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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詩 series 10 / 치자꽃 설화 - 박규리

2014. 3. 23. 치자꽃 설화 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번도 사랑 받지 못한 사람이..

- 그의 애송詩 2021.10.12

花詩 series 9 /허홍구 春詩 3편

봄날은 간다 봄 / 허홍구 꽃망울 터지는 봄날 "선생님은 참 재밌고 젊어 보여요." 내 팔에 매달리는 꽃이 있다 스물 한 살 젊디젊은 여인 묵은 가지 겨드랑이 가렵더니 새 순 돋는다 아무래도 이번 봄에는 꽃밭에 넘어 질 것 같다 꼭, 넘어 질 것 같다 아지매는 할매되고 /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 그의 애송詩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