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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 시리즈 IV / 담양 소쇄원(瀟灑園) II

파란 하늘빛 한 점 없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대숲에선 암 고동색 띠를 두른 죽순이 불쑥 솟아있다 바람부는 날이면 온몸 부대끼며 울어 젖히는 댓잎의 애달픈 절규 바스락 제 몸 부서지는 소리 단아하게 자리 잡은 정자에선 선비의 낭랑한 글 읽는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 듯 흐르는 물속엔 고기가 춤을 춘다 석류꽃 흐드러진 꽃 그늘 아래 연인들의 사랑이 열매 맺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풀밭 위엔 거미가 정교한 집을 지었다 바윗돌 틈 이끼 사이로 고사리가 하늘 향해 맑게 웃고 쪼르르 다람쥐 내려와 물 한 모금, 하늘 한번 그대와 나 거친 마루 정자에 앉아 시름 벗어놓고 어색하게 웃어본다 감나무에 조롱조롱 맺혀있던 알사탕만한 열매만큼이나 자라난 풋풋한 그리움 그나마 날려보낸다 - 원장현님의 瀟灑園 에서 - 담양 소쇄원..

남도여행 시리즈 III / 담양 소쇄원(瀟灑園)

소쇄원 (瀟灑園) 천년의 바람이 놀다 갔으리 한오백년 사랑도 피고 졌으리 이제 사람은 가고 세월은 더 멀리 흘러 나 또한 세상을 잠깐 등지고 누마루의 늙은 햇살 기왓골의 묵은 이끼 사람의 일이라 서러웠던 그 이야기를 짐작해보네 너무 쓸쓸하여 오히려 맑은데 너무 깨끗하여 차라리 설운데 내 소매 끝에서 퍼져 나가는 저 원림의 푸른 대바람 소리 천년을 잠들지 못한 이 남도의 눈물같은 한이여 소쇄한 삶이여 - 원장현님의 瀟灑園 에서 - 담양 소쇄원 소쇄원(瀟灑園)은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되자 세상의 뜻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의미를 담아 조성한 곳으로,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정원이다. 계류를 중심으로 하여 좌우의 언덕에 복사나무, ..

남도여행 시리즈 II /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남도여행 시리즈 II /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머물러 주실 수 있겠는지요 바람과 비와 냉랭한 하늘 아래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저 메타세콰이어 나무들처럼 그리 서 계실 수 만 있겠는지요 '담양'하면 떠오르는 나무가 2가지 있다. 하나는 대나무, 또 하나는 '메타세콰이어'다. 오래전부터 하늘 높이 솟은 메콰세콰이어 길을 걸어보고 싶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사계절 아름답다. 그러나 특히 5월의 연록색 녹음이 펼쳐지는 시기가 가장 아름답다. 외국에는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주로 군락을 이루어 산에 서식하고 있으며 이렇게 가로수길로 조성된 곳은 찾기 힘들다.즉 서양의 나무와 동양의 넓지않은 길이 만나 또 하나의 민족정서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 아름다운 길을 지인과 걸었다. '메타세콰이..

남도여행 시리즈 I /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남도여행 시리즈 1 / 담양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길 위에 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 허무와 슬픔이라는 장애물, 나는 그것들과 싸우며 길을 간다. 그대라는 이정표, 나는 더듬거리며 길을 간다. 그대여, 너는 왜 저만치 멀리 서 있는가. 왜 손 한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않는가. 길을 간다는 것은, 확신도 없이 혼자서 길을 간다는 것은 늘 쓸쓸하고도 눈물겨운 일이었다 - 길 위에서 - 이정하 해외여행때보다 더 큰 캐리어를 끌고 카메라를 챙겨 떠나온 남도여행길. 먼저 제가 찾은 곳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입니다 1970년대 초반, 정부에서는 전국적으로 가로수길 조성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전체적으로 5만..

바람도 쉬어 가는 곳, 담양

바람도 쉬어 가는 곳, 담양 몇 일 여행 좀 다녀올까 합니다 바람도 쉬어 간다는 담양. 그곳엔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줄지어 선 가로수길이 있고 죽녹원이 있어 대밭으로 지나가며 귀를 씼겨주는 바람이 있고 옛선비들의 대금소리가 소슬바람속에 들려오는 소쇄원이 있다고 합니다 이 땅 위에 살면서 맺어진 인연, 그 인연찾아 길떠납니다 또 글 전하지요 윤필립 잘라도 잘라도 돋아나는 네가 떠난 후 얻은 불치의 병같은 질기디 질긴 내 슬픔의 근원 같은 권재효 - 「죽순」 全文 David Darling - Clear Day David Darling - The Picture

