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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 3 - 낙안읍성 (樂安邑城)

남도여행 시리즈 3 - 흔적의 무거움 樂安邑城 城위로 사람이 걷는다 내 사주에는 할아버지의 인생을 유전받아 역마살이 들어 있다고 할머니는 생전에 늘 언짢게 말하셨다. 역마살... 나는 그래서 驛馬처럼 길 위에서 살아간다는 말인데 왠지 생각만해도 근사하고 그럴사하다. 그 역마는 십 수년을 해외로 혼자 떠돌고 지금도 길을 나서는 꿈을 꾼다. 나는 집을 나서면 시집 한 권과 음악을 듣는 M.P.3와 카메라를 두 대 가지고 떠난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보고, 생각하고, 듣고, 찍으며 걷는다. 저 城 위로 끊임없이 돌아가며 걷는 사람들 나도 그들중 하나다. 그렇게라도 해서 역마살을 풀어야지. 사진 / 순천 낙안읍성 (樂安邑城) 전남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437-1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고려 후기부터 잦은 왜구의 침입..

남도여행 2 - 恨..., 그 소리를 따라서

남도여행 시리즈 2 - 恨..., 그 소리를 따라서 어딘가에서 귀에 익은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 따라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긴다 樂安之館... 한 여인네가 흰 옷을 입고 恨서린 소리를 하고있다 나의 할머니도 흰 모시한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가끔씩 대청마루에 서서 저렇게 창을 하셨다 오지않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구름같고 물같은 나의 잘 난 할아버지는 밖으로 떠돌며 뭇여성들과 사랑을 나눔으로 한 세월을 보내셨고 그 구름같고 물같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잡지못해 할머니는 唱으로 그 恨을 달래셨다 그러다가 다시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찾아 오신 해, 한 해를 채 못 넘기고 그해 동짓달에 할아버지는 세상을 뜨셨다 그때 할아버지의 나이 고작 서른아홉이었다 그 후로도 할머니는 흰 옷을 입고 대청마루에 서서 이따금씩..

남도여행 1 - 길 가는 者의 노래

남도여행 시리즈 1 - 길 가는 者의 노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나, 가만이 생각해 본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 왔는지 남도 청보리 익는 길위에 서서 나, 가만이 바람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푸른 젊은날을 지나오면서 얼마나 많은 투쟁을 하였는지 동백꽃 진 섬 위에 서서 나, 가만이 내려다 본다 욕망의 시기를 지내며 얼마나 헛된 꿈에 젖어 살았는지 먼 곳 고래울음소리 들리는 남해 바닷가에서 나, 헛된 꿈을 버린다 내가 찾는 등푸른 고래는 한낱 전설속에 존재했었다고 Chris Nicolas 사진 / 여수시 돌산읍 죽포리 방죽포 해변에서 방죽포해변은 길이 150m에 폭 30m의 해변으로 수심과 경사도가 낮은편이다. 파도가 세지 않아 아늑한 느낌을 주며, 백사장에는 고운 모래들이 넓게 깔려있다 흰 모래언..

Remembrance Jeonju (全州 )

여행은 항상 충격으로 다가왔다가 가슴 밑바닥의 추억으로 남는다 누군가 만난다는것은 또 얼마나 가슴 설레이는가? 맨 처음 찾아간 전주 전동성당(全州 殿洞 聖堂)1908년에 짓기 시작하여 1914년 완성되었다고 보기엔 믿기 어려운 아름다운 비쟌틴 건축물. 그러나 그아름다움과는 달리 프랑스 聖者가 순교했으며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했던 슬픈 역사의 장소. 오랜 역사가 숨쉬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곳. 그곳,...아주 오래된 마루바닥이 낡은 소리를 내는곳을 조용조용 발뒤꿈치를 들고 고양이처럼 걸어 들어가 기도를 한다. 오목대에 올라 내려다보면 전주의 한옥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마를 맞대은듯 기와들이 가즈런히 앉아 소근거린다 "사람 사는게 다 저런거야..." 내 귓전에 소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목대 운조루....

Photo Poem - 두물머리, 또 겨울강

같이 죽자 장대 같은 아들의 멱살을 움켜잡고 새벽 얼음물 속으로 끌고 드는 아비와 두 다리 한사코 뒤로 버팅기는 아들 그날 강물은 소뿔에 받혀 퍼렇게 멍이 들었더니 갈대꽃 몇 번인가 흘러가고 다시, 나 겨울 강 보러 왔네 고삐를 누가 끌고 가는지 묻지도 않고 강둑은 끄덕끄덕 따라만 가는데 그 부자(父子)의 강은 어디쯤 흘러갔을까 오래된 눈물이 도진 듯 하늘이 풍경들 속에서 주춤 몸을 빼는데 얼비치는 저 시푸른, 멍꽃에서는 언제나 천륜의 냄새가 나더라 가슴에 장대 하나 가로지르고 또 겨울 강 보러 왔네 - 이화은의 '또 겨울강' 용문사 은행나무를 뵙고 오는길에 두물머리 위 쪽, 북한강에 내려 강물을 바라보았다 겨울이 오면서 강물은 한층 더 깊고 푸르러졌다 언제부터 이곳이 이토록 아름다웠나?... 김훈의 소..

