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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가을에 물들다 VI - 석빙고가 있는 월성

쉿 - 있잖아. 비밀이야 내 청년시절, 너를 만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걸 너는 기억하니? 그때, 네가 나를 데리고 왔던 이곳이 월성이었나봐 해가 서산으로 질무렵 이 길을 따라 걷던 것, 아직 기억하니? 그 저녁무렵의 깨끗했던 공기, 소나무 향, ... 이건 우리 둘 만의 비밀이었어. 월성(月城 ) : 신라의 궁성이 있던 곳으로 반월성, 신월성, 재성이라 불린다. 그러나 현재, 왕궁의 흔적은 찾기 힘들고 조선 영조 때 만들어진 석빙고와 자연 성벽의 일부, 성벽둘레의 성을 보호하기 위해 팠던 도랑인 해자터가 남아있다. 지형이 초승달처럼 생겼다 하여 월성이라 불렸다고 전해진다. 남쪽으로는 남천이 흘러 자연적인 방어 시설이 되었고, 동쪽 ・ 북쪽 ・ 서쪽으로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넓은 도랑인 해자가 있었다...

천년고도 가을에 물들다 V - 첨성대 (瞻星臺)

옛사람들은 별을 관측하려고 첨성대를 지었다 허나 나는 지금 뙤약볕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비밀이야. 너를 보면 안쓰러워. 어느 해였던가? 내가 아주 어렸을때, 나는 한 권의 얇은 형의 책속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너에게 올라가고 매달리며 온통 너를 에워싸고 기념사진을 찍은것을 보았지. 나는 너를 보며 길흉을 점치지 밤마다 별을 보며 내 대신 빌어주지 않을래? 옛사람들이 별을 보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의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나라의 길흉을 점치기 위하여 별이 나타내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역법(曆法)을 만들거나 그 오차를 줄이기 위하여 별이나 일월오성(日月五星:해와 달 그리고 지구에서 가까운 금성 · 목성 · 수성 · 화성 · 토성의 다섯 행성)의 운행을 관측하는 것이었다...

천년고도 가을에 물들다 IV - 오릉 (五陵)

천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주춧돌과 무덤으로 남았다 다가올 천년의 세월도 훌쩍 지나가리라 찰나를 지나간 나그네의 발자국을 보탠다 그리고 역사의 숨결을 느껴본다 - 구자룡 작가 - Photo : Chris Yoon 경주 오릉(慶州 五陵)은 경주 남쪽 약 2km 지점, 문천 남안의 송림 속에 있는 능묘들이다. 1969년 8월 27일 대한민국의 사적 제172호 신라오릉으로 지정되었으나, 2011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되었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 거서간과 그 부인인 알영부인의 능과 남해 차차웅 . 유리 이사금. 파사 이사금의 능이라 전해진다. 전설에 의하면 시조의 시체가 승천한 후 7일 만에 떨어진 것을 5개소에 매장한 것에서 오릉이라고 일컬었다고 한다. 오릉 동편에는 지금도 시조왕의 위패를 모시는 숭덕전이 있..

천년고도 가을에 물들다 III - 계림(鷄林)

소나무 숲으로 부는 천년 바람을 본다 그래, 지나가는 바람에도 분명 길이 있어. 나도 걸어가는 길이 있어야 한다. 친구야, 네가 가고있는 길... 그 길을 걷다보면 그 길이 곧 너의 길이 될거야. 계림 울창한 느티나무와 왕버들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계림은 경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가 태어난 곳이자 서라벌에서 가장 오래된 숲이기도 하다. 신라건국 초기부터 있던 숲으로 2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수많은 나뭇가지와 둥치를 보고 있노라면 묘한 신비로움과 신성함이 느껴진다. ◑계림의 전설 신라 탈해왕9년(65년)의 일이다 왕은 한밤중에 금성 서쪽 시림이라는 숲 사이에서 닭 우는 소리를 듣고 날이 밝자 신하를 보내 이를 살피게 했다. 사자가 숲에 이르러 보니 금빛으로 된 조그마한 궤짝 하나가 나뭇가지에 달려 있고 흰..

천년고도 가을에 물들다 II - 분황사 [芬皇寺]

천년 벌판에 바람이 지나가는걸 본다 분황사[芬皇寺]는 천년 제자리에 있고 석등(石燈)은 불 밝은데 원효 대사가 쓴 《화엄경소(華嚴經疏)》어디 갔고 솔거가 그린 관음보살상은 어디 있을까? 자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애수가 피어오른다. 아! 그래, 난 그들의 간 곳을 알고있어, 바람이 지나가는곳,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慶州芬皇寺模塼石塔) 높이 9.3m. 국보 제30호. 돌을 벽돌[塼] 모양으로 다듬어 쌓은 모전석탑(模塼石塔)으로서, 634년 분황사의 창건과 동시에 건립되었다고 생각되나 뒤에 몇 차례 보수되어 어느 정도까지 원형이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안산암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은 모전 석탑으로 원래는 9층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는 3층뿐이다. 단층의 기단은 자연석으로 높게 쌓았으며, 그 위에..

