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264

8월(August)의 시작

8월(August)의 시작 살기가 힘들어 한 숨 돌리며 먼 산 바라보니 한 해의 반, 6월이 가고 7월이 왔었다. 나는 원인모르게 아팠다. 그리고 일년이 지나고 7월이 다시 왔다갔고 8월이 또왔다 그 1년이라는 기간은 나를 죽도록 힘들고 늙게했다. 혈액암 판정,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 대상포진(Herpes zoster) ... 언젠가 홍천의 계곡에서 급류를 거슬러 오르며 뛰어넘는 열목어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열목어들은 급류를 뛰어넘는게 죽기살기로 뛰어넘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번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몇 번, 아니... 몇 십번을 뛰어넘어서야 성공을 하고있었다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는듯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나 또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기까지 왔던가! 죽기살기로 나..

- 그의 獨白 2022.08.02

7월의 시작

그 여름 절망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Poem / 이성복의 에서 (문학과 지성사 1990년 발행) Photo / 담양 소쇄원에서 마치 하늘에서 물을 쏟아붓는듯 장마비가 내리는 7월의 첫날이다. 병원엘 가야하는데 고맙게도 해월당 이상원이 이천에서부터 차를 운전하여 와서 병원치료를 마쳤다. 항암치료를 거의 끝내가면서 면역력저하로 대상포진이..

- 그의 獨白 2022.07.01

5월이 간다

어느 생에선가 내가 몇 번이나 당신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선 것을 이 모란이 안다 겹겹의 꽃잎마다 머뭇거림이 머물러 있다 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가끔 내 심장은 바닥에 떨어진 모란의 붉은 잎이다 돌 위에 흩어져서도 사흘은 더 눈이 아픈 우리 둘만이 아는 봄은 어디에 있는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소란으로부터 멀리 있는 어느 생에선가 내가 당신으로 인해 스무 날하고도 몇 날 불탄 적이 있다는 것을 이 모란이 안다 불면의 불로 봄과 작별했다는 것을 - 류시화의 '모란의 연緣' 5월의 끝이다 새벽산책을 나가면 이슬에 젖어 활짝 앞다투어 피던 모란들이 어느새 지고있다 어디 지는것이 꽃뿐이겠는가? 세상의 모든것들이 지고있는것을. 모란꽃이 지기전에 새벽마다 촬영을 나갔다 모든 꽃촬영이 그러하듯 역광(逆光)촬..

- 그의 獨白 2022.05.29

삶 (Life)

어느날 술 취한 친구가 말했다 "어짜피 짧은 인생이니 유쾌하게 즐기다 가자." 세월이 흐른 지금. 술 취한 그의 말은 "어짜피 짧은 인생이니 유쾌하게 지내면서 놀다가는거야." 라며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듯했다. 과연 그럴까? 짧은 인생... 그렇다고 유쾌하게 지내다가 갈 수만 있을까? 친구여, 답은 아직 이르다. 누구에게나 인생에는 喜, 怒, 哀, 樂이 있다. 인생은, 길게 음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인생에는 죽음이 있기때문에, 깊게 음미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인생에 詩가 있는것도 그때문이다. 富者도 貧者도, 노인도 아이들도, 늦건, 이르건, 우리는 모두 大地로 돌아간다. 나는 이세상에 태어나 자연 다음으로 예술을 사랑했다. 어린시절부터 서울예고에서 수업을 받고 예술가로서의 생을 살았다. 예능의..

- 그의 獨白 2022.03.26

역(役)

바람도 관객의 하나. 바람에 춤추는 나뭇잎도, 그의 무대에 없어서는 않될 무용수들. 자기예능(自己藝能)에서 프라이드를 갖고 살고있는 얼굴들이 있다. 그 에게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으나 거리의 뜨거운 갈채가 있다. 인생에는... 그에게는 그의 역(役)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역(役)이 있다. 각자의 무대에서 연마된 역(役)을 보이리라. 사진설명 Plague의 거리를 걷다보면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음악소리를 따라가보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록 무대위의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을지언정 C.D.까지 발매하여 앞에놓고 팔면서 연주를 한다. 연주실력도 꽤나 높은 편이다. 지금도 나는 그때 사온 이들의 C.D.를 들으며 그날의 여행을 추억한다. 물론 한사람, 한사람 악사들의 얼굴까지 기억한다. 세..

