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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따뜻한 세상

보호수목이 된 느티나무 한 그루 아랫도리를 마냥 내주고 있다 바람이 들며 조금씩 벌어지는 속살 보이지 않는 틈을 비집고 들짐승 한 마리 매일 들어와 놀다간다 푸석거리고 쩍쩍 갈라지는 살을 부비며 흐벅지게 놀다간다 빗물에 눈보라에 오래 담금질한 것들, 비로소 썩어야 한껏 몸을 내주는 것이다 - 사진 / Chris Yoon :: 올림픽공원 몽촌토성에서 - 글 / 임동윤의 인용 임동균시인의 을 읽고 할말을 잃었었다 뭔가 머릿속에서는 연관이 지어지는데 딱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냥 평범하게 받아드리자면 '깊은산속 옹달샘'같은 동화인데 내 머릿속에서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와 생명의 씨앗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산책을 나갔다가 대단한걸 보고 말았다 토성에 있는 늙은 상수리나무 밑둥치 ..

- 그의 이야기 2023.01.11

언 江

밤새 귀 기우려 들어보면 밤마다 강이 운다. 강밑으로는 물이 흐르는데 강은 얼어서 쩡쩡 소리를 내며 울고 있다. 어디서부터 강은 시작되었는지 ... 눈덮인 산하를 가로질러 흘러내리고 얼음장 밑으로 강물은 흘러내리고 있다. 해가 떠오르고 새벽강으로 고기를 잡으러 나온 사람들이 지나가면 강은 이윽고 갈라지고 얼음으로 떠다닌다. 아주 멀리 나무숲을 지나고 나서야 강은 강으로서 존재를 한다. 내가 사는 곳. 서울 잠실. 아주 오래전에 이곳은 나룻터였다. 지금은 124층 빌딩이 서있고, 그 아래 아파트들이 올망졸망 서있다. 저 강... 저 강위의 돌맹이가 봄이오면 강밑으로 가라앉듯이 나도 견뎌야 한다. 이 기나긴 겨울을.. - Chris Yoon

- 그의 이야기 2023.01.09

소한(小寒)

오늘이 소한(小寒), 무척이나 추운 날이었다. 소한 추위를 매섭게 하고나면 대한 추위도 덜하고, 봄도 일찍 찾아오고, 더 이상의 추위도 없을것이라는 옛말도있다. 밤 새 눈이 내릴것이라고 기상청에서는 일기예보를 한다. 멀리 남쪽에서는 벌써 눈이 내려 동백의 빨간 꽃잎 위로 쌓였을지도 모른다. 아! 저 동백의 아픔을 누가알까? 호홉이 가빠지고 숨이 막힌다. 심장이 갈라지는듯한 통증이 온다 나는 이렇게 죽어가는데 너는 어디서 뭘하고 있니? 불치의 병. 불치의 병이 뭔지도 몰랐었다. 치료가 안되는 병이 뭘까? 현대의 의술을 비웃었다. 밤마다 잠을 한 시간마다 깬다. 고통스럽다. 그럴때마다 일년전의 나를 떠올리며 감사드린다. 병원에서 다른 환자들 틈에 끼어 무던히도 살려고 애를썼다. 이제 일년이 지나고 거의 나은..

- 그의 獨白 2023.01.06

거룩한 식사 - Story II

Story II 83세의 나이를 곱게 넘기고 계신 누님이 계시다. 작년부터, 아니... 내가 항암치료를 받기전부터 혈액암이라는 소식을 듣고 6년근 수삼 100뿌리와 함께 다려먹으라고 어렵게 구한 경산 대추를 보내셔서 톡톡히 덕을 보게하신 누님이다. 그 누나가 이번에는 내가 항암치료를 받고 입맛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다는 소식을 듣고 또 일을 내셨다. 누나는 물맑은 바다가 펼쳐지고 봄이면 동백꽃이 만발한 청정지역 남쪽지방에 사신다. 따라서 좋은 생선을 젊어서부터 대놓고 먹는 집안이다. 명절이나 제사날이 오면 내 팔뚝만한 온갖 생선들을 구해다 전을 부치고 쌓아올려 젯상이 넘치게 차리는 집안이다. 누나는 나에게 보내려고 몇일전부터 단골생선집에 대구(大口魚)·를 주문하셨다. 풍랑이 거세고 일기가 고르지않아 대구..

