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560

花詩 series 7 / 4월 - 한용국

2014. 3. 22. 애인과 섹스하다 돌아보니 사월이었다 여자는 할퀴거나 깨물기를 즐겨서 멍든 자리마다 대나무가 꽃을 피우고 오랜 집중이 요구되었던 체위들 사이로 폭설이 내리는 풍경이 삽입되었다가는 산산조각으로 깨져나가곤 했다 목련은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내리는 데 애인은 몇 시 기차를 타고 떠나갔을까 열차표를 손에 쥐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보니 내나이 서른이었다 애인과 섹스만 했는데도 사월이 오고 방구석은 어느새 절벽이 되었고 책상과 침대가 까마득한 곳에 떠 있었다 누가 겨울 내내 우물을 파놓은 것일까 애인과 섹스한 것은 분명히 죄는 아닌데 그러면 내가 녹아 물이되어 흘러야지 생각했을 때 어머니가 달려들어와 나이는 뒷구녕으로 먹냐고 욕을했다 그래 누가 내 몸에 고운 흙을 채워다오 ..

- 그의 애송詩 2021.10.12

花詩 series 6 / 冬柏 동백

冬柏 천만번 흔들린들천지간 받아 줘야지 어깨 목 그깟 힘 빼지못해 꺽이였던 것들 어디 한두번이던가 두루 이런듯 두루 저런듯 비오면 빗물로 바람불면 바람결로 어우러야지 격했던 냇물의 울음도거칠던 바람의 흐느낌도결국은 낮은곳에 내려와 숨을 고르나니 피할 수 없는 세상흔들리면 어때흐느끼며 가면 좀 어때 흑,... 봄이 빨리 도망치듯 가고있다 빗방울 몇 개 후두둑거리다 서둘러 그치고 독한 감기 한번 앓고났더니 벚꽃이 흔적도없이 져버리고 다른 꽃들이 그 자리를 점령했다 마음에 그늘이 그토록 많았던가, MP3를 호주머니에 넣고 음악을 들으며 공원을 서성거리면서 그 꽃들 오래 바라본다 오늘은 산책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댁 화분에서 내어다 심었는지 죽어가던 동백이 회생하여 꽃을 피웠다 하도 신기하여 떨어진 꽃송이..

- 그의 애송詩 2021.10.12

花詩 series 5 / 時間의 風景속의 本能

時間의 風景속의 本能 사꾸라꽃 피면 여자생각난다. 이것은 불가피하다. 사꾸라꽃 피면 여자생각에 쩔쩔맨다. 어느 해 4월 벚꽃 핀 전군가도 (全群街道 : 전주-군산 도로)를 달리다가, 꽃잎 쏟아져 내리는벚나무 둥치 밑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나는 내 열려지는 관능에 진저리를 치면서 길가 나무둥치에 기대앉아 있었다. 나는 내 몸을 아주 작게 웅크리고 쩔쩔매었다. 온 천지에 꽃잎들이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나무둥치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바라보면, 만경평야의 넓은 들판과 집들과 인간의 수고로운 노동이 쏟아져내리는 꽃잎 사이로 점점이 흩어져 아득히 소멸되어가고, 삶과 흔들리면서 풀어지면서, 박모의 산등성이처럼 지워져가는 것이었는데, 세상의 흔적들이 지워져버린 새로운 들판의 지평선 너머에는 짐승들의 어두운 마음의 심연..

- 그의 애송詩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