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1. 사과꽃 한송이 떨어졌던가 박규리 느닷없는 소낙비에 흠뻑 젖어 나타난 사람 툇마루에 앉아 함께 젖는 추녀 끝만 쳐다보던 사람 세상에서 무서운 것은 흔들리는 제 마음이더라며 삶의 고단한 체증 맺힌 명치 끝만 쓰리게 쓰다듬던 사람 밤낮으로 취한 세상은 부옇기만 한데 내가 흐르는지 세상이 내 속을 흐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던 사람 조용히 두 손을 오래 부비던 사람 출렁이는 가슴은 밤마다 넘쳐 흐르고 돌아보면 눈물 아니면 살 수 없지만 누구 한번 모질게 원망은 한 적 없다던 사람 이제라도 술 끊고 사람답게 살아봐야겠다며 쓸쓸히 웃던 사람 때마침 사과꽃 한송이 떨어졌던가...... 빗물에 흩어지는 사과꽃잎만 눈 시리게 바라보던 사람 앞산 이마에 노을이 지고, 노을에 젖은 낡은 오토바이 털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