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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To Freedom VI - 섬 여행을 마치며

나는 바다의 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 Adieu(아듀). 내가 손을 내밀었다. - Adieu. 바다가 손을 내밀었다. - 이제 돌아가야해. 내가 말했다 - 잘가. 바다가 대답했다. 우린 이제 헤어져야하는 것이다. 또 다른 여행을 위해 나는 돌아간다 - Goodby again (다시 한번 안녕) 바람불고 날은 어두워지는데 늙은 바다가 있었다 나는 돌아나오며 다시 한번 바다를 사진 찍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노출이 떨어져 삼각대를 받치고 장타임을 맟추고 찍어야했다. 파인더에는 늙은 바다의 모습이 들어왔다. 몇 장인가 사진을 찍다가 나는 그대로 돌아서 나왔다. 카메라는 계속 바다를 향해 찍히고 있었다. 저녁바다는 썰물이 빠져나가면서 파도소리도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물이 빠져나가는 해안선에 서서 멀어져가는 파..

The Road To Freedom V - 안면도의 일몰(日沒, sunset )

태초의 바다에 어둠이 밀려오면 저녁조수같은 석양이 하늘을 물들인다 하늘에서 들리는 파도소리... 분명 해안에서 들리는 파도소리가 아니다 나는 하늘의 파도와 구름의 모래가 맞닿는 곳에 업드려 바다소리를 들었다 바다소리에는 태고적 바람이 들어있고 멀리 북극에서 고래들의 헤엄치는 소리도 들린다 다시 어둠이 내리고 저녁이 오는 시간. 서해안을 따라 긴 안면교를 지나고 송림을 벗어나 안면도 백사장의 4.7Km가 아름답다고 하나 그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바위섬 뒤로 해가 지는 일몰의 풍경일것이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부근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일몰의 시간이 되면 모두 일몰이 잘 보이는 장소로 다시 찾아온다 드디어 아름다운 일몰이 시작되고 뿔뿔히 흩어졌던 사람들은 모두 축제처럼 지는해를 바라본다 나는 분명히 보았다. 온 ..

카테고리 없음 2021.10.28

The Road To Freedom IV - 안면도

- 부에노스 따르데스(Buenas tardes) 좋은 저녁이야. 내가 섬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 부에노스 노체스(Buenas noches) 만나서 반가워. 바다도 내게 손을 내밀었다. - 우린 또 만났어. 내가 말했다 - 반가워. 바다가 대답했다. 나는 또 다른 여행을 위해 여태까지 찍어왔던 바다를 다른 느낌으로 찍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 또 다른 바다의 얼굴을 보아야 할테니까. 안면도의 바다와 썰물이 빠져나간 바위섬들을 찍어온지 벌써 30년째다. 안면도에는 봉우리가 세 개라서 '삼봉'이라는 바위가 있고 또 할아버지 바위와 할머니 바위가 있다. 계절과 조수를 잘 알고 떠나면 바위섬 사이로 해가 지는 것을 사진 찍을 수 있다. 이번에는 때를 잘 맞춰왔다. 저녁 바다는 춥다. 더구나 바람도 많이 분다 ..

The Road To Freedom III - 안면도 가는 길

안면(安眠). 편할 안(安), 잠 면(眠). 범조수지언식(凡鳥獸之偃息). 조수가 편안히 누워 쉴 수 있는 섬. 안면도는 배를 타고 건너야만 하는 해송(海松) 숲이 우거지고 드넓은 사구(沙丘)에는 해당화가 만발한 섬이었다 1970년대 비쥬얼 광고를 하던 나는 최고의 자동차광고를 촬영하기 위해 분위기있는 장소를 물색했다. 결과, 노을이 가장 아름답고 바닷물이 제일 가깝게 밀려드는 해안선에 차를 멈춰 세운 컨셉을 설정하고 안면도를 찾았다. 안면도는 모래가 단단하여 조수가 빠진후에 차를 달릴 수 있는 해안과 저녁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섬이었다. 어렵게 고생하여 안면도를 찾아갔던 그 해만해도 안면도는 알려지질 않아 드넓은 사구해안에는 해당화가 만발하고 자연의 송림이 빼곡한 아름다운 섬이었다. 텐트를치고 몇일간 지내..

The Road To Freedom II - 간월암

이놈아, 같이 죽자 장대 같은 아들의 멱살을 움켜잡고 검은 바닷물 속으로 끌고 드는 아비와 두 다리 한사코 뒤로 버팅기는 아들 그냥 바닷물은 소뿔에 받힌듯 퍼렇게 멍이 들었더니 갈대꽃 몇 번인가 다시 피고 다시, 그 아비 겨울 암자 보러 왔네 이화은의 '또 겨울강'에서 인용. 간월암(看月庵)은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위치한 암자이다. 조선 초 무학대사가 창건하였으며, 만공대사가 중건하였다고 전해지는 암자이다. 간조시시에는 뭍과 연결되고 만조시에는 섬이 되는 지형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바다를 배경으로한 해신당도 있고 뭍을 향한 산신각도 있다. 1530년(중종 25) 찬술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간월도만 언급되어 있고 간월암은 언급되어 있지 않아 조선 후기 창건된..

