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花詩 series 19 / 은은한 화냥끼, 진달래 꽃

2014. 4. 13. 꽃샘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삼각산을 오르다가나목(裸木)들의 더미 속 가녀린 여인의 몸 같은진달래 한 그루가 몇 송이 꽃을 피웠다 조숙했나 보다. 이 계집 계곡에는 아직도 겨울이 웅크리고 있는데 잎이나 피워 그 알몸 가리기도 전에 붉은 꽃잎 내밀어 화사하구나 싸늘한 가시바람 억세게 버틴 가냘픈 가지들의 이 꽃덤불 꽃덩어리 꽃등불 에덴의 이브도 잎새 하나야 있었는데 유혹할 사내도 없는 이 천부적 화냥기는 제 알몸 열기로 불태우는구나 아직도 파란 겨울 하늘이 남아 있는 걸 진달래야 진달래야 진달래야 진달래야 - 이길원의 대학을 졸업하고 군생활의 막바지에서 군대멀미를 느낄 무렵, 제 5공화국 시절을 보내면서 한쪽으로는 억압된 젊음을, 또 한 편으로는 기성세대에서 탈피하려는 청년문화를 보..

- 그의 애송詩 2021.10.13

花詩 series 18 / 내 아들 닮은 꽃, 자운영

2014. 4. 12. 그 5월에 곽재구 자운영 흐드러진 강둑길 걷고 있으면 어디서 보았을까 낯익은 차림의 사내 하나 강물 줄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염색한 낡은 군복 바지에 철 지난 겨울 파커를 입고 등에 맨 배낭 위에 보랏빛 자운영 몇 송이 꽂혀 바람에 하늘거린다 스물 서넛 되었을까 여윈 얼굴에 눈빛이 빛나는데 어디서 만났는지 알지 못해도 우리는 한 형제 옷깃을 스치는 바람결에 뜨거운 눈인사를 한다 그 5월에 우리는 사랑을 찾았을까 끝내 잊었을까 되뇌이는 바람결에 우수수 자운영 꽃잎들이 일어서는데 그 5월에 진 꽃들은 다시 이 강변 어디에 이름도 모르는 조그만 풀잡맹이들로 피어났을까 피어나서 저렇듯 온몸으로 온몸으로 봄 강둑을 불태우고 있을까 돌아보면 저만치 사내의 뒷모습이 보이고 굽이치는 강물 줄기를 ..

- 그의 애송詩 2021.10.13

花詩 series 17 / 자목련(紫木蓮) - 도종환

2014. 4. 11. 자목련 도종환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린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아직도 고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그 고향…………… 무한한 지평선 꽃샘바람속에 하얗게 붓끝으로 점을 찍어놓은듯한 백목련의 봉오리가 펼쳐지고 햇살이 눈부시다고 생각할때쯤 그 백목련은 눈물처럼 뚝뚝 진다 그 백목련이 거의 자취를 감출때쯤 자목련은 피어난다 이상도 하지, 똑같은 목련인데..

- 그의 애송詩 2021.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