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북호텔에서 (여러 날의 저녁에) 박정대 북호텔의 남쪽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이곳에 온 지도 벌써 여러 날이 흘렀다 남들은 누군가의 육체를 갖기 위하여 이곳에 온다지만 나는 나를 버리기 위하여 이곳에 왔다 자꾸만 저 별에 남겨두고 온 어린 아들이 생각난다 아들이 찰흙으로 만들었던 잠자는 곰도 생각이 난다 나는 그 잠자는 곰을 내 전화기 옆에 두었었다 지금도 그 잠자는 곰을 깨우기 위해 전화벨이 울리고 있을까 북호텔의 남쪽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출렁이는 차들을 본다 돌아갈 곳이 없어도 필사적으로 돌아가는 저 거룩하고도 장엄한 지구인들의 歸家, 차가운 유리창에 입김을 뿌려 주석도 없는 황혼의 유서를 쓰면 멀리서 지구를 물고 날아오르는 검은 새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