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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 III / 겨울비

외로운 빛으로 밝아오는 미명(未明)의 새벽바다에 밤 새 추적추적 겨울비 내린다 여기는 지구상 대한민국 남단 끝, 망망대해 제주 바닷가 바닷가에 홀로 서있는 모텔, 그 외로운 곳에도 겨울비는 내린다. 겨울비 내리는 바닷가 모텔방에 누워 리모콘을 누르며 무심히 포르노를 본다 뭔가 울컥하고 달려드는 그리움 같은것이 있다 객기인줄 알면서 욕정 한번 불질러 보려는데 그건 그저 마음 뿐, 전화도, E- Mail도, 문자도 비 오는 날은 모든것이 그저 시들하기만하다. 낯선 풍경과 바다에 내리는 빗소리 낯선 시간만 깊어간다. 차를 렌트하여 바닷가로 나왔다 차를 몰고 온 젊은이에게서 비냄새가 난다 그는 차의 성능과 특징을 이야기하고 차열쇠를 넘겨주고 가버렸다 바닷가 모텔에서 나와 부둣가로 가보자 그곳에서 겨울비 내리는 ..

겨울여행 II /白鹿潭

白鹿潭 白鹿潭 鄭芝溶 절정에 가까울수록 뻐꾹채 꽃 키가 점점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스러지고 다시 한마루위에서 모가지가없고 나중에는 얼굴만 갸웃 내다본다. 화문(花汶)처럼 版(판) 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데서 뻐꾹채 키는 아주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에 흩어진 성진(星辰) 처럼 난만(爛漫)하다. 산 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아도 뻐꾹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 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제주로 만행을 떠나오면서도 정지용시인의 詩 한 자락만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왔다 漢字를 모르면 이해하기가 힘든 詩이다 몇 가지만 뜻이 통하도록 짚고 넘어가야겠다 뻐꾹채란 영어학명으로 Uniflower Swisscen-taury라는 초롱꽃목,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엉겅퀴와 닮았..

겨울여행 I /卍行의 첫걸음은 향기롭기만 하여라

올 데까지 왔구나 막다른 골목 피곤한 사나이가 홀로 서 있다 卍行의 첫걸음은 향기롭기만 하여라 나의 깨달음을 찾기 위한 긴 여정의 첫걸음, 그 첫걸음은 향기롭기만 하네 수행승들은 전국 각지를 구름처럼 떠돌며 만행을 하여 덕이 높은 고승이나 선지식을 찾아가 배운다고 하더라만 나는 아직 스스로의 깨달음이 더 중요한듯하여 당분간 바다를 보며 올레길을 걷다가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생각이 많이 들어간 글을 쓰는 작업을 이어갈듯하다 걷는것은 내면의 성찰과 세상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이라 하지 않던가? 부디 걸으면서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길... 사는동안 모든것들이 내 머리를 짓밟고 넘어갔던적이 어디 한 두번이 었던가? 그럴적마다 한 목음의 샘을 찾아 마시고 일어섰던 기억들... 모두들 나를 향해 돌을 던지던 내 나이 ..

兩水里에서

兩水里에서 - 내비게이터를 끈 여행 가을이다단풍은 어느새 절정을 넘어서 떨어져 딩굴고 강물은 한층 더 깊어진듯 조용히 소리내어 흐른다 이런날, 혼자 여행이라도 떠나보자 내비게이터를 끄고 마음 내키는대로 핸들을 조정하면서... 그 떠나기전의 설레임은 얼마나 우리를 Estasi의 경지로 몰아넣는가!!! 내비게이터를 켜지않고 올림픽대로를 달리다보면 미사리를 지나고 어느덧 양수리에 닿는다. 우리는... 마재...옛 이름도 정다운 곳. 이제부터 마음속에 있는 빈 종이에 한 줄, 한 줄... 詩를 쓰며 가보자 가을은 강가에 미리 와 있었다 윤필립 가을은 그냥 오는게 아니었다 당신과 내가 여름의 고통속에서 무던히 인내하는 사이 노을처럼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고있었다 붉은 노을이 떨어지는 가을 강은 외로움이다 아무도 없..

밤 바다, 낙산에서

밤 바다 황동규 내 찾아왔다, 밤 바다 세상일이 온통 지우고 싶은 파일(file)일 때 세상 끄트머릴 지지는 물소리를 찾아왔다. 이 세상은 그저 숨쉬기엔 너무 갑갑한 곳 흐린 밤이면 섬도 어화(漁火)도 물소리 밖으로 나간다. 아줌마가 서비스로 썰어 논 소라 조각을 씹으며 밤 배 하나라도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비치 파라솔에 수직으로 매달린 전등이 안고 있는 동그란 원 그 바깥은 온통 쉬임없이 흔들리고, 한없이 크고 괴기하고 캄캄하다. 바깥으로 한 발 내딛는다. 공기가 진해진다. 모르는 새 세상 안팎이 삶 앞뒤로 바뀐다. 또 한 발 내딛는다. 밤 배 두 척 두런두런 말 나누며 지나간다. 밤 바다 윤필립 밤 바다에는 고통이 있다 밤 바다에는 아픈 흔적들이 남아있다 외롭게 부표하는 낯 익은 서러움들 그건 젊은날..

