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14. 물 속의 집 이상국 그해 겨울 영랑호 속으로 빚에 쫓겨온 서른세살의 남자가 그의 아내와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가던 날 미시령을 넘어 온 장엄한 눈보라가 네 켤레의 신발을 이내 묻어주었다 고니나 청둥오리들은 겨우내 하늘 어디선가 결 고운 물무늬를 물고 와서는 뒤뚱거리고 내렸으며 때로 조용한 별빛을 흔들며 부채를 청산한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인근 마을까지 들리고는 했다 얼음꽃을 물고 수천마리 새들이 길 떠나는 밤으로 젊은 내외는 먼 화진포까지 따라 나갔고 마당가 외등 아래서 물고기와 장난치던 아이들은 오래도록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그애들이 얼마나 추웠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의 뺨을 적신다 그래도 저녁마다 설악이 물 속의 집 뜨락에 아름다운 놀빛을 두고 가거나 산그림자 속 화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