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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陶工의 이야기 / 이 환대의 기억이 잊힐 즈음 - 이민아

이 환대의 기억이 잊힐 즈음 이민아 통도사 서운암 도자기 가마에 불을 넣던 밤 보름달이 뜨면, 한 사내는 불을 쓰다듬고 불을 쓰다듬던 바람은 잠자코 일렁이다 미처 쓸지 못한 유리가루 같은 저 달무릴 삼키지 간절히 무릎 꿇은 것들의 성체를 삼키고 나면 그리운 것들은 한데 타서 한 부족의 문신처럼 재가 된 제 몸이 길의 흔적이 되지 이승에서 이 환대의 기억이 묻힐 즈음 저마다 불 앞에서 젖은 손을 펴 서운했던 사연을 쓰지 계절이 지구 밖으로 펼쳐질, 그쯤 나도 가끔 가마 앞에 앉아 내게서 잊히지 않은 그대 벽화의 채색처럼 무척, 더디게, 풍화되는 보름달이 뜨면 수천 번 무릎을 꿇고 나無 던지지, 나를 던지지 손바닥만한 가마 불창 속으로 창살나무를, 창살을 꽂아 넣지 누가 저 사발들을 불로 만든다고 했나 누가..

- 그의 애송詩 2021.10.14

Pompeii '루파나레라 (Lupanare)의 사랑

Pompeii '루파나레라 (Lupanare)의 사랑 Historia de un Amor 역사는 정치나 경제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시대에 먹고, 입고, 사랑을 하고, 잠을 자는... 보통 사람들의 생활도 역사학의 훌륭한 연구 대상으로 이를 역사학자들은 ‘生活史’라고 한다. Pompeii '루파나레라 (Lupanare)가는 길 골목 입구 길 바닥에 새겨진 '루파나레라'(Lupanare) 열쇠구멍이 표적이다 내게 알맞은 키를 돌려야 제대로 된 쾌락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일까 매몰되었던 性澱으로 들어서자 온갖 체위가 전시되어 있다 사랑은 어두울수록 더 대담한 것 숨도 쉴 수 없는 화산재 속에서 수천 년 동안 성교 중인 남녀를 만난다 배를 바짝 밀착시킨 사이엔 그들을 떼어놓을 시공이 없다 격렬했을 열정..

- 그의 애송詩 2021.10.14

폼페이, 혹은 슬프지 않은 비극 - 유하

폼페이 유적지를 거닐었다 식은 용암에 묻혀 있는 그대를 생각했다, 철 지난 해수욕장의 풍경처럼 한바탕 들끓던 욕망이 지나간 자리 로마産 아가씨, 안토넬라의 노란 우산이 그 옛날 화신극장 쇼걸의 팬티처럼 아름다웠다 눈 파란 집정관의 딸을 그리며 들개처럼 질주하던 내 마음의 종로2가는 폐허였다 비극 시인의 집(j.Ⅷ n. 5)이 보였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비극을 구상하다 불덩이를 맞이했으리라 열일곱 시절, 그때 난 화신극장에 앉아 두 손으로 폭발하는 베수비오 화산의 용암을 만졌다 난 향락을 원했다 퇴폐를 원했다 화신극장은 나의 폼페이였다 비극 시인의 집이었다 식은 용암 속의 그대, 고통의 화석이여 무너진 화신극장의 돌기둥 앞에서 담담하게 인정한다 나는 이제 폐인이 된 것이다. 내 꿈의 번화가는 여기서 ..

- 그의 애송詩 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