지구라는 별, 그리고 바닷가마을 낙산에서

어느 캄캄한 밤. 아르헨티나를 향해 처음으로 야간비행을 할 때의 풍경이 떠오른다. 땅위에서 별처럼 흩어져 빛나던 불빛들... 어느 집에서는 책을 읽으며 깊은 생각에 잠기고... 또 어느 집에서는 우주를 꿈꾸고... 또 다른 집에서는 사랑을 속삭이고 있을 것이다. -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에서 어쩌면 우리가 별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땅에서 보다 하늘에서 보았을때 더 클지 모른다. 야간비행을 하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반짝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라는, 또 다른 별을 우리는 늘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우리-, 李象國과 나는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에서 사막을 횡단하다 불시착한것처럼 지구라는 별, 그리고 대한민국의 휴전선 가까이 '양양'이라는 바닷가 마을에 불시착했다. - 나는 해지는 풍경이..

寒溪嶺에서

寒溪嶺 寒溪嶺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 정덕수 시, 하덕규 작곡- 한계령을 넘는다 한계령을 넘으려면 마음마저 춥다 그렇다, 한계령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찾아왔다가 내려간 곳이다 노래, 한계령도 작곡자 하덕규가 고뇌가 극에 달해 자살의 유혹을 느낀 상황에서 설악산 한계령에 올라 만들어낸 곡이..

西海 제부도에서

西 海 에서 마음 걷잡을 수 없어 서해바다에 갔었네 정오의 하늘엔 갈매기 떼지어 날고 붉은 태양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네 바다 갈매기는 떠나간 사람의 잡을 수 없는 마음같은 것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네 떠나간 사람의 마음은 어짜피 돌이킬 수 없는다는것을 Marco Masini의 Ci vorrebbe il mare(네겐 바다가 필요하겠지)를 들어 보셨는지?... 이태리 칸조네의 큰별 마르코 마시니가 외쳤던 노래 바다에 대한 그리움, 그것은 사랑을 이루고자 애절하게 불렀던 애정의 증표였었지. 강한 햇빛속에서 사람들의 검은 그림자가 손을 들어 갈매기를 유혹한다 갈매기들은 이미 사람들의 손에 길들여져있다 사람들의 손끝에 있는 스넥과자를 채어 날아간다 검은 실루엣으로 움직이는 사람과 갈매기들은 흡사 흑백 무성영화..

아! 光復 - 천안 목천 독립기념관

아! 光復 이글거리는 태양이 꼭 필요한 곳에만 닿게 하소서 가끔씩 소나기로 찾아와 목마른 이들에게 감로수가 되게 하소서 옹골차게 여물어 온 세상을 풍요롭게 하소서 보다 더 후끈하고 푸르러 추위와 어둠을 조금이라도 덜게 하소서 갈등과 영욕에 일그러진 초상들을 싱그러운 산과 바다로 다잡아 다시 시작하게 하소서 - 임영준의 8월의 기도 全文 - 광복절 68주년,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어 나라와 주권을 다시 찾은 날. 1945년 8월 15일. 이제 해방둥이라고 일컫던 그 해에 태어난 아이들도 어언 우리나이로 69세가 되었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춘다 /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 이 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 이 노래는 내가 초등학..

남도여행 24 - Farewell yeosu(麗水).

남도여행 시리즈 24 - Farewell yeosu 눈 뜨자 창 둘을 무겁게 메운 안개 대충 옷 걸치고 민박집을 나선다. 세상이 안개 한 덩이. 뵈지 않는 바다의 웅얼거림이 지난밤 가로등에 언뜻 비친 방파제로 길을 내준다. 깊은 안개 속을 걸으면 무언가 앞서 가는 게 없어 좋지. 발 내디딜 때 생각이나 생각의 부스러기 같은 게 밟히지 않는다. 양편에서 숨죽이고 느낌 주고받는 물소리 방파제를 완만하게 굽혀준다. 안개가 나를 받아들이는군. 잠깐, 소리가 달라져 걸음 멈추자 바로 앞에서 길이 끊기고 콘크리트 네발이들이 허물어지고 바다가 가벼운 신음을 내고 있다. 건너뛸까, 몇 번 눈 귀 대중하다 목소리 바꾼 바다의 마음을 사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 하늘이 점차 환해지며 배들의 머리꼭지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