다시... 旅行者

내일이 되어야 도착한다는 버스에 몸을 밀어넣어도수백 년 전 묵언을 결심한 정박된 배에 몸을 실어도 돌아오는 법 없지 빈 침대에 몸을 뉘여도 나는 간다 그 밤의 별들은 왜 내 눈을 멀게 했을까 어떤 뜻이 있어 두 손이 신들의 몸을 더듬는대도 허공에 박제가 된대도 멈추는 법 없지 죽은 나무처럼 서 있던 당신이 떠나도 나는 간다 지난밤엔 호수에 비치는 별을 세었다 나는 왜 내 손을 묶기로 했을까 어떤 희망적 결의로 나는 간다 가는 중이다 나는 간다 가는 중이다 숨이 턱에 차게 영겁의 버스표를 쥐고 어쩌라고 작꾸만 생을 갈아타면서 어쩌자고 졸다 소스라치게 깨어 어디쯤 왔는지 묻고 또 물으며 내릴역을 놓쳐 울먹이는 여행객처럼 네 번째 정거장에서 - 정영 그대와 나 오랫동안 늦은 밤의 목소리로 혼자 있음에 대해 이..

시인 高銀과 함께 떠나는 여행 II - 세노야, 세노야

세노야 세노야 어야디야 세노야 어기여차 어기여차 어야디야 어기여차 담아내라 퍼내어라 저건전부 싣고가자 세노야 세노야 어야디야 세노라 한배 실었다 세노야 어디로 갈까 세노야 올려나 봐라 세노야 어서 퍼라 세노야 만선이다 세노야 어이야 차야 세노야 한배 실었다 세노야 따라 오너라 세노야 어허야디야 세노야 어야디야 어허야디야 오호야 산이로다 1910년 한일합방 후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 어업을 장악하여 현대화 하고 일본 방식으로 고기를 잡았기 때문에 魚謠 중에는 대부분 일본 소리가 많이 남아 있지만 "그물질 소리"는 우리 소리로 비교적 잘 남아 보존되고 있는 노동요이다. 저녁에 바다에 나가 그물을 쳐 두었다가 다음날 새벽에 나가 그물을 걷어 올린다. 그물을 걷어 올리는데 힘이 들었다. 오동추야 달 밝은 새벽에..

시인 高銀과 함께 떠나는 여행 I - 선유도

전쟁의 상처와 치유가 공존하는 시인의 바다, 선유도 詩人 고은과 함께 떠나는 여행 詩人의 여행지가 된 고향 바다, 군산 고향은 여행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평생을 떠돌면서 살다 보니, 고향이 여행지가 됐다. 나는 오늘 위대한 서사시 ‘여행’을 쓰러 길을 나선다. 금강 하구에는 가창오리·청둥오리 등 철새가 장관을 이룬다. 철새는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여행자다. 철새는 9000~1만㎞ 이상을 여행하는 나그네들이다. 여행은 즉흥詩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면 재미도 감흥도 사라진다. 바람이 데려다준 어느 곳에서, 언젠가 내 흥에 취해보라. 들판, 하늘, 바람은 여행자에게 뜨거운 피를 흐르게 한다. 누군가 왜 시를 쓰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직도 그 대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졸졸 흐르는 도랑물이나 강물 그..

수원 華城行宮의 봄

華城行宮의 봄 八達山에 봄이 왔다 멀리서 보이는 산벚꽃이 조금 늦게 핀 대신 먼 곳에서 봐도 확연하다 서장대西將臺 아래의 산기슭에 시가지가 열리는 평지. 그곳으로 정조대왕은 행렬(行列)을 이끌고 오셨다 아, 팔달산에서 불어오는 꽃바람 그속에 님의 혼이 어려있구나 팔달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속에 산벚꽃 하나 날아와 내어깨에 앉는 소리 들었다 종각(鐘閣)에서 보면 바람이 지나다니는 길이 보인다 겨울내내 광장의 돌바닥을 핥으며 지나간 바람의 얼굴 햇볕드는 행궁 마당에서나 육백년 묵은 고목 아래서나 사랑하는 사람은 손을 잡는다 사랑하는 이가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으면 세월은 칼을 들어 부질없는情 끊으라 한다 나를 유혹하는 사랑하는이의 눈속에 깊은 情 젖어 드는데 무정한 세월아 , 아서라 인간의 부질없는 情을 끊으라..

쟈크 프레베르의 샹송같은 날 II - 旅行者

Vegabond 旅行者 날 기억하는 사람, 나를 잊은 사람, 내가 잊은 사람, 내게 다가오는 사람, 나를 떠난 사람, 내가 보낸 사람, 너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너무 많은 이별들을 만들고 또 그리워하고 내가 사랑한 사람, 나를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할 사람, Rene Aubry - Les Voyageurs 몸서리치는 사랑 그 그리움의 한가운데 서서 오랫동안 버텨온 사람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오로지 나만의 체취와 환영을 안고 오랫동안 가슴에다 새겨온 사람 지극히 나를 사랑하는 그 사람의 가슴에 이제 나는 성큼 달려가 뛰어들어 오랫동안 잠겨 그를 적셔 주어야겠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몸서리쳐지는 그 그리움의 고리를 풀어주려고.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라고 말한 전혜린의 文句가 떠올라서가 아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