아닌데 중년의 나이임에도 그 체격이 무척이나 균형이 잡혔다 큰 키, 약간 마른 몸매 마치 '메디슨 카운터의 다리'에 나오는 주인공 사내 '로버트 킨케이드'를 연상시킨다 실루엣의 사내는 태양을 향해 햇살을 들이마시듯 심호홉을 하며 서있다 그의 숨결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땅에 납작 업드렸다가 서서이 일어서며 엉덩이를 뒤로 빼고 기마자세로 한동안 버티고 서있다가 두 팔을 벌려 곧게 서는 모습이 마치 맹수가 사냥을 하기전 웅크렸다가 뛰어나가는듯 하다 사나이는 그렇게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며 무려 삼십여분을 리드미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그의 뒤에서 카메라를 겨냥하고 숨죽여 그의 동작을 촬영하였다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그리고 느..

- 그의 獨白 2021.11.11

autumn, esprit - 가을에 만난 사람들 II

어휴~! 고것들,... 참. 공원으로 아침산책을 다녀오는길에 두 소년을 만났다 햇살이 빛나는 나무숲을 지나 등교를 하는 모양인데 해찰이 여간 심하질않다 단풍숲을 배경으로 스마트폰으로 기념촬영을 한다 스마트폰 셀카 촬영이라는게 팔을 아무리 앞으로 내뻗어도 둘이 들어가기에는 화면이 좁다 따라서 얼굴을 바짝 붙여야한다 그리고 반드시 확인을 해야한다 그렇게하면서 사진을 찍고 몇 발자욱 가다가 또 그짓... 이렇게 소년들은 단풍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자신들의 길을 가고 있었다 참, 조~흘 때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도 저런 세상을 한번 살아보고싶다 오늘도 노인들이 나와 앉았다 자신들이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오래 묵은 느티나무 아래 노랗게 물든 잎들이 금방 우수수 떨어질것 같은 벤취에서 정담을 나누고 있다 무슨 이야기..

- 그의 獨白 2021.11.11

autumn, esprit - 가을에 만난 사람들 I

얼마나 많이 뒤틀리고 뒤틀러서 깊어져야 사람의 몸 속에서는 물소리가 들려오는가 어두워지기 전에 다시 하늘에서 땅으로 귀환하는 새들처럼, 그 새들을 받아들이며 한없이 넓어지는 땅처럼! 어두워지기 전에 - 전동균 사람이 언제부터 자전거를 탔을까? 두발로 넘어지지않고 굴러가며 속도를 내어 달려가는것. 허벅지를 바짝 붙이고 엉덩이를 조금 들어주는, 타는 모습이 에로틱한 스포츠기구. 가을들녁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내는 삶의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다 마치 오르가즘에 도달한듯 얼굴까지 홍조를 띄운체. 아침해가 떠오르는 언덕을 내려오는 두 사람 아무도 없는 둘만의 장소, 시간 그들의 이야기는 자못 비밀스럽다 간밤에 가졌던 흥건한 이야기일런지도 모른다 그렇지않고는 저토록 다정할리가 없지 가을은 모든것이 솔직해지..

- 그의 獨白 2021.11.11

autumn, esprit - 큰 江 (Fiume Grande)

나도 강물처럼 피곤하다 밤과 낯선 땅을 지나 슬픈 동행이다 말을 잃은, 강과 나, 둘의 방랑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둘 다 모른다 * 헤르만 헤세의 중에서 발췌 - 가을이 오니 하늘이 높구나 - 아빠, 불순물이 적어지니까 높아보이는거야 - 가을이 오니 노을이 곱구나 - 아빠, 그것도 불순물이 적어지니 고와 보이는거야 - 노을이 가장 곱게 보이는 곳은 이세상 어디쯤일까? - 아빠, 저녁 6시반, 잠실대교에서 보면 제일 곱게보여 이것은 어젯저녁 나와 내 아들의 대화였다 우리는 저녁강으로 나갔다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을 옮겨 잠실대교 중간에 섰다 하늘과 강물은 늘 서로 닮아있다 하늘빛이 푸르면 강물도 푸르고 하늘이 노을빛이면 강물도 노을빛이다 노을이 지는 시간은 극히 짧다 구름속에서 불덩이같은 해가 고개를 ..

- 그의 獨白 2021.11.11

autumn, esprit - 노을 /Sunset

나이를 먹는다는건 나를 스스로 물들이는 일 세월과 함께 그윽하게 익어가는 일 동그마니 다듬어진 시간의 조약돌 뜨겁게 굴려보는 일 모지라진 꿈들 잉걸로 엮어 꽃씨 불씨 타오르도록 나를 온통 피우는 일 - 최경윤의 하루가 시작되는 동(東)이 트는데 어찌 하늘엔 저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마치 자(尺)를대고 칼로 그은듯이 하늘이 반으로 나뉘었다 가볍고 옅은 색상의 윗쪽, 무겁고 짙은 색상의 아랫쪽 그대는 어느쪽에서 살고 싶은가? 나는 조금 어둡고 무거워 보여도 왠지 깊어 보이는 아랫쪽에서 살고싶구나 바다가 하늘로 올라갔나?... 하늘바다는 풍랑없이 잔잔하다 그 잔잔한 하늘바다에 날이 밝는다 잔잔한 하늘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헤엄쳐 가고 싶다 아침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늘에서 물고기들이 지느러미 팔딱이며 헤엄치는..

