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또 훌쩍 깊었다 내가 병들어 아픈 사이에 투명한 햇살을 내리쬐다, 새벽 안개를 몰고왔다, 구절초를 한무더기 피우고 이슬을 맺게 했다가, 푸르던 사과를 붉게 익히다가, 들녁을 누렇게 물들이며 깊었다. 병원에서 나와 쇠잔해진 얼굴로 그것들을 바라보다가 한숨지으며 말했다. '그래, 한숨지을거 없어. 해마다 언제는 안그랬나?' 병원에서 퇴원을하여 여행을 떠났다. 달라진 세상풍경을 보고싶었다. 사우(寫友)가 해마다 간다는 곳을, 함께 가자고 부탁하여 먼 길을 달려갔다. 과연 세상을 달라져있었다. 새벽, 해가 떠오르기전에, 햇살이 피어날때 호수의 물안개도 피어난다면서 사우는 여관문을 나서 길을 떠났다. 나는 완치되지 않은 몸으로 사우를 먼저 보내고 천천이 발걸을을 떼어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루 내쉬며 한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