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560

남도여행 23 - 아침해 고운 바다, 무슬목 해변

남도여행 시리즈 23 - 아침햇살에 빛나는 몽돌 고운 바다, 무슬목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라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위안이 거기에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라. 어둠 속에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에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에 있다. 바다 저쪽 먼 곳에서 한사내가 왔다. 그가 누군지 세상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옷에 먼지가 내려앉고 조금은 피곤한 기색이 먼 곳에서 부터 왔음을 ..

남도여행 22 - 解脫(해탈)

남도여행 시리즈 22 - 윤회(samsara)의 속박(bandha)으로부터 벗어나기를. 解脫(해탈) 바다를 향해 돌아앉은 돌거북들아,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가려서 못보게 하는 것을 번뇌라 한다는데 수평선너머의 것들이 잘 보이시는가? 그 가리는 것을 걷어버리면, 세상과 우주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네. 해탈 [moksha, 解脫] : 인간의 영혼이 윤회(samsara)의 속박(bandha)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의미. 대웅전 처마끝에 물고기가 매달려 바람이 스칠적마다 풍경[風磬]을 울린다 스님에게 물었다 "왜 풍경에 물고기를 달았지요?" "예, 물고기는 잠을 잘때도 눈을 뜨고 자지요. 그래서 세상만사 항상 깨어있으라고 물고기를 달았다합니다." 돌아오는 길 내마음에도 풍경을 달다 그 풍경..

남도여행 21 - 여수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향일암의 관음전(觀音殿)

남도여행 시리즈 27 - 여수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향일암의 관음전(觀音殿) 봄마다 벚꽃이 필때면 제가 아직 살아있음을 감사히 알게 하여주십시요. 이곳 동백꽃 바다에 지면 제가 아직 이곳을 그리워 하고있는줄 알아 주십시요. 먼 훗날이곳이 못내 그리워지면 다시 이곳을 찾아 올 수 있는 인연을 쌓게 하여 주십시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 이른 봄, 동백이 피고지고, 주위로는 아열대성 식물이 숲을 이루어 남도땅의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곳. 기암괴석과 절벽의 어울림의 풍경 속에 바위들은 모두 거북의 등짝처럼 금이 가고 깊거나, 얕거나, 짧거나, 길게 갈려져 또 다른 풍경을 이루어 가는곳. * 산의 형상이 거북과 닮았다하여 돌거북을 많이 만들어 놓았고 우측 보이는 편편한 바위는 원효대사가 앉아..

남도여행 20 - 망망대해 절벽위의 極樂 , 向日庵

남도여행 시리즈 20 - 망망대해 절벽위의 極樂, 向日庵 바닷가 옆 암자에 먼 산사에서 온 듯한 풍경 하나 매달려 있다 처마 아래 고적하게 길을 놓은 풍경 밀물과 썰물이 들고날 때 소리 내어 울거나 멈추기를 반복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이루지지 않을 때, 살다 지쳐 마음까지 건조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자 할때, 바닷가 절집을 찾아가라. 그리고 절집 앞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라. 남해 유일의 일출과 일몰을 바라볼 수 있는 곳, 다양한 동백의 연출이 아름다운 곳,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7개의 돌문이 있는 곳, 그 돌들에는 모두 수많은 금이 가 있는데, 그 모양새는 거북의 등짝과도 같은 곳, 바위위에 선 전각들이 모두 동쪽 바다를 향하여 서 있는 곳. 여기가 바로 여수 금오산 향일암(金鰲山 向日庵)이어라 향일암에 ..

남도여행 19 - 向日庵 오르는 길

남도여행 시리즈 19 - 向日庵 오르는 길 남녘의 이른 벚꽃, 멋대로 부는 바람에 푸른 바다로 분분히 날려저녁 예불 소리 문득 외로운데,...... 여수 앞바다, 돌섬 꼭대기 바위틈에 이렇게 대롱대롱 매달려 살자는 것이냐 줄창 하늘만 바라보자는 것이냐 - 윤중호 시집 에서 - 向日庵 은신라시대의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행처로 건립했다한다. 100년 전에 지금 이곳으로 옮겨 신축하고 기해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었으니, 암자가 바위 끝에 붙어 있고 계단 앞은 벼랑이며 동쪽을 향하여 일출을 바라볼 수 있어 애초에는 다른 이름이었으나 향일(向日)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저 바위틈을 지나기도 힘든데 저 바위를 쪼으고 깨며 사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바위 틈을 만든 사람, 그 사람,...누구 였을까? 향일암 은 주..

