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바다 황동규
내 찾아왔다, 밤 바다
세상일이 온통 지우고 싶은 파일(file)일 때
세상 끄트머릴 지지는
물소리를 찾아왔다.
이 세상은 그저 숨쉬기엔 너무 갑갑한 곳
흐린 밤이면 섬도 어화(漁火)도 물소리 밖으로 나간다.
아줌마가 서비스로 썰어 논 소라 조각을 씹으며
밤 배 하나라도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비치 파라솔에 수직으로 매달린 전등이 안고 있는
동그란 원
그 바깥은 온통
쉬임없이 흔들리고, 한없이 크고 괴기하고 캄캄하다.
바깥으로 한 발 내딛는다.
공기가 진해진다.
모르는 새 세상 안팎이 삶 앞뒤로 바뀐다.
또 한 발 내딛는다.
밤 배 두 척 두런두런 말 나누며 지나간다.
밤 바다 윤필립
밤 바다에는 고통이 있다
밤 바다에는 아픈 흔적들이 남아있다
외롭게 부표하는 낯 익은 서러움들
그건 젊은날의 흔적들이다
밤 바다엘 힘들게 찾아가면
밤 바다는 더 고통을 줄 뿐이다
밤 바다도 아파한다
밤 바다가 푸른건 바위에 부딪쳐 멍이든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욕을 한다
밤 바다를 벗어나려 애쓰다
끝내 밤 바다를 벗어나지 못한
한 맺힌 포한이리라
떠나야한다
밤 바다도 나에겐 오래 있을곳이 못된다
아, 밤 바다에 누워 실컨 소리라도 쳤으면
그 서러움 안고 다시 밤 바다를 떠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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