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山

다시 가을산

Chris Yoon 2021. 10. 31. 13:19

 

 

다시 가을산

 

 

세상에 그 흔한 눈물
세상에 그 많은 이별들을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으로 다시 와
정정한 소나무 아래 터를 잡고
둥그런 무덤으로 누워
억새풀이나 기르며
솔바람 소리나 들으며 앉아 있으리.

내 이승에서 빚진 마음들을 모두 갚게 되는 날.
너를 사랑하는 마음까지
백발로 졸업하게 되는 날
갈꽃 핀 등성이 너머
네가 웃으며 내게 온다 해도
하나도 마음 설레일 것 없고
하나도 네게 들려줄 얘기 이제 내게 없으니
너를 안다고도
또 모른다고도
숫제 말하지 않으리.

그 세상에 흔한 이별이며 눈물,
그리고 밤마다 오는 불면들을
내 모두 졸업하게 되는 날.
산에 다시 와서
싱그런 나무들 옆에
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하늘의 천둥이며 번개들을 이웃하여
떼강물로 울음 우는 벌레들의 밤을 싫다하지 않으리.
푸르디푸른 솔바람 소리나 외우고 있으리.

 

 

- 나태주의 <다시 산에 와서>중 발췌

 

 

 

 

가을산

 

가을 산에 앉아 있으면
산을 떠나는 가을의 발소리
껍질을 벗어버리고
가을을 떠나는 산들의 웃음소리
가을 산에 앉아 있으면
무성하게 자란 욕망들이
시든 풀과 한 빛이 되어 잠자고
절벽을 날으는 자작나무 잎
나뭇잎만 가지고
허공으로 지는 것을 본다
가을 산에 앉아 있으면
더 먼 곳으로 떠나는 산들의
가볍고 가벼운
웃음소리 발소리

 

 

- 정군수의 <가을산 全文>

 

 

 

가을산

 

문득,
가을산에 내가 와 있다
아직 설익은 단풍이나
산 입구에 늘어선 가로수가 아니라
무엇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는
커다란 느티나무 같은 자아를 만나러
또 다른 내가 가을산을 찾았다
나는 시가 무엇인지
한참을 얘기한 것 같은데
한마디도 써내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둑해지는 땅거미를 업고 앉아
아, 산은 그 순간에도 시를 읊고 있구나
어떤 이는 시가 어렵다는데
산은 그리 어렵지 않은가 보다
거연遽然히, 시가 쓰이지 않는 날에는
고뇌에 찬 가슴을 움켜쥐고
시린 마음에 고인 눈물
뚝뚝 흘리지 말고
가을산에 올라 산이 되어라
시에 감흥되어
벌겋게 취해 가는 가을산이 되어라

 

- 가을산 -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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