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바다코끼리

Chris Yoon 2022. 8. 7. 10:31

 

나는 바다코끼리.

내 고향은 북극 연안의 차가운 바다.  

나의 몸길이 3.7m, 몸무게 1.4t의 대형 반수생 포유류로 길다란 상아가  코끼리와 흡사하여 바다코끼리라는 이름이 붙었지. 

조개류나 홍합류를 포함한 다양한 무척추동물을 먹이로 하며, 민감한 수염을 이용하여 바닥을 주둥이로 저어가며 먹이를 잡아먹지. 간혹 어류와 물범류를 사냥하기도 해.

나는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지만, 화가 나거나 상처를 입으면 상아로 사냥꾼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배를 부수기도 하지.

겨울과 봄에는 물에 떠가는 큰 빙판을 따라 떠돌며,  낮에는 해안가에서 자고 밤이 되면 사냥을 하지.

어느날 물에 떠가는 빙판을 타고가다가 사냥꾼들에게 포획당했어.

그래서 온곳이 대한민국이야.

나를 보려고 사람들은 구름처럼 모여들었고 나는 철창에 갇혀 하루하루 병들어갔어.

몸무게는 빠지고 수염도 빠지고 상아도 부러졌지.

그리고 점점 쇠약해져 심장이 멈추고 나는 포르말린으로 범벅이되어 박제가 되었지.

 

 

 

내 고향은 대한민국, 서울.

나는 조각을 하다가 사진을 하게되었지.

어느날 부터인가 카메라를 메고 높은곳을 오르면 숨이가빠지고 심장이 뛰기시작했어.

나의 병명은 아밀로이드증. 불필요한 단백질이 언제부턴가 심장에 달라부터 심장의 기능을 방해하는 것이지.

나는 장장 1년간을 항암치료를 받아야했어.

그 사이에 나의 체중은 18Kg이나 줄었고 체력은 떨어졌지.

면역력까지 떨어져 대상포진이 심하게와서 걸음도 못걷고 밤마다 통증에 시달리지.

오늘 병원에가서 심장검사도 하고 벨케이트와 스테로이드주사도 맞고

통증크리닉으로 가서 통증을 차단시키는 시술도 받았더니 죽을지경이야.

그러나 나는 바다코끼리같은 존재였어.

결코 죽어서 사람들 뇌리에서 차츰 잊혀지거나 나의 글과 사진이 박제처럼 돌아다니길 원하진 않아.

나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거야.

 

 

* 강동성심병원 3층에서 목조로 된 바다코끼리 조각을 보고 사진을 찍으며 많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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