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1. 14.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싸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 이럴 땐 눈이 눈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 심사인데도 자꾸 아는 척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내 눈은 오래도록 그 눈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 한번 세상에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싶게 깊은 밤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친 적 있다 - 이병률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중에서 '누(累)' * '누(累) / 우리는 가끔씩 타인에게 '누를 끼쳤다'고 말한다 '누(累)란? 내 잘못으로 말미암아 남이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