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560

Spring VIII / 꽃점을 치다 - 전건호

꽃점을 치다 전건호 당신은 전생에 상제궁의 선관이었어 어는 봄날이었을 게야 춘흥을 못 이겨 선녀들 사는 후궁 넘본 죄로 인간 세상에 떨어진 거라 그래도 제 버릇 못 버리고 예쁜 꽃 보면 아직도 못 꺾어 안달하는 거라 돈 많으면 또 방탕해져 술 여자 밝힐 게 뻔해 살림살이 곤곤하게 주신 거라 그래도 품안에 자식이었던지 가끔은 하늘에 상제궁 쳐다보라고 갈까마귀처럼 외로운 사주 점지하신 거라 그래서 가끔 접동새 우는 봄밤 혼자 몽정하다 잠 못 이룬다는 거라 그 통에 매화꽃은 비처럼 내리고 밤꽃 향기에 화개골 여자들만 얼굴 붉히는 거라 꽃 한번 잘못 꺾은 죄로 하얗게 핀 찔레 넝쿨에 갇혀 마흔 해 지내고 있는 거라 Luis Salinas - Por Milonga

- 그의 애송詩 2021.10.15

Spring VII / 벚꽃, 지면서 높이 날아 오르다

하루종일 분홍눈이 내렸다 세로도 가로도 없는 그 공간을 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라는 말을 발견했다 그후 우리는 별에 착륙했고 중력은 희박했고 궤도를 이탈한 계절은 랜덤으로 찾아왔다 어제는 겨울, 오늘은 여름, 낮에는 가을, 밤에는 봄 우리는 당황했지만 즐거웠고 우리는 은밀했다 이상했지만 세계는 완벽했고 중력은 충분히 희박했다 검색창 밖으론 하루종일 푹푹 분홍눈이 내렸고 하루종일 우주선처럼 둥둥 떠다녔다 사랑과 합체한 사랑은, 그리고 또 우리는 그후 별의 거북무덤엔 다음처럼 기록되었다 사랑을 체험한 뒤에는 전과 똑같은 인간일 수 없다! 詩 / 합체 - 안현미 바람이 부는 날, 창 밖에는 분홍 나비떼가 날고있다 수 천마리 나비떼의 亂舞... 나는 조용히 그것을 바라본다 푸른 하늘을 배경삼아 날아오..

- 그의 애송詩 2021.10.15

Spring VI/ 꽃잎인연 - 도종환

내 몸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내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 주는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 도종환 - 꽃잎 인연 올 해도 또 벚꽃이 피었다 꽃잎이 저물어가면서 저 꽃잎과의 인연도 끝날것이다. 나, 그동안 그렇게 몇 십년을 지내왔나? 그리고 그 인연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가질것인가? 한낱 꽃잎과의 인연은 가슴 아파 하면서 인간사에서의 인연은 왜 그리 무심했던가? 꽃잎이 지는 나무 그늘아래 인간들이 세워 놓았던 차들이 ..

- 그의 애송詩 202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