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나무와 의자

Chris Yoon 2022. 12. 15. 16:14

언제부터 였을까?

내 가슴속에 빈 의자 하나 있었다

누군가 걸어와 앉아서 편히 쉬며

백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있기를 기다렸다.

 

눈이 녹고

봄,

여름,

나무는 잎이 무성해지고 새들이 날아왔다

새들은 나무가지에 앉아 노래를 하며 쉬다가 갔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눌 '그'는 정작 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을,

들녁의 잔디도 황금빛으로 변하고

나무도 푸르른 잎에서 차츰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겨울이 오기전에 '그'는 오지않는가?

 

다시 겨울이 왔다.

그러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

그러나 나는 아직 기다린다.

 

 

나무와 의자 / 윤필립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 몽촌토성에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이곳은 옛 백제사람들이 살던 터전이었다.

유적도 발굴되고 언덕인줄 알았던 토성(土城)도 밝혀졌다.

그곳이 바로 몽촌토성이다.

88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까지만해도 사람들은 토성안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다.

88 올림픽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몽촌토성에서 올림픽을 치루기 위해 각종 경기장을 만들었고 인근에는 세계에서 몰려든 선수들과 해외기자들을 위한 숙소로 아파트를 지었다.

88 올림픽이 성공리에 끝나고 그곳에는 세계 작가들의 야외조각을 전시하고, 토성을 손질하여 이름도 올림픽 공원(Olympic park)이라고 붙여 전철역 이름도 '올림픽공원'역이라 정했다.

조용하던 잠실벌에는 롯데월드가 들어서면서 석촌호수가 되살아났고 롯데 타워 126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상권문화가 발달되면서 번화가가 되었다.

우연찮게 들어가서 조용히 살던 나는 졸지에 교통이 편해지고(지하철이 3개 노선이 있음)

카페와 레스토랑이 군집하며 출근시간이면 강남으로 나가는 차들이 밀리는 번화가에서 살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사는 방법에는 무엇이 달라지랴.!

거실에 앉아 몽촌토성의 해자와 석촌호수를 오가는 백로와 해오라기를 보고 하루에 한번씩 카메라를 들고 나가 올림픽공원의 사철 달라지는 사진을 찍는 것을.

 

 

 

해자(垓字/ a moat) 건너 몽촌토성에는 아주 오래된 향나무가 한 그루 서있다.

사람들은 이 나무를 '나홀로 나무'라고 부르며 찾아와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간다.

특히 턱시도를 입은 신랑과 눈처럼 흰드레스를 입은 예쁜신부가 찾아와 봄, 여름, 가을,...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에도 파르르 떨며 웨딩 촬영을 하고간다.

 

나는 그들이 오지않는 이른 새벽이나 아주 추운 겨울날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꾸준히,... 열심히 찍었다.

찍는대로 모두 좋은 사진이 나올 수는 없었다.

기상이 좋지않고 계절의 변화를 못느끼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냥 나무만 찍으면 밋밋해서 의자 하나를 가지고가서 놓고 프레임안에 나무를 넣고 찍었다.

그렇게 겨울, 봄, 여름, 가을,... 또 다시 겨울.

사계절을 새벽마다 나가서 나무와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남들이 볼때는 오랜 시간동안 정성을 들였다하여 인고의 세월이라고 했다

 

이젠 내가 살던 아파트는 오래 되어서 재건축에 들어가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곳을 떠나와 버렸다.

.................

나무여, 잘 계신지?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더 생각이 난다.

 

- Photo, Copy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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