The Road To Freedom I

다시 길을 떠나야겠어 이맘 때 쯤이면, 서해안 바닷길을 달려가 해송숲을 지나 노을이 붉게타는 모래밭에 차를 세우고 꼴까닥 바닷속으로 빠져버리는 저녁해를 찍고싶다. 안개가 가득 휩싸인 여수 바닷길 걸어 동백숲으로 숨어 들어가 옷을벋고 바람의 노래를 듣고싶다. 떠나리... 산새 울음소리 가득한 남도산천을 떠돌며 짚시처럼 버들피리를 불어보리 내 손엔 작은 카메라 그거 하나면 족하지 좋은 사진 하나 얻는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정확히 초점 좀 안맞으면 어떻고 조금 흔들리면 어떠리 현재의 감정상태를 그대로 담는게 우선이지 누가 봐주길 바라지도 않는 내 만족을 위한 글나부랭이와 사진들 바람부는 언덕에서서 피리부는 목동처럼 마냥 행복에 겨우리 Chris Yoon

해빙기(解氷期) V - 철원 노동당사(勞動黨舍)

여기는 청춘의 밀사[密使]들이 암약[暗躍]하던 한 세기 공산권의 지대 나는 두터운 파카를 입고 로밍된 셀폰으로 바람의 밀서[密書]처럼 전화를 하네 내가 살던 집, 당연히 빈 신호음만 가지 내가 빠져나온 집에는 또 다른 내가 있을것 같아 수신자 부재의 신호음을 들으며 전화를 거네 강원도 철원읍 관전리에 낡은 건물이 방치되듯 있다. 이곳은 전쟁 이전엔 북한땅이었다. 개성 인삼밭을 빼았기고 대신 이곳 철원땅을 얻었다. 이곳에 있는 노동당사(勞動黨舍)는 1946년에 완공된 3층 건물이다. 6.25전쟁(六二五戰爭 , Korean War)이 일어나기 전까지 북한의 노동당사로 이용되었다. 현재 이 건물은 6.25전쟁 때 큰 피해를 입어 건물 전체가 검게 그을리고 포탄과 총탄 자국이 촘촘하게 나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

해빙기(解氷期) IV - 겨울 철원(鐵原)

제아무리 산이 높고 깊어야 얼마나 깊겠냐마는, 사람의 속만큼 높지도 않은 산이, 사람의 속보다 깊지도 않은 강이 눈이 내리고 바람이 잠자는 밤에는 쩌렁쩌렁 운다. 등성이를 뒤채며 우는 산은 흡사 사내들의 마음과 몸을 닮았고 울다울다 지친 강은 흡사 계집의 몸을 닮았다 우리는 저렇게 살아왔다 밤마다 저렇게 몸을 뒤채며 울다 쩌렁쩌렁 갈라지며 어느순간 모든걸 쏟아 내어야했다 슬픔이 끓어올라 겨울산이 되었고 살 저미는 아픔에 겨워 겨울강이 되었지만 그러나 어디론가 또 떠나야한다 봄이 오기전에 우리는 떠날 채비를 해야한다 겨울산도 겨울강도 상처는 깊어 서로의 상처에 기대면서 떠나야한다 낮에는 햇살과 밤에는 별빛을 품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로 서로를 씻어주며 아픔이 와도 서로의 가는 길을 열어주어야 ..

해빙기(解氷期) III - 겨울폭포

사는동안 모든 것들이 내 머리를 짓밟고 넘어갔던적이 어디 한 두번 이었던가? 그럴적마다 한 목음의 샘을 찾아 마시고 일어섰던 기억들... 모두들 나를 향해 돌을 던지던 내 나이 서른 두살의 벼랑 위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도 없고 그대로 견뎌야만 했던 비극적 우울의 시작, 그래도 질긴 생명력은 이렇게 버티며 살아남지 않았는가? 이제와서 굳은 살 박힌 상흔위로 소나기 한 줄기 맞았다고 뭐 그리 대수던가 나이 일흔을 산다는게 별거더냐 그저 살아가는 날들의 연속이었던 것을. 이제 나도 회향(廻向)하련다 오늘도 나는 또 한 목음의 샘을 마신다 지난 여름, 강물을 뛰어오르던 열목어를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뛰어 오르다가 실패를 하고... 또 뛰어 오르다 실패, 번번이 실패를 하면서도 그 힘든 폭포 거슬러 뛰어넘기..

해빙기(解氷期) II - 역고드름

역고드름(Ice spike)은 보통의 고드름과 달리 아래에서 위로 솟아오르는 형태를 말하며, 승빙(乘氷)이라고도 한다. 6.25 전쟁전 경원선 종착역인 신탄리역에서 철원 방향으로 3.5㎞ 떨어진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선에 폐터널이 있다. 터널의 규모나 형태로 볼 때 일제 강점기 경원선의 복선공사로 터널을 시공하다가 일본의 패망 당시 중단된 것으로 향토사학자들은 전한다. 터널 내에 역고드름은 2005년 마을 주민에 의해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터널의 길이 100m, 폭 10여m의 바닥에는 다양한 크기의 역고드름 수십여 개가 12월 중순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이듬해 3월 초까지 기이한 광경을 연출한다. 가만이 찬찬이 보고 있노라면 여러 형체가 만들어져 있다. 나는 바닥에 서있는 결빙들이 마치 경배를 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