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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북한산 사모바위 아래 산벚꽃

사모바위 오르는 길. 산벚꽃이 늦게 피었다 진다. 누구를 사모하여 피었다 지는가? 이렇게 봄날은 가는데. 북한산 승가사에서 사모바위 오르는 길에 절벽으로 깎아 지른듯한 큰 바위가 있고 그 앞에 산벚꽃이 한그루 외로이 서있다. 높은 산이라서 해마다 늦게 꽃을 피웠다 지는데 산벚꽃이라서 꽃도 작고 꽃송이도 소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파리하고 연약해 보이면서 더 아름답다. 나는 해마다 이곳을 찾아가 꽃을 보고 온다. 자칫 시기를 잘 못 맞춰 일찍 올라가면 산벚꽃은 아직 겨울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았고 조금 늑장을 부리다 늦게가면 벌써 산벚꽃은 황황히 떨어지며 바람결에 날아가고 없다. - Chris Yoon

- 그의 山 2021.10.30

북한산 백운대에서

여기가 서울 북한산의 백운대 정상이라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평소에는 발디딜 틈도없이 사람들이 북적이며 가득한데... 그도 그럴것이 오늘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이 거세고, 천둥이 몰려다니며 크게 울고, 머리위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나는 그런 백운대 정상으로 올라 건널 수 없는 이승의 세상과 저승의 세상 한가운데 서있었다. 살아왔던 날로 되돌아 갈수도 없고, 아직 저세상으로 갈수도 없는 나이... 그렇게 비와 바람속에서 나는 외로운 섬이되어 앉아있었다. 백운대는 북한산의 북쪽에 위치한 삼각산 세 봉우리중 최고봉으로서 해발 838m로서 인수봉(仁壽峰, 810.5m) ·노적봉(露積峰, 716m) 등과 함께 북한산의 고봉을 이룬다. 서울 산 가운데에선 가장 높은 산이다. 고려시대에 개경에서 보면 세..

- 그의 山 2021.10.30

조난자[遭難者]

The Traveler 여행자는 눈물을 삼킬 줄 알아야한다 복받치는 슬픔이 밀려와도 참아야한다 새삶을 꿈꾸며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갈줄 알아야한다 스무 살이 되자 열두 살의 어둠은 여명처럼 되었고 마흔다섯이 되자 청춘의 슬픔은 이슬이 되어 있었다 지나가고 지나간다 내 가슴을 찢어 놓은 어떤 바다, 어떤 구름, 어떤 노래, 어떤 미소도 먼 바다 흰 구름 가벼운 한숨과 바람이 되듯 빗방울에 몸을 잃어 가는 돌멩이처럼 한 사람도 결국 지워지고 지워진다 해가 뜨자 달이 뜨고 별이 뜨자 해가 뜬다 - 이운진의 全文 Chris입니다 오지를 다녀온후 후유증으로 시달리고있습니다. 많이 다친것은 아니고 조금 허리 부상을 입었습니다 서둘러 오긴 했으나 완쾌되기까지 조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듯 합니다 따라서 블로그도 잠..

- Himalaya 2021.10.30

다르질링(Darjeeling)에서 멈춰선 시간

다르질링(Darjeeling)에서 멈춰선 시간 윤필립 협괘열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배그도그라(Bagdogra) 실리구리에서 비행기를 내려 지구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에서 North East Frontier Rail Way 라는 150년전 시작한 철도를 따라 구불구불 끝도 없이 5시간을 달려 들어와야 하는 곳 영국인들이 차를 실어 나르던 열차가 이젠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격했던 서러움들은 내 몸 안에서 서서히 빠져나가고 짓물렀던 슬픔도 엷어진 이제 내 품으로 돌아온 전생이 몇 백년 된 나무를 껴안고 숨을 고르는 동안 내 육신은 하늘 아래 제일 가까운 차밭에서 딴 홍차를 마신다 다젤링에선 홍차를 마시려면 티백으로 마시지 말고 잎 차로 마셔라 그래야 제대로 된 홍차맛을 느낀다 여기는 지도..

