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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3 - 유 하

옛사랑이란 노래가 있지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둘 거야 때론 그렇게, 시보다 시적인 노래가 있지 절, 실, 하, 게, 느끼는 순간들 세상은 왜 그만큼만 비유가 허용되는 걸까 내 맘보다 더 내 맘 같은 하늘 내 눈보다 더 내 눈 같은 별 내 노래보다 더 내 노래같은 바람 돌아보면, 옛사랑 나는 개미처럼 절실 했어 그래, 절망에 꿀을 입혀 꿀떡 삼킨 사랑 내가 사랑한 건 결국, 네가 아니라 그리움 이었어 난 막연한 니힐리스트가 아니야 그림자보다 더 그림자다운 나를 분명히 보았거든 그리고 턴테이블의 거듭 튀는 음반처럼 나 지금 생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어. 재즈 3 - 유 하 Jacky Terrasson - Le Jardin d Hiver

- 그의 애송詩 2021.10.14

얼레지 - 김선우

얼레지 김선우 봄날이던가 옛 애인이 한밤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자위를 해본 적이 있느냐 나는 가끔 한다고 그랬습니다 누구를 생각하며 하느냐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랬습니다 벌 나비를 생각해야만 꽃이 봉오리를 열겠니 되물었지만, 그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얼레지…… 남해 금산 잔설이 남아 있던 둔덕에 딴딴한 흙을 뚫고 여린 꽃대 피워내던 얼레지꽃 생각이 났습니다 꽃대에 깃드는 햇살의 감촉 해토머리 습기가 잔뿌리 간질이는 오랜 그리움이 내 젖망울 돋아나게 했습니다 얼레지의 꽃말은 바람난 여인이래 바람이 꽃대를 흔드는 줄 아니? 대궁 속의 격정이 바람을 만들어 봐, 두 다리가 풀잎처럼 눕잖니 쓰러뜨려 눕힐 상대 없이도 얼레지는 얼레지 참숯처럼 뜨거워집니다 봄이 채 오기도 전, 등산복을 입고 산길을 오르다보면 봄..

- 그의 애송詩 2021.10.14