천년고도 가을에 물들다 I

하늘이 높고 깊어진다. 그 높고 깊어진 하늘에 구름이 매일 다른 시를 쓰고 그림도 그린다. 어떤날은 날아가는 새떼에 대한 시를, 어떤 날은 마구 자신의 앞가슴을 쪼아 바람에 날리우는 새의 깃털 그림을, 또 어떤 날은... 또 어떤 날은... 우리는 그렇게 바람이 지나가며 시를 쓰고, 구름을 통해 그리는 그림을 본다. 그 바람이 나도 흔든다. 저렇게 너도 어딘가 흘러가보라고, 바람부는 대로 흘러가보라고, 그곳엔 네가 모르고 있다가 문득, 깨닫는 것이 있을 거라고. 평소 나의 아픔을 바라보며 말을 아끼던 친구, 자신이 더 아프면서도 나를 묵묵히 감싸주던 친구, 여름을 타느라 밥을 못 먹겠다고하면 말없이 냉장고에서 잘 익은 파김치 한 통을 꺼내 건네주던 친구, 셋도 많다. 단 둘이서 여행을 떠나보라. 가는 길..

강원도 평창 청옥산 - The hill of wind

The hill of wind I 벌판에 핀 꽃들이 울고 있다 피 흘리지 않은 마음 어디 있으랴마는 산기슭에 앉아 내 가슴 분화구처럼 움푹, 이미 여러개 생겼다 내 몸속에서 흘러내린 어둠이 파놓은 자리, 오랜 시간과 함께 응어리처럼 굳어버린 용암들 그 자국들을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을 때는 깊고 아린 한숨만 쏟아져 나온다 꽃 향기에 어지러워 일어나지 못하고 꽃그늘에 누워 올려다보는 하늘에는 구름이 이동하고 있다 구름이 머물렀던 자리, 어느새 또 꽃이 뿌리를 내리며 피어나고 있다 사후(死後)의 어느 날, 이승으로 유배 와 꽃멀미를 하는 기분, 저승의가장 잔혹한 유배는 자신이 살았던 이승의 시간들을 다시금 더듬어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황홀한 기억, 어찌 또 다음 사후에 내 기억하리 The hill ..

제주여행 XIX - epilogue

2020년, 봄. 제주는 영원히 내 가슴에 남을 것이다 코로나19를 피해 제주로 향했던 우리 네명은 서로를 위로하고, 때로는 서로 힘들어하고, 상처를 주고 받으며 아침이면 모슬포의 식당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밥을 사먹으며 섬여행을 다녔다. 이제 이쯤해서 제주여행기를 마쳐야겠다. 우리 속담에 '빈 수레가 요란하다'했던가! 제주에 대해 별로 아는 지식도없이 너무 겉핥기식으로 여행을 하며 그저 돌아 다닌것 같다. 그러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남미에서 온 친구 둘이 곤경에 처했다. Covid19와 뎅기열로 인해 남미의 공항이 봉쇄를 하여 돌아가지를 못하게 되었다. 그것도 단시일이 아닌, 6월말이나 7월말... 아니 어쩌면 더 길어질지도 모른다. 남미에서 온 친구는 가지고 온 돈도 거의 바닥이 나고 서울로 돌아..

제주여행 XVIII- 제주의 폭포들

제주에는 폭포들이 참으로 많다.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 엉또폭포, 정방폭포, 원앙폭포, 소정방 폭포, 이끼폭포...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제주섬은 다채로운 지질 구조와 풍경을 선보이는데 그중 특이한것이 기암절벽에서 떨어져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폭포들이다. 그러면 다녀온 폭포 몇 개를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고요히 흐르던 물도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된다 나 역시 처음에는 고요히 흐르던 물에 지나지 않았다 급류에 시달리고 떨어지다 보니 폭포가 되었다 ................................ 먼 길 흘러오는 동안나에게 너의 존재는 무엇이었나? 나를 고통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나를 화나게하고, 나를 통곡하게 만들고... 너는 나에게 절망이었고 폭포였다. 천제연폭포(天帝淵瀑布) 천제연폭포(天帝淵瀑..

제주여행 XVII - 가파도

몇 년 전, 한 사내가 그 섬에 있었다. 온 섬 가득이 청보리가 일렁일 무렵이었다. 그 사내는 나를 만나겠다고 청보리 내음을 담고 현관문을 나서다 쓰러졌다. 싱거운 사람... 나는 그를 기다리다 잊어버렸다. 몇 일후, 나는 그의 가족으로부터 한 줄 문자를 받았다 - 선생님을 뵈러 떠나던날, 제 남편은 숨졌습니다. 제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이제야 연락드립니다. 그는 빠삐용처럼 자유를 얻어 떠났다. 가파도 가는 뱃전에는 거짓말처럼 오늘도 빠삐용과 드가가 있고 그 섬엔 바람과 푸른 청보리밭과 그의 詩가 있다. 가파도에 가면 온통 청보리밭 뿐이라는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배에서 내리면서부터 청보리밭, 길을 걸으면서도 청보리밭, 바다를 보려해도 먼저 청보리밭,.. 가파도에서는 가도가도 청보리밭만 보인다. 제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