- Himalaya 2021.10.30

다르질링(Darjeeling)에서 온 편지

다르질링에서 온 편지 지금 지구는 외롭고 바람 부네 사람이 그리워 사람의 마을로 간 것을 파계라 하던가 여기는 별이 너무 많아 더러는 인간의 집을 찾아들어 몇 점 흐린 불이 되기도 하네 히말라야의 돌은 수억 년 전의 조개를 품고 있다지 이 생의 일인데도 어떤 일들은 아득한 전생의 일처럼 여겨져 꽃 같은 기억, 돌 같은 기억이 너무 많아 세상이 나를 잊기 전에 내가 나를 잊었구나 농담을 하듯이 살았네 해발 2억 광년의 고산을 넘어와 밤마다 소문 없이 파계하는 별들 보며 전생의 내가 내생의 나에게 편지를 써 거꾸로 읽어 보네 여인숙 옆 사원에서 들려오는 주문인 듯 네부람바고롭외 .... 詩 / 류시화 《詩集,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中에서》 Music / Deuter - Nada Himalaya..

- Himalaya 2021.10.30

나는 Himalaya에 와있다.

고산병 때문이었다 몸을 뒤척일 때마다 숨이 가빠서 밤새 뒤척였다 마치 물 속에서 잠자는 것 같았다 자다가 산소가 부족해 죽을 것 같다는 두려움 깜빡 잠든것 같았지만 밤새 깨어있었다 온 몸이 물에 빠졌다 나온듯 흠씬 젖었다 바람소리가 4,200미터 고지의 스산함을 더해준다 옷을 껴입었지만 춥다 밤새 새우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40분,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침낭에서 빠져 나왔다 얇은 베니어 판으로 벽을 막은 조그만 방 헤드랜턴을 켜고 창 밖을 내다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창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설다 며칠째 깎지 않은 수염 자외선에 거칠어진 얼굴 입에 안맞는 현지음식으로 버티며 산행을 한 그동안 수척해진 내 모습이 무척이나 낯설다 방안은 온기가 없어 숨을 쉴 때마다 허연..

- Himalaya 2021.10.30

Himalaya에 가면 III

Himalaya 삶이 지루하거든 희말라야로 떠나라 눈 시린 하늘위에 흰 구름을 풀어 천년설의 산맥들 즐비하게 세우고 죽음의 비탈을 쓸어가는 바람소리를 들어보라 깊숙이 크레바스를 가르고 오래도록 습관이 된 신음소리를 거기 산골짜기 비밀스런 가랑이로 깊숙히 밀어 넣어보라 산이 일러주는 백년설의 은유로 당신 생애의 연대기를 해득해 보라 크레바스를 통해 산의 심장으로 들어 가 고작 광물질과 지층의 구조속에서 우리가 한 줄기 바람같이 일어났다가 다시 드러눕는 숙명과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확인해 보라 그래도 별 볼일 없으면......... 눈 덮인 계곡으로 굴러 떨어져보라 그러면 만년설이 당신을 덮어 두리라 눈과 바람과 불가사의로 덮어 신비처럼 거기 썪지않게 당신을 묻어 두리라 그리고 언젠가,... 당신보..

- Himalaya 2021.10.30

주저흔(躊躇痕 / Skid mark & Hesitation Marks) - 김경주

躊躇痕 (주저흔) 김경주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다 그는 지층에 묻혀 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발굴한 화석의 연대기를 물었고 다투어서 생몰연대를 찾았다 그는 다시 몇 세기 전 돌 속으로 스민 빗방울을 조금씩 긁어내면서 자꾸만 캄캄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굴 밖에선 횃불이 마구 날아들었고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가진 돌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법인데 그것은 돌 속으로 들어간 몇 세기 전 바람과 빛덩이들이 곤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썩지 못하고 땅이 뒤집어 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동일 시간에 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전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석의 내부에서 빗방울과 햇빛과 바람을 다 빼내면 이 화석은 죽을 ..

- 그의 애송詩 2021.10.29

Himalaya에 가면 II

나는 늘 히말라야에 가서 봉우리에 오르길 꿈꿔왔다 설산, 눈 덮인 봉우리, 그 봉우리를 바라보며 티벳 라싸를 거쳐 삼보일배를 하며 다아즐링까지 가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협괘열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배그도그라(Bagdogra) 실리구리에서 비행기를 내려 지구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에서 North East Frontier Rail Way (150년전 시작한 철도)를 따라 구불구불한 길을 끝도 없이 5시간을 달려왔다 영국인들이 차를 실어 나르던 열차가 이젠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격했던 서러움들은 내 몸 안에서 서서히 빠져나가고 짓물렀던 슬픔도 엷어진 이제, 내 품으로 돌아온 전생이 몇 백년 된 나무를 껴안고 숨을 고르는 동안 나는 하늘 아래 제일 가까운 차밭에서 딴 홍차를 마신다 다아즐링에..

- Himalaya 2021.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