- 그의 獨白 2021.11.11

autumn, esprit - 불륜(不倫 / immorality, Unnatural Love)

Unnatural Love 不 倫 내가 산책을 다니는 곳, 으슥한 뒷길에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조각이 있다 원래는 [달리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러시아작가의 작품인데 내가 보기에는 [도망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맞을것 같다 더구나 불륜을 저지르고 눈이멀어 모든걸 다 버린 남녀가 도망가는듯 하다 불륜(不倫 / immorality, Unnatural Love)... 사전을 찾아보니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짓'이라고 되어있다 단지 그뿐인가? 너무 점잖고 가벼운 뜻풀이다 오래전 부터 나는 이 조각상을 좋아하고 있다 이 조각상만 보면 인간본연의 욕구에 못이겨 자식도, 본처도, 서방도 모두 버리고 새벽에 야반도주하는 불륜의 남녀에게서 대리만족까지 느끼고 있다 벌거벗고 도망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불안해보..

- 그의 獨白 2021.11.11

autumn, esprit - 조각(彫刻 / sculpture)에 대하여

날이 밝는다 날아가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동이 트기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창작(創作/creative work)... 그것은 실로 매력있는 작업이다 사내라면 모름지기 한번 매달려 볼만한 작업. 나는 이가을이 가기전에 다시한번 작가들의 작품을 섭렵하려 한다 왜 그들이 그토록 혼심을 다하여 그 작업에 매달렸는지를 오랜 태고적부터 인간들은 환경을 개척했다 그중 하나가 예술이라는 쟝르였다 바위벽에 날카로운 돌끝으로 그림을 그리고 돌가루를 갈아 채색을 입히고 먹고난 동물의 뼈를 쌓아올려 탑을 만들었다 그것이 오늘날, 환경조각의 시초이다 날이 밝으면, 새들의 날개 깃 터는 소리가 들리면, 그들은 사냥을 나갔다. 잘 훈련된 새와 개와 말을타고. 그들은 사냥에서 돌아오면 용맹을 기념하고 삶을 기록하기 위하여 ..

- 그의 獨白 2021.11.11

autumn, esprit - 욕구 [desire, 慾求]

호수 속에 가을하늘이 들어있다 저 깊은 하늘은 높다는 성화를 견디다 못해 호수속으로 들어갔나보다 나, 이제야 알겠다 가을하늘이 높은것이 아니라 깊다는 것을. 새벽녁, 어김없이 잠을 깨우는 것이 있다 술 마신 다음날 찾아오는 갈증처럼 가수면(假睡眠)에서 고개를 드는 性欲求... 세상의 모든것들은 스러지기 전에 빛을 발하는가?... 마지막 한 방울 촛물을 태우려고 꺼지기 직전에 마지막 춤을추는 촛불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처음 울어본다는 백조 고사(藁死)할것 같으면 솔방울을 맺어 뿌린다는 소나무 그렇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마지막 발기(勃起)를 한다 허~어!!! 이런... 범나비 한쌍도 간밤에 뜨거운 섹스를 치뤘나보다 저 지친듯 돌아앉은 암컷과 아직도 욕구를 다 못 채우고 새벽부터 한번 더 달라고 치근덕거리는 ..

- 그의 獨白 2021.11.11

autumn, esprit - 生 / Life

가을이 오고 있다 나는 듣는다. 계절이 가을로 옮겨가는 소리를 이제 가을을 알리는 시작에서 나는 生에 대해 별 할 말이 없다 젊은날, 가슴에 온통 유리조각이 박히던 일들은 이제 먼 남의 일들처럼 가물거릴 뿐이다 사는 일로 인해 더 이상 고통받을 이유가 사라졌을 때, 순순히 그대 모습을 눈에 넣으며 가을잎 물들듯 지난날들을 떠올릴 것이다 산책길에 어깨를 마주한 石人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걸 들었다 이제는 나도 나즉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이야기 하고싶다 몇 해 만인가, 캐나다에서 옛친구가 왔다 그와 연극을 한 편 보려고 마로니에 공원에 갔다가 옛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아주 오래된 친구들. 나는 친구들에게 늙었다는 표현을 삼가기로 한다 - 이 사람 아직 청춘이군 친구의 손을 잡는다 그의 손아귀가 무척 든든하다..

- 그의 獨白 2021.11.11

autumn, esprit - 가을 꽃

꽃도 흔들릴때가 있나니 그래도 그 향기 잃지 않나니 한번 간다고 아주 가는것 아니고 다음 생애 내 다시 또 오리니 어찌 이리도 섬세하게 내적갈등을 잘 표현하시는지 온갖 시련 다 겪고나서도 찬 이슬 서리 다 맞아가며 밤마다 보라색 저고리 갈아입는 여자... 구절초를 보면 천경자화백이 생각난다 전남 고흥에서 1924년 11월 11일 (쥐띠) 태어난 그녀는 도쿄여자 미술전문학교에서 유학을 한 후 일찌기 국내에서 자신만의 색채와 분위기로 그림을 그리며 수필에도 뛰어난 감수성어린 자신의 문체를 구사하게 되었다 젊은시절, 한남자의 사랑을 갈구하며 그를 흠모하고 그 남자의 아이를 낳고 못 다한 生의 恨을 그림으로 풀어내었다. 이윽고 1969년 남태평양 타이티에 다녀온후 그 강한 색채로 변화된 의식세계를 표현해 냈다...

- 그의 獨白 2021.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