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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중에서 '누' - 이병률

2017. 11. 14.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싸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 이럴 땐 눈이 눈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 심사인데도 자꾸 아는 척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내 눈은 오래도록 그 눈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 한번 세상에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싶게 깊은 밤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친 적 있다 - 이병률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중에서 '누(累)' * '누(累) / 우리는 가끔씩 타인에게 '누를 끼쳤다'고 말한다 '누(累)란? 내 잘못으로 말미암아 남이 받..

- 그의 애송詩 2021.10.15

11월 - 배한봉

11월 배한봉 늑골 뼈와 뼈 사이에서 나뭇잎 지는 소리 들린다 햇빛이 유리창을 잘라 거실 바닥에 내려놓은 정오 파닥거리는 심장아래서 누군가 휘파람 불며 낙엽을 밟고 간다 늑골 뼈로 이어진 가로수 사이 길 그 사람 뒷모습이 침묵 속에서 태어난 둥근 통증 같다 누군가 주먹을 내지른 듯 아픈 명치에서 파랗게 하늘이 흔들린다 '휴~우...' 낙엽지는 기로수길 한쪽에서 깊은숨을 내쉬어본다 어짜피 11월은 몸도, 마음도 다 아픈 달인가 보다 기온의 변화가 심하면서 자고나면 온몸이 아프고 세상은 온통 사기꾼투성이인양 T.V.뉴스들은 살인자와 사기꾼의 이야기를 다룬다 왜 이렇게 세상이 우리를 힘들게할까? 적어도 내가 알고있는 사람들은 무사했으면.. 아무일없이 가을을 보내고 긴 겨울을 무탈하게 지냈으면. 길모퉁이에서 잠..

- 그의 애송詩 2021.10.15

가을비 - 이동백

낡은 기억의 페이지로 낮게낮게 내리는 비 고독처럼 사람들을 창으로 불러낸 뒤 저 멀리 지구 너머로 낙엽들을 밝고 간다. 젖고있는 세상에는 받쳐 들 우산 없는데 나목의 긴가지 끝에서 흐느적 거리는 하늘 뚫고 마지막 남은 가을비 빗금만 치고 내린다. 이동백의 아침부터 잔뜩 흐리더니 떠나가는 가을이 못내 아쉬운듯 소리없이 가을비 내립니다. 이 비, 그치고나면 한층 추워지겠죠. 소식없는 지인들이 못내 그리워 전화를 걸려다 차마 그만 두었습니다. 다 들, 소리없이 살면서 자신의 일들을 잘 들 해결하고 계시겠죠. 가을비에 젖은 가로수를 바라보며 가을은 혼자만의 계절이라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다 들, 편안하게 지내시기를. 안녕. Music : Rain ㅡ Arsen Barsamyan

- 그의 애송詩 202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