남도여행 18 - Farewell yeosu(麗水).

남도여행 시리즈 18 - Farewell yeosu 눈 뜨자 창 둘을 무겁게 메운 안개 대충 옷 걸치고 민박집을 나선다. 세상이 안개 한 덩이. 뵈지 않는 바다의 웅얼거림이 지난밤 가로등에 언뜻 비친 방파제로 길을 내준다. 깊은 안개 속을 걸으면 무언가 앞서 가는 게 없어 좋지. 발 내디딜 때 생각이나 생각의 부스러기 같은 게 밟히지 않는다. 양편에서 숨죽이고 느낌 주고받는 물소리 방파제를 완만하게 굽혀준다. 안개가 나를 받아들이는군. 잠깐, 소리가 달라져 걸음 멈추자 바로 앞에서 길이 끊기고 콘크리트 네발이들이 허물어지고 바다가 가벼운 신음을 내고 있다. 건너뛸까, 몇 번 눈 귀 대중하다 목소리 바꾼 바다의 마음을 사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 하늘이 점차 환해지며 배들의 머리꼭지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배..

남도여행 17 - 여수의 새벽포구와 일몰(日沒)

남도여행 시리즈 17 - 깨어나는 시간의 늪, 새벽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 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새벽편지 / 곽재구 이제 떠나야 할 ..

남도여행 16 - 여수 앞바다 밤뱃놀이

남도여행 시리즈 16 - 베니스를 떠올리는 - 뱃놀이 유람선을 타고 나가다보면 동백섬이 섬,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인다 등대 하나만을 품고 외롭게 누워있는 섬 밤의 동백섬은 흡사 죽음같이 고요하게 누워있다 그래서 나는 토마스 만의 소설을 떠올리고 있는지 모른다. 낮에는 관광객들이 품어내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이기도 하지만 밤이 오면 어딘지 애수를 품고 있는 곳이 밤항구이다. 여수 오동도에서 유람선을 타면 밤바다로 나간다. 나는 밤바다로 나가서 문득 '토마스 만'의에 대하여 생각했다. 이란 영화를 찾아 애타게 찾아 다녔던 40대 시절...그 소설과 영화는 그시절 국내에서는 금기였다. 중년의 나이가 된 후, 영화를 보고, 그 배경이 된 베니스를 가보고... 나는 세계의 많은 관광객이 들끓는 화려한 관광지에서 문..

남도여행 15 - 여수대교와 EXPO(엑스포)驛

남도여행 시리즈 15 - 인간과 다리(여수대교) 다리에서는 항상 문명의 풍요가 생겨난다. 그래서 인간들은 다리를 놓고 건너다니며 문명의 이기를 즐긴다. 다리에서는 항상 드라마틱한 일들이 생겨난다. 다리 위에서 생겨나는 만나고 헤어짐. 영화 '哀愁'의 로버트테일러가 비비안리를 만난것도 워털루다리 위에서였다. 그러나 애인이 죽음을 택한 다리위에서 初老의 모습으로 오래오래 회상에 잠겨 서있던곳도 안개가 자욱한 워털루다리였다 돌산대교는 1980년에 착공해 1984년에 완공했다. 여수항에 입항하는 대형선박을 위해 양쪽 해안에 높이 62m의 교각을 설치하여 56~87m 정도의 강철 케이블로 28개교로 교관을 묶어 무게를 지탱하게 하는 특수공법으로 시공이 되었다고 한다. 다리가 개통되기 전에는 돌산도 주민들이 배를 ..

남도여행 14 - 해변도로, Lungomare

남도여행 시리즈 14 - 해변도로 Lungomare 한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가 어느 날 문득 여행의 충동을 느끼고 그길로 여행길에 오른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딱히 정해 놓은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문득, 작품에 쓰여진 대로 하자면 '면도를 하다가 느낀 가벼운 충동'으로 인해, 그는 여행 길에 나선 것이다. 따라서 정작 여행에 나서는 주인공이 자신이 여행에 나서게 된 참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이와 같은 일상에서의 일탈 욕구는 실제의 우리의 삶에서도 심심치 않게 경험되는 현상이니까...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은 안정효씨가 수필연재로 시작한 소설'가을바다 사람들'이었다. 나는 젊은날 한동안 이 소설에 묻혀 빠져 나오질 못했으며 연거푸 세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