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月 정군수 아내의 손을 잡고 밤거리를 간다 불빛 사이로 잎이 진다 겨울로 가고 있는 은행나무 아내는 말이 없다 그 손금에서도 잎이 지고 있다 문을 닫지 말아야지 겨울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찬바람이 이는 마음의 문을 열어 놓는다 벌거벗은 나무가 나이테를 만들어 가고 있다 사람들이 가고 있다 문을 닫고 불을 끄고 이 밤 그들은 얼마나 긴 성을 쌓을까 구급차의 경적소리가 들린다 이 밤에 다 지려는가 몇 잎 남은 은행잎이 바람에 실려가다 아내와 나의 발등에 떨어진다 (정군수·시인, 19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