- 그의 獨白 2022.03.25

bridge (다리)

몇 인가의 다리를 건너왔다 몇 인가의 다리가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남자의 인생에는, 아무래도 건너지 않으면 안될 위험의 다리가 몇인가 있어서 건널때마다, 긴장을 하고 때로는 생명을 걸기도 한다. 그러나 건너고나면 지난날의 추억일뿐이다. 사진설명 맨위 / Czech, Prague Charles Bridge (체코 프라하 까렐교) 중 / Cesky Krumlov (체스키 크롬노브) 이발사의 다리 하 / 좌 : hungary Budapest Szechenyi Lanchid (헝가리 부다페스 세치니 다리) 우 : Brooklyn Bridge NY (뉴욕 불르클린 다리) 세상에는 다리도 참으로 많다. 그러나 인생에도 다리가 많다는 것을 나이가 들고 느꼈다. 그것도 반드시 건너지않으면 안될 위험한 다리들이.....

- 그의 獨白 2022.03.24

驛 The Station

해가 쉬 지지않는 驛에 청춘의 燈이 꺼졌다. 이제 그간 벌어놓은 것이나 남은 것들을 버려두고 내가 온곳으로 다시 돌아가야한다 인생은 어짜피 스쳐지나가는 주마등같은것. 해는 지는데 노을은 스러지는데 바람은 부는데 기차는 좀처럼 오지않는다 나는 빈 플렛폼에서 기차를 기다린다 기차가 영원히 오지않길 바라면서. 인생은 끊임없이 쌓이는 슬픔을, 떨쳐버리며 지나가느 여행. 종착역까지 아직도, 아직도 멀었건만 곧 동녁하늘이 붉게 물들며 아침이 찿아오겠지. - Chris Yoon

- 그의 獨白 2022.03.23

서있는 사람들

봄이 온다. 밖으로 나왔으나 갈 곳이 없다 하루종일 서성대며 지구위를 맴돌고 있는 사람들. 우리들은 오늘도 언제 떠날지 모르는 지구위를 맴돌며 서성대고 있다 나도 그 사람들 속의 한 명일 뿐이다. 항암치료를 받으며 오랫만에 나왔다. 그리고 서성대며 많이 걸었다. 다리에 힘이 빠지면 잠시 서있다가 또 걸었다. 생각해보니 너무 아깝다. 지금도 흘러가는 시간이. 그러나 여태 즐겁게 사람들과 어울리며 보낸 시간도 좋았지만 홀로 고독하게 보낸 시간도 좋았다. - Chris Yoon 좌 / Gogh : Prison Courtyard. 1890. Oil on canvas. Vincent van Gogh (1853~1890), 그가 生을 마감하던 해에 그린 'The Prison Courtyard'이다. '갇힌 者들의 ..

- 그의 獨白 2022.03.22

March VII - 漢江( Han river)

언 강물 위에 사랑한다 쓴 글씨 날이 풀리자 사랑은 떠났다 한때 강변을 찾았으나 강은 늘 빈집이었다 그 푸른 대문을 열고 들어가 묻고 싶었다 어느 기스락에서 패랭이를 만나 패랭이꽃을 낳고 진달래와 한 살림 붉게 차리고 살다 그 꽃들 다 두고 어디로 가는가 박지웅의 [강은 언제나 옛날로 흘러간다]에서 발췌 겨우내 얼었던 한강이 풀린다. 두텁게 얼었던 얼음이 쩍쩍 소리를 내며 얼음이 깨져 흘러간다. 봄이오면 저렇게 저절로 풀리는것들... 그래서 기다려야한다. 내가 처음 한강을 보았을때는 제1한강교 밑에서 어부들이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고 여름이면 뚝섬으로 물놀이를 하러가던 때였다. 그리고 1960년대 한강가에 아파트가 하나 둘 생기면서 나도 공무원아파트에 잠시 살던때가 있었는데 그때만해도 모래채취를 하지않아..

- 그의 獨白 2022.03.13

March VI - 봄 강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않는 강변에 사는것은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하다는 것을. - 정호승의 '갈대'중에서 일부 봄이오는 강가에 나가보면 세월의 흐름이 이어짐을 우리는 볼 수 있다. 한 해가 끝났다고 어찌 흔적도없이 잘라낼 수 있을까?... 작년에 무성했던 강가의 갈대들, 마치 패잔병들처럼 서있다. 그러나 그들은 패잔병들이 아니다. 지난 겨울에 퇴락한체 그대로서서 말없이 버티며 지난해를 회고하며 또 한 해를 기다리는 무사들이다. 바람부는 봄강가를 걸으면 그들의 이야기소리 도란도란 들린다. - 지난 겨울은 정말 추웠어. - 이제 곧 봄이야, 추위는 다 물러갔어. 이제 새들도 돌아오고 물고기들도 헤엄쳐 우리 곁으로 오겠지. 그들은 다시 꿈꾼다. 자신..

- 그의 獨白 2022.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