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빛 한 점 없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대숲에선 암 고동색 띠를 두른 죽순이 불쑥 솟아있다 바람부는 날이면 온몸 부대끼며 울어 젖히는 댓잎의 애달픈 절규 바스락 제 몸 부서지는 소리 단아하게 자리 잡은 정자에선 선비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 듯 흐르는 물속엔 고기가 춤을 춘다 석류꽃 흐드러진 꽃 그늘 아래 연인들의 사랑이 열매 맺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풀밭 위엔 거미가 정교한 집을 지었다 바윗돌 틈 이끼 사이로 고사리가 하늘 향해 맑게 웃고 쪼르르 다람쥐 내려와 물 한 모금, 하늘 한번 그대와 나 거친 마루 정자에 앉아 시름 벗어놓고 어색하게 웃어본다 감나무에 조롱조롱 맺혀있던 알사탕만한 열매만큼이나 자라난 풋풋한 그리움 그나마 날려보낸다 - 원장현님의 瀟灑園 에서 - 담양 소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