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7. 길에서 길까지 최금진 아홉 살 땐가, 재가한 엄마를 찾아 가출한 적이 있었다 한번도 와 본적 없는 거리 한복판에서 나는 오줌을 싸고 울었다 그날 이후, 나는 길치가 되기로 결심했다 고등학교 땐 한 여자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서 막차를 놓치고 대신 잭나이프와 장미 가시를 얻었다 무허가 우리집이 헐리고, 교회 종소리가 공중에서 무너져내리고 나는 골목마다 뻗어나간 길들을 모두 묶어 나무에 밧줄처럼 걸고 거기에 내 가느다란 목을 동여맸다 노랗게 익은 길 하나가 툭, 하고 끊어졌고 나는 어두운 소나무밭에서 어둠의 뿔 끝에 걸린 뾰족한 달을 보았다 대학에 떨어지고 나는 온몸에 이끼가 끼어 여인숙에 누워 있었다 손 안에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길 하나를 태워 물었다 미로 속에 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