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세상의 모든 것들은 반복된다

Chris Yoon 2022. 12. 19. 01:27

 

아침, 눈을 뜨고 일어나기가 정말싫다.

밤새 라디오를 들으며 잠깐 어둠속에 들어가서 잠을 자다가 보면 10시, 새벽 1시, 새벽 3시, 다섯시... 어느새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일어나야된다. 그리고 또 하루를 열고 시작해야한다.

무엇이던지 아침식사로 밤새 허기를 메꾸고 정확히 30분후에는 병원에서 조제해준 아침약을 골라내어 복용해야한다.

그러면 오전 일과는 끝이난다.

 

작은 전기 스토브를 켜고 앉아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간밤의 소식을 검색하고 냉장고를 열고 약간의 간식을 챙긴다.

쵸코렛이나 케익 한 조각, 그리고 컴퓨터앞에 앉아 몇 줄의 글을 쓰고 사진을 손질한다.

커피를 내려서 마시며 지난날 찍어두었던 사진들을 반추(反芻 :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고 생각하는 것 / 되새김질)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잠실로 들어와 살면서 좋은 사진들을 많이 찍었다.

남들이 볼적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그것들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찍은 것들이다.

특히 같은 장소로 나가 나무 한 그루, 벤취 하나를 일년동안 기후변동이나 계절에 따라 계속해서 찍는다는건 나의 시간과 내가 살던 장소, 여러가지 여건이 안맞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세상에서 내가 이렇게 행복한 일을 하면서 살았다니...

 

세상의 모든 것들은 반복된다.

봄이되면 벚꽃이 피고, 여름이면 푸르른 잎이 무성해진다.

푸르른 잎들이 가을이면 붉게 물들고 앙상한 가지만 남게된다.

그리고 눈이 내린다.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들은 반복된다

 

 

어느새 오후 시간이다.

그저 반복된 하루가 또 갔다는 안타까움, 서운함, ... 이런 것들이 교차하면서 지나간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나는 것일까?

요즘 걸핏하면 눈물이 복받쳐오르며 가슴이 메어진다.

전화로 들은 작은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르고, 먼저 떠나신 한 그루의 나무같았던 울산 매형도 생각난다.

나는 그 분들이 나의 인생에 이토록 깊이 자리를 잡고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을줄은 몰랐었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그 분들과의 작은 추억들마저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그날까지 나도 살아야지.

 

하루가 흘렀다.

어제의 반복이다. 이렇게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나의 일상은 계속되겠지.

무슨 일이 있다면 오히려 큰 일이다.

가령 작년 이맘때처럼 아밀로이드종에, 폐렴에, 생각지도 않게 찾아왔던 병마들... 얼마나 생각할 여유도없이 다급한 상황으로 나를 힘들고 당황하게 했던가!

그냥 일상이 반복되면서 작은 행복들이 생겨났으면.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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