- 그의 Life story 2023.01.05

거룩한 식사 - Story I

Story I 새해가 밝았다. 뭔가는 달라져야한다. 사소한 것들도 아주 중요한, 거룩한 것들이 있다. 새해들어 우선 나는 먹는것에 대하여 이야기하련다. 우리가 먹는 것은 위대하고 거룩하다. 다 들 알다시피 항암치료를 끝낸 환자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고통을 이야기들 한다. 항암치료를 받고나면 에너지가 고갈이 되고 암세포를 죽이느라고 다른 신체의 기능마저 모두 말살된다. 나는 항암치료를 받은후, 거식증에 걸리고 식탁에 앉으면 속이 뒤집히고 아무것도 먹지못하는지가 꽤나 되었다. 아내는 나에게 무엇이던지 조금이라도 먹이려고 갖은 애를 다 썼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려 육류도 사다가 구워놓고, 생선도 사오고, 이것저것 사다가 반찬을 많이 만들어 식탁을 차렸다. 그러나 오히려 역효과로 나는 아내에게 짜증까지 냈다..

- 그의 Life story 2023.01.04

Happy New year

2023년 계묘년(癸卯年) 토끼해가 밝았습니다. 2021년, 2022년. 저는 계속 아파서 투병했습니다. 이번 2023년 부터는 원래 제 성격처럼 누구와 다투지않고, 유순하고, 혼자 초원에서 살아나가듯 ... 그렇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사는 서울, 잠실에도 이제 서서이 날이 새겠죠. 나는 이 축복받은 거리를 좋아하고 한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습니다. 새벽마다 올림픽공원으로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고 사계절 변하는 공원풍경을 찍고, 건강을 다지며 살았습니다. 축복받은 삶이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5시 35분, 제가 일어나던 시간이군요. 그런데 오늘 밖의 온도는 상당히 춥습니다. 어느핸가 보드카를 몇 병 샀습니다. 그것을 가지고 눈쌓인 올림픽공원으로 들어가서 눈에다 묻고 詩 하나 외우고 한 잔, 또 詩 하나 외..

- 그의 이야기 2023.01.01

2023년 계묘년(癸卯年) 토끼해

한 번 가슴에 들어왔던 행복한 기억들은 평생 잊혀지질 않는다. 사람들은 그 기억을 가슴에 안고 살아 나간다. 기억한다. 2011년 5월, 공원산책길에서 주먹만한 아기토끼를 보았다. 아마 5월초에 태어난듯, 태어나서 눈을뜨고 어미의 젖을 뗀지 채 일주일도 안된듯하다. 야생 들짐승이 그리도 많은데 용케도 살아남았다. 대견스럽다. 가까이 가도 두려움이나 경계심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사는 방법인양 풀만 뜯어먹는다. 내 아들도 5월에 태어났다. 꼭 저렇게 토끼같이 작고 예뻤다. 배가 고프면 울고, 우유병을 대주면 먹고, 그리고 잠을잤다 한살, 두살, 세살... 스물여덟. 그렇게 자라며 이뿐짓만 해서 나는 행복했었다. 지금도 그애가 자라면서 보여줬던 이뿐짓들이 자꾸 새록새록 눈앞에 떠오른다. 그 기억들은 내가슴속..

- 그의 이야기 2023.01.01

아밀로이드종 Amyloidosis 재발.

새벽, 영하 17도까지 기온이 내려갔다. 금년들어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있다. 아내와 함께 커피와 떡을 몇 개 챙기고 채혈검사서류를 가지고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채혈을 한 뒤, 1시간여를 기다렸다가 검사결과가 나오면 송교수의 진료가 있는 날. - 백혈구가 이젠 현저히 줄어들어 정상치입니다. 빈혈도 없어졌구요. 그러나 신장이 나빠졌습니다. 그동안 이뇨제를 복용하여 부종을 다스렸었는데 이젠 신장때문에 이뇨제를 드시면 안됩니다. 커피도 될수록 절제하셔야합니다. 수액주사를 몇 대 맞으시고 3주후에 뵙겠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이튿날부터 아내가 놓아주는 수액주사를 맞았다. 오늘은 아내가 병원을 쉬는날이라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천천히 무리하지않고 맞았다. 1년반동안 항암치료를 하느라 주사를 수백대를..

- 그의 Life story 2022.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