Les voyageurs (지구별 여행자의 노래 )

그간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 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 서정주의 '自畵像'에서 발췌 - 한때 서울 남현동 예술인 마을에서 신접살림을 차렸을때, 미당 서정주 선생과 한 이웃으로 살던 때가 있었다. 지대가 높은집에서 아랫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살면서 하얀 모시 고의 적삼을 입고 소나무 아래를 산책하시는 선생을 가끔 뵈온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 그의 詩를 전부 이해했던건 아니다. 가끔 고전적인 어휘로 짧게 쓴 詩語들이 온통 가슴과 머릿속을 들쑤시고 휘저어 놓는것 몇개를 제외하고는. 오늘 여기 언급하는 '自畵像'은 마치 나의 이야..

I Love Paris

여행을 다녀오면, 마치 기념품처럼 주어지는 것이 있는데, 바로 그리움이다. 나, 계절이 바뀌어도 돌아가지 않겠네 비 내리고 난 후, 광장에 길게 드리운 에펠탑의 그림자 때이른 낙엽 한 장 닮은 바람에 불려가는 구름조각들 마른기침 나즉히 하며 지난 날들을 떠올려 보네 아, 내가 사랑한 Paris. 나는 돌아가지 않겠네 . 여긴 Paris야. 몽마르뜨 언덕 뒷편에 방을 얻어 혼자 지내고있어. 가끔씩 식료품도 살겸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지. 그리고 한 달에 한번씩 라데팡스에 일한것을 갖다 주러 가곤해. 난 가족을, 집을, 이성을, 언어를, 길을, 웃음을, 기억을,...모든 것을 잃었어. 이젠 그만 돌아와. 내겐 너밖에 없어. D'abord, j'ai perdu ma langue et puis j'ai per..

- 西 Europe 2021.10.23

ROMA의 창건자 로물루스와 레무스 전설

ROMA 로물루스와 레무스 전설 옛날, 누미토르(Numitor)라고 하는 위대한 왕에게 쌍둥이 손자가 있었다. 그들은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였다. 하지만 누미토르의 동생이 반역을 일으켜 왕위를 빼앗았고, 로물루스와 레무스가 다시 반역을 할 거라 생각해 바구니 속에 넣어 티베르 강에 던저 버렸다. 바구니는 강을 따라 흘러 내려가다가 무화과나무 뿌리에 걸렸다. 그 때, 우연히 늑대 한 마리가 그것을 보았다. 늑대는 두 아기가 가엾다고 생각해 바구니를 강둑으로 끌어 올려 자기가 낳은 새끼처럼 젖을 먹여 키웠다. 어느 날, 잃어버린 양을 찾아다니던 양치기가 남자 아이 두 명이 늑대 새끼 틈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아이들은 양치기의 집에서 건장하고 잘생..

- 西 Europe 2021.10.23

국경 (國 境 / a boundary )

Austria Hallstatt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로 국경을 넘는다. 이탈리아를 지나면 스위스가 나타나고 프랑스가 나타난다. 그래, 그렇지. 이승의 국경을 넘으면 거기에도 나라는 있겠지. 호반이 있고 새들 지저귀는 숲이 있고 마을이 있겠지. ( 손광세·시인, 1945- ) Swiss 독일에서 비행기를 내려 버스를 타고 암흑의 숲을 지나며 국경을 넘는다 눈 앞을 겨우 밝히며 달려가는 불빛만이 우리가 국경을 지나고 있음을 알게한다 숲을 벋어나 버스는 다시 암흑의 구릉지대를 달린다 이따금 멀리 불빛이 보이면 안도의 한숨. 버스안은 모두 잠든듯 조용했으나 실은 모두 잠들지 않고 있었다 마른 기침소리가 이따금씩 들리고 두런두런 이야기소리도 들렸다 그렇게 밤새 달려 어느 인가에 도착했다 나..

- 西 Europe 2021.10.23

Paris, Eiffel에서의 추억

누구나 Paris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Eiffel탑을 떠올린다 나 또한 Eiffel에서의 추억이 있다 Eiffel광장에는 언제나 각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사진을 하는 카메라맨들이 몰려 있다 나도 그중의 한 사람. 어느 각도에서 촬영을 해야 좋을지 Eye Hernting만으로도 해가 짧다 해가 넘어가는 방향, 시간, 캘빈도,... 모든것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항상 인파가 들끓는 광장에서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배치되는 공간까지 구성해야 한다 광장을 기웃거리며 몇장의 컷을 누르고 더 좋은데가 없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짧고 검은 머리에 훤칠하게 키가 큰 청년이 모델인듯한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타났다 큰 키의 검은머리 청년은 여자친구를 마치 유리구슬 다루듯 조심스럽게 어깨를 감싸고 광장을 기웃거리며 역시 ..

- 西 Europe 2021.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