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264

용서

용서. 내 마음을 찢어놓고 나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사람. 그사람에겐 그때 그일이 내가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절박했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일까? 아니다. 알고있으면서도 자신의 합리화를 위해서 평생 벗지못하는 멍에를 씌워놓고 살았을 것이다. 내가 그를 용서 한다는 것. 그것만큼 어려운일이 또 있을까? 그길만이 나를 풀어주고 해방시키는 길일것이다. 그러나 끝내 나는 그를 용서하지 않기로했다. 항상, 조금씩, 내가 그보다 더 높은 곳에서 군림하며 더 나은 존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Chris Yoon

- 그의 獨白 2022.10.17

나를 버리면서까지 애쓰지 말자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나를 버리면서까지 애쓰다 보면 결국 우스운 사람이 되고 만다. 나를 희생하는 것과 나를 잃는 것은 다르다. 언제나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내가 무너지거나 상처 입지 않는 선에서 남에게 베풀어야 의미가 있다. 언제나 나라는 존재가 가장 중요하고 내가 있으므로 주변이 좋아진다는 것을 잊지말자. 나의 존재를 버리면서까지 남을 돕는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적절한 예가 될지모르나 뉴욕에서 아파트를 얻어 살때였다. 일을 하고 돌아왔는데 머리가 무겁더니 온몸이 쑤셔대며 아프기 시작했다. 도저히 문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것같아서 간신히 옆방 청년에게 가서 벨을 눌렀다. 사정이야기를 하며 진통제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서랍에서 진통제를 찾았다. 그에게는 딱 한 알이 남아있었다. ..

- 그의 獨白 2022.10.12

인연

모르는 척, 아닌 척하며 인연을 이어가는 것만큼 소모적인 일도 없다. 이미 기한을 다한 관계는 조심스럽게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어떤 관계이든 간에 말이다. 인연, 기한을 다한 관계, 아직 못다 한 관계,... 사람의 아픈 곳을 찌르며 언어의 유희를 즐긴다는 것은 문학을 하는 사람들의 말장난에 지나지않는다. 불가(佛家)에서는 인연이 들어오려면 범(호랑이)이 지키고앉아 아무리 눈을 부라리고 으르릉대며 막아도 들어오고 인연이 나가려면 붙들고 매달리고 ... 못 나가게 해도 기어코 나간다고 했다. 내 나이 죽을때를 거의 받아놓고 이런 글을 쓰며 코웃음이라도 치면 얼마나 좋으련만 사실상은 그렇지를 못하다. 어려서부터 일찍 부모를 떠나 늘 가슴속에 아련한그리움을 안고살며 이젠 초연해질듯도 하련만 아직도 인연을 ..

- 그의 獨白 2022.10.10

남 이야기를 듣는것은...

남 이야기를 듣고 내 계획을 그만두는 것만큼 바보같은 행동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 자주, 자신의 삶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말들을 곱씹으며 좌절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의 말에는 힘이없다. 진짜힘은 내 마음의 변화에서부터 나온다 남의 이야기가 때로는 큰 이득을 볼 때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이 있는건 내가 그동안 끊임없이 생각했던 결과다. 사람들의 말은 그저 가볍고 힘이 없다. 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믿자. 자신의 결정만큼 큰 스승은 없다. - Chris Yoon

- 그의 獨白 2022.10.07

내가 먼저 괜찮아야 한다

내가 괜찮아야 한다 내가 먼저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 타인이 아닌 나에게 내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주변사람들도 괜찮은 사람이 된다 내가 괜찮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곁에 있을 수 없다 - '나로서 충분히 괜찮은 사람' 중에서 책을 읽지않은지 1년이 넘었다. 지난 1년간 항암치료를 받으며 부작용으로 인한 시력저하및 몸의 통증때문이었다. 이제 가을이다. 책 읽기에 좋은 때이다. 베란다에 의자 하난 내놓고 멀리 남한산성에서부터 물들어오는 단풍을 바라보며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내가 괜찮아야하고 내가 먼저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 내가 괜찮지않으면 그 누구라도 곁에 있을 수 없다. - Chris Yoon

- 그의 獨白 2022.10.05

~ before

추석이 다가오면서 가을이 깊어갑니다. 하루사이에 하늘은 더 푸르고 깊어졌습니다. 몇일 사이로 태풍이 온다는 예보에 과수를 손보던 농부는 일손이 더욱 바빠졌고 사람들의 마음은 공연히 더 부산스럽게 설레이나봅니다.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할텐데 할일은 많은데 공연히 마음만 설레발을 놓으며 더 심난합니다. 오늘밤보니 달이 많이 차올랐더군요. 이제 토끼가 갉아먹은듯한 저 달이 추석이되면 크고 둥그렇게 온 세상을 비추겠지요. 낮에는 높은 건물주변을 나르는 잠자리를 보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불꺼진 거리. 진정 가을은 깊고 명절은 다가옵니다. 내내 건강하십시요. - Chris Yoon

- 그의 獨白 2022.09.03

바다코끼리

나는 바다코끼리. 내 고향은 북극 연안의 차가운 바다. 나의 몸길이 3.7m, 몸무게 1.4t의 대형 반수생 포유류로 길다란 상아가 코끼리와 흡사하여 바다코끼리라는 이름이 붙었지. 조개류나 홍합류를 포함한 다양한 무척추동물을 먹이로 하며, 민감한 수염을 이용하여 바닥을 주둥이로 저어가며 먹이를 잡아먹지. 간혹 어류와 물범류를 사냥하기도 해. 나는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화가 나거나 상처를 입으면 상아로 사냥꾼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배를 부수기도 하지. 겨울과 봄에는 물에 떠가는 큰 빙판을 따라 떠돌며, 낮에는 해안가에서 자고 밤이 되면 사냥을 하지. 어느날 물에 떠가는 빙판을 타고가다가 사냥꾼들에게 포획당했어. 그래서 온곳이 대한민국이야. 나를 보려고 사람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나는 철창에 갇혀 하루..

- 그의 獨白 2022.08.07

'애증(愛憎)'도 '정(情)'이라야

2022. 8. 5. 한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지 못하고 냉방에서 얼음이 되어 가던 그녀에게 사방을 환히 밝혀 줄 불을 갖다 주었다 얼음처럼 차갑던 그녀는 우울을 먹고 살던 그녀는 불을 보자마자 얼음으로 무장한 마음을 풀었다 그불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원망과 탄식을 버리고 너그러워졌다 불이 간절할 때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폐쇄된 용광로를 들쑤시며 본 적도 없는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을 들볶았다 바람둥이 제왕 제우스를 난도질하고 미리 생각하는 사람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준 고마운 바보라고 짓뭉갰다 온갖 악이 난무하는 세상에 최초의 여성 판도라가 받은 상자 그 맨 밑바닥에 남은 희망은 진작 날조된 단어였다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욕으로 버무린 독백을 늘어놓는 그녀의 접두사는 불을 향한 저주였다 그런 그녀에..

- 그의 獨白 2022.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