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사랑을 파낸다 새 떼처럼 마음이 운다 사랑에게 손을 뻗어 손을 달라고 했다 눈에 파묻힌 사랑은 손에 뿌리를 꼭 쥐고 있었다 사랑은 손을 내미는 대신 일생에 단 한 번 여름이 올 것이라 했다 그 여름이 오면 대륙 깊숙이 이 뿌리를 심어달라 했다 그 뿌리 속에 최선이 들어 있다고 했다 치밀한 여름이 왔다 여름의 조각들이 대륙을 붙들지 못해서 사랑은 뿌리가 드러났다 한사코 표식을 드러내겠다고 겹겹의 세계 바깥으로 나오고 만 사랑의 뿌리를 파낸다? 사랑은 뿌리여서 퍼내야 한다 뿌리가 번지고 번져서 파낼 수 없게 되어서 다시 되묻는다 온몸에 열이 펄펄 끓기 시작한다 사랑이 끝나면 산 하나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로부터 멀지 않는 곳에 퍼다 나른 크기의 산 하나 생겨난다 산 하나를 다 파내거나 산 하나를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